오해는 풀고, 우정은 쌓아요
“저 남학생은 하루 종일 중도 열람실에 앉아있던데, 혹시 공대생 아닐까?”
서울과 안산 양 캠퍼스에 설립된 단과대학은 모두 23개다. 학과 수는 86개에 달한다. 많은 수만큼이나 많은 세계가 그 속에 펼쳐지고 있다. ‘역시 그 과다울 수밖에 없는’ 개성을 발산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학생들. 그렇지만 이들의 넘치는 개성은 때때로 오해와 편견, 환상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위클리한양은 평소 궁금해 하면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살아갔을 학생들이 만나 진실을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단과대, 환상과 진실 사이’. 위클리한양은 앞으로 4주에 걸쳐 다양한 단대생을 초대, 그들 간에 펼쳐지는 환상, 전공, 생활 그리고 진로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그 시리즈의 첫 주. 이번 주는 공대생과 예술학부생이 만났다.
무용학과 여학생은 모두 아름답고, 공대 남학생은 하루 종일 공부만 한다?
공과대생 정진우(전통컴 3, 이하 진우) 군. 그가 공대생의 대변자가 되기로 했다. 예술학부에선 무용학과 정가희(4, 이하 가희) 양이 나섰다. 이들은 최대한 자신의 단과대를 대표하기로 약속했다. 각자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에 대한 이야기로 물꼬를 텄다.진우 : 무용학과에는 정말 예쁘고 몸매 좋은 학생만 있나?
가희 : 그렇다.(웃음) 작품을 위해 아예 처음부터 그런 사람을 뽑는다. 사람들은 안 예쁘고 뚱뚱한 사람이 무용을 잘하는 것보다, 예쁘고 날씬한 사람이 무용을 잘 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공대생의 이미지? 한마디로 ‘남자’다. 그 다음은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 슬리퍼나 샌들을 많이 신고 다니는 사람이기도 하다.
진우 : 그런 사람이 많긴 하다. 하지만 그건 공대생의 인원이 많기 때문이다. 인원이 많기에 그런 모습을 한 공대생도 많이 보이는 것이다. 공대생이 유독 담배를 많이 피고 유독 슬리퍼나 샌들을 많이 신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무용학과에 아직도 ‘군기’ 잡는 규율이 존재하나?
가희 : 내가 신입생 때는 존재했다. 복장은 청바지에 흰 티 운동화였고 머리는 뒤로 깔끔하게 묶어야 했다. 화장이나 요란한 악세세리도 안 됐다. 요즘은 그런 거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음으로 인해 선후배 관계가 돈독해 졌다는 생각이다.
전공수업만 듣기도 빠듯한 공대생과 공연 연습에 정신없는 무용학도
가희 : 공대는 전공수업이 많아 교양수업을 많이 듣지 못한다는 게 사실인가?진우 : 사실이다. 커리큘럼이 정말 빡빡하다. 아마 공대생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강신청도 전공수업부터 해야 한다. 교양수업도 들을 수는 있지만 시간을 내기 정말 어렵다. 무용학과도 전공수업이 많은가?
가희 : 우리는 교양이 많다. 하지만 공연연습이란 게 있다. 창작, 정기, 졸업발표회까지 매 학년 공연이 있고 이를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 전공수업은 11명 정도 듣는다. 많으면 30명까지. 공대는 어떤가?
진우 : 우리는 80명에서 90명, 최대 140명까지 한 수업을 듣는다. 내가 지금 3학년인데 아직 우리 학부의 절반도 모른다.
방과 후? 도서관에서 연습 문제 풀이 vs 홀에서 실기 과외
진우 : 음대생은 악기를, 생과대생은 검은 화구통을 들고 다닌다. 무용학과 학생은 뭘 들고 다니나?가희 : 우린 안 들고 다닌다.(웃음) 우린 개인 사물함이 있다. 사물함 속에 운동복과 슈즈가 들어있다. 공대생은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진우 : 오전 수업 듣고 점심 먹고, 오후 수업 듣고 저녁 먹고, 도서관에서 연습문제 푼 뒤 집으로 향한다. 무용학과는?
가희 : 공연이 있으면 공연 연습을 한다. 외부강사 특강을 듣기도 하고, 과외를 하는 사람도 있다. 고등학생들의 입시대비 실기 레슨이다. 홀 같은 곳을 빌려 학생들에게 시범동작을 보여준다. 공대생이어서 좋은 점이 있는가?
진우 : 전통컴인 우리 과의 경우 각종 신규프로그램의 공유에 강하다. 컴퓨터를 끼고 살기 때문이다. 각종 시사회나 경품행사에 지원해 상품도 많이 탄다. 컴퓨터 게임을 잘 하기도 한다. 무용학과는 미팅신청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 좋은 점인가?
가희 : 신입생에게 국한된 얘기다.
무용밖에 모르는 꿈으로 가득 찬 무용학도
가희 : 공대생에게는 캠퍼스 리크루팅이 많다고 들었다. 취업률이 높은 것도 그 때문인가?진우 : 캠퍼스 리크루팅 확실히 많다. 취업률이 높은 게 그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부제를 이용, 다양한 전공수업을 듣기에 다양한 분야에 지원 가능하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공대생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는 것만은 또 아니다. 무용학과는 졸업하면 대부분 무용선생님이 되는가?
가희 : 주요 진로는 진학, 무용단 입단, 사설 학원 강사의 세 길이다. 요즘은 연극이나 뮤지컬 쪽으로 나가는 사람도 많다. 나는 정부차원에서 문화특구를 기획하는 도시 기획가가 되고 싶다. 어찌됐든 무용학도의 진로는 취직여부로 판단해선 안 된다. 꿈이 뭔지로 판단해해야 한다. 저마다 최종 꿈의 종착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용학과 학생은 모두 무용밖에 모르는 고집불통이다.
글 : 고영기 학생기자 standbyme@hanyang.ac.kr
사진 : 정 현 학생기자 opentaij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