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동연구를 실천한다

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두 달여 간의 방학동안 각자의 계획을 세워 바쁘게 지냈을 것이다. 외국어 공부를 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학점을 취득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무더위를 피해 여행을 가거나,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나긴 방학동안 교수들은 무엇을 할까? 교수들도 학생들처럼 각자의 계획을 가지고 방학을 알차게 보낸다. 강의 준비도 하고, 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도 한다. 특히 이공계열 교수진에게 방학은 실험에 전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방학을 맞아 하버드대학에서 공동 연구 활동을 진행한 이상경(공과대·생명) 교수가 위클리한양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제 성적정리도 끝났다. 나만의 2달간의 방학이다. 매년 여름이면 방학과 동시에 나는 미국 보스턴에 간다. 아파트는 인터넷을 통해 한 달 전에 하버드의과대학 근처로 구해놓았다. 방학이면 강의교수가 아닌 실험에 직접 참여하는 연구자가 된다. 매 학기 내가 운영하는 실험실인 “RNA간섭을 이용한 유전자치료 연구실”에서는 우리가 만든 재료를 이용하여 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연구한다. 그 재료들 중 동물실험의 가능성이 있는 약품이나 재료를 가지고 하버드 의과대학 샹카 연구실과 공동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 한 실험은 본교에서 정제한 항체를 이용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치료 효과를 동물실험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다.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쥐는 완전한 면역결핍 쥐로 한 마리당 약 30만원을 호가하고 한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 이러한 쥐에 사람의 혈액세포를 주입하면 약 2개월간 인간의 혈액세포가 쥐의 혈액에서 생존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쥐를 우리는 “인간화된 쥐”라고 부른다. 인간화된 쥐에 우리가 만든 신약이나 재료를 주입하고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시켜 인간의 혈액세포가 감염 되는지 확인해 우리가 만든 신약, 재료의 효능을 평가해 봤다. 또한 에이즈 환자의 혈액을 쥐에게 이식 한 후 신약, 재료를 처리해 에이즈 환자의 혈액세포에서 바이러스가 감소했는지를 조사해 에이즈 병에 대한 치료약으로서의 가능성도 이번 방학 동안 알아봤다.

실험 시작 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면역결핍 쥐를 주문, 준비했고 내가 도착한 다음날 샹카(하버드·의대) 교수 실험실에 있는 전임강사 쿠마 박사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혈액세포를 쥐에 이식했다. 에이즈 균은 오직 사람의 백혈구에서만 감염되므로 동물실험에서도 인간의 혈액세포를 주입해 “인간화된 쥐” 모델을 사용해야 된다.

동물실험은 주로 4마리를 한 케이지에 넣어 한 그룹을 이루고 대조 그룹까지 포함하여 5 케이지에 20마리를 분산시켰다. 이들 쥐에 혈액세포를 주입하고, 다시 우리가 준비한 항체신약을 주입한 지 3일 후에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바이러스 주입 후 3, 7, 10, 15일에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 정도를 쥐의 혈액 내에 존재하는 인간세포의 감염 정도로 관찰했다. 또한 치료효과를 알아 보기 위해 이번에는 먼저 에이즈 바이러스를 쥐에 주입하고 우리가 개발한 항체의약을 바이러스 주입 2일 후 쥐에 주입해 바이러스의 치료 정도를 2주 동안 관찰했다. 첫 번째 동물실험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효과의 연구가 되겠고 두 번째 동물실험은 치료제의 효능평가가 되겠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의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험 결과가 좋았다.

우리는 글로벌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실험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우리가 직접 “인간화된 동물”을 만들고 직접 연구를 한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느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같이 공동연구를 하면 시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연구의 질이 높아지기에 나는 신약, 재료를 개발해서 재료의 효능을 미국의 샹카 실험실과 같이 한다. 또한 에이즈 바이러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은 생물안정성 레벨3 (Biosafety level 3)를 요구하며 이러한 BL3와 동물실험실을 하버드 의과대학은 갖추고 있어서 공동연구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러한 공동연구의 결실로서 지난 7월에 네이처에 일본뇌염에 대한 유전자 치료가 발표됐고, 이번 여름방학 동안 끝낸 에이즈 백신과 치료약도 좋은 성과를 이루었기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8월 첫째 주까지 실험을 하고 둘째 주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교수로 돌아오니 왜 그리 많은 서류와 업무가 많은지. 수강신청 상담에서 교과목 안내도 인터넷에 올려야 되고, 쉬고 싶지만 시간에 쫓겨 힘이 좀 든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만의 연구 자유가 있기에 즐겁다. 교수는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충실해야 되기에 빨리 마음을 정리해서 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다.

학생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데이터 정리와 논문작성을 하면서 개학 전 마지막 1주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마음을 먹는다. 다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정리 : 장기진 취재팀장 jyklover@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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