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와 이공계, 괴리감의 진실을 밝힌다
공대생 이민구(전자통신 2, 이하 민구) 군과 국문대 영문과 서은지(3, 이하 은지) 양이 각 단과대 대변을 위해 나섰다. 각 단대를 대변하는 입장으로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대생은 패션 감각 제로, 국문대생은 센스쟁이?
은지: 공대생하면 흔히 트레이닝복 차림에 백팩을 메고, 물통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이 떠오른다. 왜 공대생이 이런 이미지로 보여진 것 같나?민구: 대부분의 공대생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다닌다는 인식은 기숙사생과 자취생들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들은 근거리 건주로 인해 학교를 보통 편한 복장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다.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의 공대생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시험 기간 등)를 제외하곤 트레이닝복을 거의 입지 않는다. 말 그대로 오해다.
하지만 백팩을 주로 착용한다는 말은 동의한다. 공대 같은 경우 두꺼운 전공 책을 3∼4권씩 꼭 들고 다녀야 한다. 이 무거운 책을 가장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이 백팩이다. 물통도 마찬가지다.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수업시간을 버티기 위해서는 옆에 물통이 필수다. 때론 수업량이 많아 물 마시러 갈 시간도 없다. 가방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왜 국문대 생은 책도 들어가지 않는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며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니는가?
은지: 국문대는 전체 정원의 60% 이상이 여학생이다. 대부분은 20살을 갓 넘긴 시기에 외적인 부분에 상당한 신경을 쓰는 편이다. 또한 수업 등 하루 일과를 남학생들과 함께한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그러다보니 투박한 백팩보다는 핸드백처럼 작고 예쁜 가방을 들고 다닐 수 밖에 없다. 책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과방 사물함을 이용하니 큰 불편은 없다.
과를 중심으로 뭉치는 국문대생, 과 생활에 관심 없는 공대생?
은지: 공대생들은 타 단과대학에 비해 과 생활을 잘 안하는 거 같다.민구: 현재 우리 과 정원은 5백여 명이다. 하지만 엠티를 추진하면 50명 정도만 참가한다. 이 사례만 봐도 과 활동 참여도가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 가장 주된 이유는 학생 수가 워낙 많아 단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남녀 성비가 맞지 않다는 점과 공대보다 여학생 수가 많은 중앙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가끔 국문대를 보면 학과 행사나 학회가 활성화 돼 있는 것 같아 부러울 때가 있다.
은지: 학과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대뿐만 아니라 전 단과대의 고민인 것 같다. 그나마 국문대는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균형적인 남녀 성비와 90명 내외의 학과 정원이다. 더구나 한 학년 당 많아야 25명이다. 자연히 잘 뭉칠 수 밖에 없다. 또한 언어라는 전공 특성상 회화와 통역 등 함께 공부하는 부분이 많아 서로 친해질 기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학회나 학과 생활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고 중앙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도 많은 편이다.
공대생은 학생식당 단골손님?
민구: 우리는 점심시간이면 으레 학생식당으로 향하는데, 국문대생들은 학교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 말이 맞는 것인가?은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식당보다 학교 앞 식당을 이용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학생이 많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여학생들은 점심식사를 하는 이유가 끼니를 때우기 보단 편안히 앉아 이야기하며 느긋하게 즐기는 여유시간으로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분주한 학생식당보다는 편한 소파와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 학교 앞 식당들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럼 공대생들이 점심시간이면 당연히 학생식당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구: 공대는 연강이 많아 짧은 공강 시간 안에 식사를 해결해야 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짧은 시간 내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교내 학생식당를 이용하는 것이다. 남학생이 대부분인 공대생들에게 점심식사는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개념이 아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러다보니 동선도 짧아 시간 절약도 되고, 가격도 싼 학생식당을 찾게 된다.
오해 속에 감춰져있던 서로의 매력
민구: 평소 국문대생을 보면, 전공수업에 치어 사는 공대생과는 다르게 대학생활을 즐기면서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생각했다. 이렇게 국문대생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다. 가장 크게 느낀 건 국문대생들도 같은 대학생이며 20대 청년으로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됐다.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도 즐길 줄 아는 국문대생이 보기 좋다.은지: 사실 그 동안 공대생에 대해 여러 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공대생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그간 가지고 있던 오해를 풀고, 그들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중하게 학업에 매진하는 모습이 진정한 공학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매진하는 공대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글 : 안현주 학생기자 pigbabu@hanyang.ac.kr
사진 : 전상준 학생기자 ycallme@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