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와 이공계, 괴리감의 진실을 밝힌다

여러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세계적인 감각을 키워주는 국제문화대학(이하 국문대), IT강국인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키우는 공학대학(이하 공학대). 이 두 단과대학은 같은 캠퍼스 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학문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보니 공유하는 문화와 생활양식에 큰 차이를 보인다. ‘공대생은 남학생끼리만 뭉쳐 다니며, 도서관에서 상주한다’는 생각이나 ‘국문대 생은 활발한 학과 활동과 연애 등으로 대학생활을 즐긴다' 등의 엇갈린 환상과 오해를 지니고 있다. 위클리한양은 공대생과 국문대생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로 가지고 있는 환상과 오해를 진솔하게 나눠보자는 것이다. 단과대 간 환상과 진실 사이, 두 번째 순서로 공대생과 국문대생이 만났다.

공대생 이민구(전자통신 2, 이하 민구) 군과 국문대 영문과 서은지(3, 이하 은지) 양이 각 단과대 대변을 위해 나섰다. 각 단대를 대변하는 입장으로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대생은 패션 감각 제로, 국문대생은 센스쟁이?

은지: 공대생하면 흔히 트레이닝복 차림에 백팩을 메고, 물통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이 떠오른다. 왜 공대생이 이런 이미지로 보여진 것 같나?

민구: 대부분의 공대생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다닌다는 인식은 기숙사생과 자취생들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들은 근거리 건주로 인해 학교를 보통 편한 복장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다.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의 공대생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시험 기간 등)를 제외하곤 트레이닝복을 거의 입지 않는다. 말 그대로 오해다.

하지만 백팩을 주로 착용한다는 말은 동의한다. 공대 같은 경우 두꺼운 전공 책을 3∼4권씩 꼭 들고 다녀야 한다. 이 무거운 책을 가장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이 백팩이다. 물통도 마찬가지다.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수업시간을 버티기 위해서는 옆에 물통이 필수다. 때론 수업량이 많아 물 마시러 갈 시간도 없다. 가방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왜 국문대 생은 책도 들어가지 않는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며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니는가?

은지: 국문대는 전체 정원의 60% 이상이 여학생이다. 대부분은 20살을 갓 넘긴 시기에 외적인 부분에 상당한 신경을 쓰는 편이다. 또한 수업 등 하루 일과를 남학생들과 함께한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그러다보니 투박한 백팩보다는 핸드백처럼 작고 예쁜 가방을 들고 다닐 수 밖에 없다. 책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과방 사물함을 이용하니 큰 불편은 없다.

과를 중심으로 뭉치는 국문대생, 과 생활에 관심 없는 공대생?

은지: 공대생들은 타 단과대학에 비해 과 생활을 잘 안하는 거 같다.

민구: 현재 우리 과 정원은 5백여 명이다. 하지만 엠티를 추진하면 50명 정도만 참가한다. 이 사례만 봐도 과 활동 참여도가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 가장 주된 이유는 학생 수가 워낙 많아 단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남녀 성비가 맞지 않다는 점과 공대보다 여학생 수가 많은 중앙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가끔 국문대를 보면 학과 행사나 학회가 활성화 돼 있는 것 같아 부러울 때가 있다.

은지: 학과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대뿐만 아니라 전 단과대의 고민인 것 같다. 그나마 국문대는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균형적인 남녀 성비와 90명 내외의 학과 정원이다. 더구나 한 학년 당 많아야 25명이다. 자연히 잘 뭉칠 수 밖에 없다. 또한 언어라는 전공 특성상 회화와 통역 등 함께 공부하는 부분이 많아 서로 친해질 기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학회나 학과 생활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고 중앙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도 많은 편이다.

공대생은 학생식당 단골손님?

민구: 우리는 점심시간이면 으레 학생식당으로 향하는데, 국문대생들은 학교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 말이 맞는 것인가?

은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식당보다 학교 앞 식당을 이용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학생이 많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여학생들은 점심식사를 하는 이유가 끼니를 때우기 보단 편안히 앉아 이야기하며 느긋하게 즐기는 여유시간으로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분주한 학생식당보다는 편한 소파와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 학교 앞 식당들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럼 공대생들이 점심시간이면 당연히 학생식당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구: 공대는 연강이 많아 짧은 공강 시간 안에 식사를 해결해야 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짧은 시간 내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교내 학생식당를 이용하는 것이다. 남학생이 대부분인 공대생들에게 점심식사는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개념이 아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러다보니 동선도 짧아 시간 절약도 되고, 가격도 싼 학생식당을 찾게 된다.

오해 속에 감춰져있던 서로의 매력

민구: 평소 국문대생을 보면, 전공수업에 치어 사는 공대생과는 다르게 대학생활을 즐기면서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생각했다. 이렇게 국문대생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다. 가장 크게 느낀 건 국문대생들도 같은 대학생이며 20대 청년으로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됐다.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도 즐길 줄 아는 국문대생이 보기 좋다.

은지: 사실 그 동안 공대생에 대해 여러 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공대생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그간 가지고 있던 오해를 풀고, 그들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중하게 학업에 매진하는 모습이 진정한 공학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매진하는 공대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글 : 안현주 학생기자 pigbabu@hanyang.ac.kr
사진 : 전상준 학생기자 ycallm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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