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이해해요

사회과학대학과 경제금융대학. 어떤 이들은 경제학을 사회과학의 한 부류로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슷한 측면만큼 다른 측면도 많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하지만 한 사회현상을 분석·이해함에 있어 수식과 그래프를 사용해 답을 찾는 경제학은 논리적 추론으로 결론에 도달하는 사회과학과 다르다. 이 점에서 서로간의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듯 미묘한 관계의 두 학부의 세 사람. 김종현 군 (경금대·경제금융 4 이하 종현), 서은영 군 (사회대·신방 3 이하 은영), 임수진 (사회대·정외 2 이하 수진) 양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에 대해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또 막연하게 생각하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맞으면 맞다. 틀리면 이렇게 틀리다.’ 또박또박 반박하는 자리에 위클리한양이 함께 했다.

술값 정확히 나눠내는 경금대생, 논리적인 언변술의 사회대생?

수진 : 막연하게 ‘경금대 학생은 계산적이다’ ‘실리만 추구할 것 같다’ ‘학교생활이 딱딱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술 마시면서도 경제 얘기, 주식 얘기, 제테크 얘기하고 술자리 끝날 때도 정확하게 술값 딱딱 나눠 낼 것만 같고.

은영 : 나도 비슷하다. 경금대생은 사회문제보다 돈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보일 것 같다. 또 학과 활동, 동아리 활동보다 개인적인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공에 대한 욕심도 클 것 같다.

종현 : 술값 정확히 나눠 내는 건 맞다.(웃음) 농담이다. 개인적으로 사회대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한 수업에서 토론을 했었는데 진지한 태도와 논리적인 언변으로 전체 분위기를 이끄는 사회대 학생들이 있었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되면서 떠오른 생각은 ‘과연 그들의 토론에서 결론이 있는가’ 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의 반복으로 정확한 결론을 찾지 못하고 헛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치와 수식을 사용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는 경제학을 배운 나로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은영 : 나도 일학년 때 선배들이 진짜 말을 잘한다고 느꼈다. 선배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이런 문제도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사회인식을 새롭게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깊이 있는 사고나 학문적 지식 없이 얄팍한 풍문을 자기 것인 마냥 겉도는 말만 하는 선배도 있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사회대생과 경금대생 모두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신문을 볼 때 사회대생은 정치면, 경금대생은 경제면?

수진 : 물론 타과생에 비해서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다. 요즘은 대선 시즌이라 정외과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대선, 경선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수업에서 항상 정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특별히 신문을 볼 때 정치면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은영 : 신문을 볼 때 사회면, 정치면을 찾아보진 않는다. 수진양이 말했듯이 사회대란 특성상 수업이나 동아리활동에서 정치, 사회와 관련해 노출되는 빈도수가 높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이런 여러 범주가 따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신문을 볼 때는 편하게 처음부터 읽는다.

종현 : 나도 은영 군과 같이 첫 면부터 본다. 신방과라서 연예면만 보고 체육학과는 스포츠면만 본다는 것처럼 우스운 얘기다.

은영 :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명박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에 대해 대다수가 누릴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이 있다면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경금대 학생다운 관점일 것이고 환경파괴, 지역주민들의 정신적 피해와 같이 소수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은 사회대 학생다운 관점일 것이다.

사회대 수업은 성적 받기가 쉽다?

종현 : 사회대 수업을 들어봤는데 딱히 쉽지 않았다. 조별발표와 레포트. 그리고 중간·기말 시험까지 다 치렀다. 시험 문제도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처럼 포괄적으로 나와 애를 먹었던 것 같다.

수진 : 종현 군이 사회대 수업의 특징을 정확히 말해줬다. 사회대에서 성적을 잘 받으려면 시험도 시험이지만 토론, 발표 위주의 수업이 많아 수업 참여도가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경금대와는 달리 시험 문제에 단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편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도 교수님이 점수에 반영해 준다. 그래서 생각이 깊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이 단순 암기 공부하는 사람보다 유리하게 성적을 받을 수는 있는 것 같다.

은영 : 수진 양의 말에 동감한다. 사회대 수업의 시험은 대체로 글로 써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데 교수님께서 논리적으로 자신만의 개성적인 사고를 펼치면 좋은 점수를 주신다. 그런데 사회대나 경금대나 교수님과 친해진다면 쉽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웃음)

필기가 생명인 경금대 수업, 토론과 발표로 소통하는 사회대 수업?


수진 : 경제학원론 수업을 들었는데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사회대 수업과는 달리 주입식 수업이라 정이 없는 수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이나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들끼리의 연대감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은영 : 나도 경제학원론을 들었다. 우선 120명 정도의 대단위 수업이라 50명 정도가 정원인 사회대 수업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다들 필기를 열심히 해서 나도 필기를 안 할 수 없는 분위기랄까. 서로서로 공부를 하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종현 : 관광과문화행동, 인간과미디어환경. 두 수업을 들었었다. 칠판에 그래프와 수식을 써가며 배우는 경제학과는 사회대 수업은 학생들 간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토론이나 발표가 많았던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을 이해하려면, 이 과목을 추천한다‘

수진 : 김성수 교수님의 ‘비교정치론’이라는 수업이 있는데 내가 ‘이 수업이 정외과 수업이구나'라고 느낀 수업이다. 일주일에 책을 세 권정도 읽고 토론을 준비하여 토론수업을 한다. 수업을 할 때는 정말 힘들고 어렵다고만 얘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치학에 대해서 폭넓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은영 : 홍은아 교수님의 ‘사랑결혼가족’이란 수업을 추천한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인생사, 결혼할 때 있었던 일, 시부모와의 관계. 이런 얘기를 들었다. 얘기가 끝날 때쯤 이론적인 설명을 해주셔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사회학적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시험문제도 한 번쯤 생각해봤을, 아니면 생각해볼 것들이었다. ‘중학생 아들이 여자친구를 데려왔다. 성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이런 식이었다.

종현 : ‘화폐금융’과 ‘거시경제’를 추천한다. 화폐금융은 돈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화폐금융을 배우면 신문에서 ‘미국증시가 오르면 우리나라 증시도 오른다,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주가가 떨어진다’ 등의 기사를 과정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거시경제는 경제주체들의 경제행동이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해 배운다. 세계의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이다.

글 : 한승훈 학생기자 hanssigo@hanyang.ac.kr
사진 : 전상준 학생기자 ycallme@hanyang.ac.kr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