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의 변'을 밝힌다

지난 1학기 서울캠퍼스에서는 2천 6백 82명의 학생이 휴학했다. 총 재학생의 17%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들 휴학생을 학사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입대휴학생과 일반휴학생. 그러나 학사과의 분류법은 학생들이 휴학하는 다양한 이유를 속속들이 설명해주진 못한다. 백이면 백 다 다른 것이 사람의 일이니 말이다. 지금이 경제 한파가 불어 닥쳤던 IMF시기라면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생계형 휴학’으로 휴학의 목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해진 지금은 그런 추측이 먹혀들지 않는다. 2007년의 휴학은 치열한 취업전장에 나가기 전 졸업을 유예하는 ‘졸업유예 휴학’이라고 명명해야 할까, 취업전쟁에서의 승리를 얻기 위한 ‘스펙휴학’이라 명명해야 할까.

휴학을 유형 지어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유형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휴학 모습을 전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유형에는 빈틈도 있다. 한 때 유행했던 ‘○○형 인간’ 시리즈도 모든 사람에 적용되진 못했다. 그래서 위클리한양은 유형화해 정리한 휴학이야기 대신 개개인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는 휴학이야기를 마련했다.

‘사랑의 실천’ 위해 휴학을 선택하다.


유다현(경금대·경제금융 3) 양이 휴학을 결심한 건 이번 여름방학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다녀온 후다. 오랜만의 봉사활동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유 양의 봉사활동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 줬다. 유 양은 “중학교 시절 ‘청소년 사회봉사 체험캠프’에 참여하며 봉사활동의 묘미를 느낀 적 있다”며 “대학 입학 후, 학과공부와 동아리 활동 등 바쁜 일정이 계속 돼 봉사활동을 잊고 지냈다”고 고백했다. 방학 때 되살아 난 봉사활동의 의지를 꺼트리고 싶지 않아 이번 학기를 휴학하기로 했다는 유 양은 다음 주부터 빈곤층 공부방 선생님으로 본격 활동할 계획이다. 유 양은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싶다”는 휴학의 변을 밝혔다.

입대휴학하고 인생 공부까지 한 번에

면제와 진학, 각종 장교입대가 아닌 이상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휴학. 바로 입대휴학이다. 입대휴학생 중엔 제대시기와 복학시기를 잘 맞춰 2년 만에 학교로 돌아오는 이들도 있지만, 지정된 군 휴학기간 3년을 모두 활용하고 나서야 돌아오는 이들도 있다. 2004년 2학기 이후 3년을 휴학하고 이번 학기 복학하는 홍재경(법대·법 2) 군이 그 경우다. 그는 입대휴학에 ‘인생공부’를 더한 경우. ‘인생을 좀 더 배우고 싶어’ 복학을 늦췄었다는 홍 군은 “소록도에서의 봉사활동, 성당에서의 신앙활동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 1년간의 인생수업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듯하다”며 “한 발 늦은 학교생활 1년은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배움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라.

교환학생은 ‘휴학’이 아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 바깥세상이 주는 배움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휴학이야기에 포함했다. 오는 10월 일본 나가사키대학 교환학생으로 떠나는 손영지(공과대·산업 3) 양. 그녀의 휴학계획은 조금 특이하다. 이유는 그녀가 일본으로 영어를 배우러 가기 때문. 손 양은 “내가 가는 곳은 학교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고 생활은 일본어로 이뤄지는 곳”이라며 “나의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을 채워주고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손 양은 “기숙사생활 속에서 생활이 나태해지는 걸 극복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하며 자신이 택한 일석이조 교환 프로그램에 대한 큰 기대를 나타냈다.

신재은(공과대·화학 4) 양은 그러나 위의 경우처럼 주어진 복합형 프로그램에도 만족할 수 없었던 경우다. 그녀는 기성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대신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자비유학 제도를 이용해 외국대학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돌아온 것이 그것. 신 양은 지난해 여름 UC버클리 대학에서 여름계절학기 정규강좌를 수강했다. 신 양은 “교환학생 선발이 치열하다고, 정규학기를 들을 자비유학 학교를 알아보기 힘들다고 마냥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광고에서 얻은 정보 등을 이용해 직접 유학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자비유학은 그 매력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외국 대학 정규학기 수강허가를 스스로 준비해야한다는 부담이 큰 게 사실. 따라서 신 양의 전략은 매우 탁월했다. “계절학기였지만 흔한 어학연수 프로그램보다는 나았다”는 신 양은 “외국대학원으로의 진학을 꿈꾸고 있는 학생이라면 특히 이런 학부의 정규수업을 들어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휴학도 하나의 과정

김도연(정통대·정보기술경영 3) 군은 내년 2월에 치러지는 공인회계사 1차시험 합격을 위해 이번 2학기 휴학한다. 언뜻 보면 흔히 있는 시험 준비를 위한 휴학인 듯하다. 하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꿈이 회계사였다. 내 휴학은 오로지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 역설한다. 김 군은 “그동안 학과공부 때문에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좀 모자랐다”며 “이번 학기는 오로지 꿈을 위해서 ‘올인’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귀중한 시간인 만큼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알차게 보낼 것이다. 입반한 CPA반 규율에도 철저히 따르고 남는 시간에 학원도 다닐 것이다”라는 등 꿈을 위해 반년을 올인한 승부사의 날선 결심을 확고히 드러냈다.

‘증권전문가’를 꿈꾸는 조윤주(경금대·경제금융 3) 양의 휴학도 진부할 수 있다. 남들 다하는 취업준비 휴학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양도 그렇게 단순히 자신을 매도하지 말라고 말한다. 조 양 주장의 근거는 그녀의 철저한 휴학계획. 조 양은 이번 휴학의 큰 목표를 ‘증권전문가 되기’로 정하고 그에 맞는 ‘3단계 자격증 획득계획’을 세웠다. 조 양은 우선 ‘선물거래 상담사’ 자격증을 딴 뒤 금융자산 관리사(FP)를 취득하고 마지막으로 증권투자 상담사가 된다는 3단계 방안을 세웠다. 조 양은 “투자와 분석, 위험관리 등 고도의 직무능력이 필요한 증권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규정된 자격증 취득이 중요하다”며 “나의 똑부러진 계획이 내 휴학생활을 든든히 받혀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휴학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한편 박승재(경금대·경제금융 4)군은 휴학을 고민하다 결국 휴학을 포기했다. 이번 방학 인턴십 활동을 하며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 박 군은 “상경분야의 경우 인턴십을 하기 위해 휴학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기업들도 학기 중 인턴 선발계획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학기 중에는 자격증을 준비하며 기본 경제상식을 쌓거나, 인턴을 노리는 기업에 대해 공부한 뒤 방학 때 인턴을 체험하는 게 가장 좋은 듯하다”며 앞으로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뜻임을 밝혔다. 그는 “인턴십은 당장의 취업뿐 아니라 입사 후 회사 적응에 도움이 되는 듯 하다”며 “인턴십을 통해 취업에 유리한 과목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에 맞는 수강신청 할 수 있었던 것도 인턴십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라말했다.

자유 속 절제 찾는 휴학생활 만들어 가길

대학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휴학. 4년 만에 졸업하면 왠지 썰렁할 정도다. 세상의 배움엔 학교 밖에 존재하는 것도 많기에 휴학은 분명 매력 있는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휴학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원하는 걸 추구하되 적절한 구속을 즐기라”고. 학원, 모임, 단체 등 일정하게 정해진 틀이 휴학생활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빠른 휴학생활. 절제 속에서 꽃 필 때 그 휴학은 성공작이 될 것이다. 휴학생들이 전하는 휴학의 ABC. 절제와 함께하는 휴학이다.

고영기 학생기자 standbyme@hanyang.ac.kr
김정현 학생기자 rjsgkwhdk@hanyang.ac.kr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