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똑같은 대학생이에요'

분명 학교에 있는 단과대임에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단과대가 있다. 바로 자연대와 체대다. 학과 수업에 바빠서인지 인원이 적어서인지. 이 두 단과대 학생들은 좀처럼 교양수업과 중앙동아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니 궁금증은 더 큰 법. 평소 쌓여왔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두 단과대 학생을 초대했다. 체대 한범석(체육 2, 이하 범석) 군과 자연대 안병국(화학 3, 이하 병국) 군. 이들이 위클리에게 그들의 단과대를 소개했다.

실험에 빠져 사는 자연대생, 만능 스포츠맨 체대생?

범석 : 상투적인 질문인 건 알지만 자연대생들은 대게 학구적이고, 꼼꼼하고, 계획적일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많은가?

병국 : 나도 상투적인 답이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사람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체대생은 공부 대신 운동만 하는가?

범석 : 물론 아니다. 전형적인 편견이다. 운동부가 있긴 하지만 나머지 체대생은 ‘체육학’을 공부하는 학생일 뿐이다. 수능시험도 보고 실기시험 치러 입학하는 학생이다. 수업도 7, 80퍼센트는 이론수업이고 한, 두 과목정도만 실기수업이다. 말과 글, 영어회화도 다 듣는다. 자연대생은 공부하고 실험만 하고 사나?

병국 : 아니다. 그런데 실험수업이 많긴 하다. 한 학기마다 한 두 개씩 꼭 있다. 보통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길게는 6시간까지 소요된다. 실험하다 하루가 다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체대에는 그런데 아직 ‘엄격함’같은 것이 존재하나?

범석 : 존재한다. 스포츠맨십을 배우는 체육학 전공자이므로 타대생보다 규칙과 예의를 더 잘 지키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크게 자유롭지 못한 건 아니다.

매주 시험 보는 자연대와 필기와 실기수업 병행하는 체대

병국 : 체대에서 배우는 과목은 어떤 것이 있는가?

범석 : 해부학, 생리학, 운동생리학, 운동처방, 인간장기와 기능 등이 있다. 체육학은 다른 학문과 연계해 이용되기가 좋은 편이라 경영대와 자연대, 생과대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온다. 실기 과목에는 필수과목 태권도에 수영, 육상, 체조, 배구 등이 있다. 자연대 수업에는 시험이 많은가?

병국 : 학기가 곧 시험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모든 과목에 기본적으로 시험이 4번씩 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따로 없는 거다. 매주 시험 보는 과목도 많다. 체대는 전공 공부하기 힘들지 않는가?

범석 : 인원이 적어 흔한 말로 ‘무임승차’가 안 된다는 점이 힘들다. 물론 인원이 많아도 무임승차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누가 발표를 안 했고 누가 레포트를 안 냈는지를 교수님들이 모두 기억하신다. 또 체대도 시험이 기본 3차 많게는 5차까지 있다. 실기시험은 다들 운동을 잘하고 또 좋아해 부담을 거의 갖지 않는다.

자연대는 가장 높은 곳에, 체대는 가장 먼 곳에

병국 : 체대하면 일단 멀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평소 체대생은 학교에 몇 명 안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범석 : 체대가 멀긴 하다. 게다가 일부러 들리지 않으면 지나가다 들릴 일은 거의 없는 장소에 있으니 심적으로는 더 멀게 느껴진다. 체대생이 잘 안 보이는 것? 그것은 체대생이 운동 소모임 등을 하며 체대 안에서만 생활해 그런 것 같다. 고쳐야 할 점이다. 자연대생은 주로 어디에서 밥을 먹나?

병국 : 교내 최고지(最高地) 입지를 자랑하는 자연대는 왕십리까지는 잘 안 내려간다. 학생회관 사랑방에 가거나 시켜 먹는다. 체대도 멀어서 밥 먹으러 밖에 잘 안 나갈 것 같은데?

범석 : 체력이 좋아서 그런지 곧 잘 나간다. 운동장을 둘러 나가거나 중도 뒷길 따라 병원 쪽으로 내려간다. 학교 안에서 먹을 땐 지금은 공사 중인 상경관 식당에 많이 간다. 자연대생들이 공유하는 특별한 화젯거리가 있다면?

병국 : 타 단대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포츠, 연예인, 이성 친구에 관한 얘기들이다. 아, 농담할 때 실험 상황을 인용하는 경우가 있다. 매우 난처한 상황을 의미할 때 “리플럭스로 다 날렸는데 플라스크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라는 말이나 “NMR 그래프가 둥그래!”따위의 말을 한다.

범석 : 정말 자연대만의 용어 같다. 무슨 말인지 짐작도 안 된다.

“스스로 열심히 준비하면 선택의 폭은 넓다”

범석 : 자연대생은 아무래도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병국 : 그렇다. 대학원 진학을 많이 하는 편이다. BK21 사업으로 대학원생이 참여할 프로젝트도 많고, 대기업 연구소도 석사 학위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부졸업 후 취직하는 사람도 많다. 공대생처럼 반도체 업계로 많이 진출한다. 교직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체대는 어떤가?

범석 : 세 가지로 분류된다. 교육, 자연, 인문이다. 교육이라 하면 학자, 중고교 교사가 되는 것이고, 자연은 운동처방사나 재활치료사가 되는 것, 그리고 인문은 스포츠 기자나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는 것이다. 요즘은 운동처방사와 스포츠마케팅 분야가 인기가 많다. 자연대생은 취업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나?

병국 : 대학원 가는 게 주류고 전공 살려 갈 수 있는 기업이 많아 그런 편이다. 체대생은? 취직이나 진로에 대한 분위기가 낙관적인가? 아니면 조급한가?

범석 : 시대가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는 시대로 바뀌어선지 ‘자기만 열심히 준비하면 진출할 분야가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병을 약과 수술이 아닌 운동으로 고치는 ‘운동처방’과 엘리트 운동선수, 노인, 장애우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재활’ 분야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병국 : 미래를 낙관하고 밝게 살고 있다니 역시 체대생 답다는 생각이 든다.

단과대속에 펼쳐진 개성있는 세계를 찾아서

4주간 진행된 ‘단과대, 환상과 진실 사이’. 총 8개의 단과대 및 학부생이 서로 만나 그들의 열정적인 삶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그들의 대화에서 쏟아져 나온 8개의 각각 다른 세계. 그것은 여러 단과대가 옹기종기 모인 본교가 제공하는 달콤한 선물일지 모른다.


글 : 고영기 학생기자 standbyme@hanyang.ac.kr
사진 : 김준연 학생기자 hallowee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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