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어리 살어리랏다, '한양기숙별곡'

택배회사 트럭에서 연신 옮겨진 박스들이 어느새 현관에 수북하게 쌓인다. 이미 지난 27일 가을학기가 시작됐지만 생활관은 들어오고 나가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학교 주변 하숙, 원룸 등의 시설은 여전히 비싸 지방에서 올라온 학우들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강의실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식당, 매점, 체력단련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생활관이 인기다. 매년 생활관 거주 학생(이하 관생) 선발시기가 되면 학생들의 문의가 줄을 잇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상 우리 주변에 있지만 숙소 이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생활관. 관생들을 통해 생활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백남학술정보관을 기준으로 ‘행당산’을 넘어 한양여자대학 본관 뒤편 기슭에 자리한 서울캠퍼스 생활관. 이곳에는 학부 남학생(제2학생생활관)과 여학생(개나리관), 이공계대학원생(테크노 숙사)과 외국인 교수 가족 등 총 1008명이 거주하고 있다. 안산캠퍼스에는 창업보육센터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4개의 생활관이 모여 있다. 남학생 전용의 1생활관과 3생활관, 여학생 전용의 2생활관, 그리고 신입생들의 의무 입사가 이뤄지는 창의인재교육원(4생활관)이 바로 그것. 4개의 생활관 모두 합쳐 1341실에 총 2682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서울캠퍼스] “방값 고민 없는 경제성, 각종 편의시설 속 풍족함, 자체 커뮤니티 소통”
생활관의 최대 이점은 저렴한 생활비와 학교와의 접근성이다. 6년 째 생활관 생활을 하고 있는 강호송(의대·의학 4) 군은 대학생활을 생활관과 함께했다. 강 군은 “생활관의 좋은 점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강의실과 가까운 접근성과 저렴한 생활비라고 본다. 주변에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방값이나 이사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많이 지켜봤다”면서 “대학시절 내내 거주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지낼 수 있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 말했다.관내 여러 시설도 관생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식당, 매점, 도서관, 체력단련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방마다 설치돼 있는 에어컨은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와준다. 이상식(경영대·경영 1) 군은 “선풍기만으로 더위를 이기기에는 한계를 느꼈는데 방마다 설치된 에어컨 덕분에 올 여름을 더위 걱정 하지 않고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학우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할 자리를 찾아 헤매는데 관생들은 지하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2인 1실의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면 같은 층에 살아도 의사소통이 어렵기 마련이다. 서울캠퍼스 기숙사의 경우 남학생이 사는 제2생활관과 여학생이 생활하는 개나리관 관생이 참여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관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냈다. 커뮤니티 운영자 이호운(공과대·전자통신컴퓨터 2) 군은 “기존 기숙사 홈페이지를 통한 관생들의 의사소통에 한계를 느껴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다”면서 “관생들과 정보교류도 하고 종종 오프라인에서 만나 친목도 다질 수 있어 뿌듯하다. 보다 많은 관생들이 커뮤니티에 와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안산캠퍼스] “One-stop 최첨단 기숙사, 창의인재 교육프로그램, 후원(멘토링) 시스템"
이젠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좋은 기숙사라고 할 수 없다. 안산캠퍼스의 4개의 생활관 중 가장 많은 1472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창의인재교육원은 설립 당시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창의인재교육원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18층 쌍둥이 건물로, 책방과 커피숍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One-stop) 최첨단 기숙사다. 특히 각 호실 내부에 화장실이 갖춰진 2인 1실 체제와 신입생 전원 입사는 한발 앞선 대학 기숙사 문화를 만들어 타 대학들의 벤치마킹을 이끌어 냈다. 의무입사를 경험한 한진희(공학대·컴퓨터 2) 양은 “깨끗한 시설과 각종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각 방에 화장실이 있어 좋았다”며 “기숙사 생활이 처음이지만 집처럼 편안하게 생활했다”고 말했다.이렇게 생활관에 갓 입사한 신입생들은 자신만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손길을 만나게 된다. ‘자아를 발견하고 개발’하는 ‘자아찾기(FinD-SELF)’ 프로그램이 그것. 2006학년도부터 입학한 안산캠퍼스 신입생 전원은 단과대학별로 한 학기 동안 생활관에 입사해 ‘자아찾기(FinD-SELF)’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는 신입생들이 봉사와 탐구 정신을 배우고 공동체 의식을 길러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로그램은 크게 인성 및 기본소양 교육 프로그램과 영어 교육프로그램으로 나줘진다. 인성 및 기본소양 교육 프로그램은 독서 및 글쓰기 등의 자기 학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자랑스러운 한양인 등의 진로 설계 및 정체성 확립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차상석(공학대·전자컴퓨터공학 1) 군은 “대학 입학하면서 소홀하기 쉬웠던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 있어 좋았다”며 “기본소양 프로그램은 내 진로를 결정하고 미래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입생들에게 ‘인생의 나침반’과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주는 ‘후원(멘토링) 시스템’이 진행 중이다. 이 시스템은 ‘자아찾기(FinD-SELF)’ 교육의 일환이다. 멘토와 부멘토가 신입생 10명과 팀을 이뤄 생활하면서 학교 적응과 교육프로그램 참여 등을 적극 지원한다. 또한 한 학기 동안 함께 준비한 팀 프로젝트의 결실을 공연과 전시를 통해 발표하는 ‘열무제’를 연다. 벌써 3회째 열린 열무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신입생들의 풋풋한 끼와 넘치는 열정이 더해져 긍지와 자신감을 표현하는 장으로 호평 받고 있다. 제2회 열무제 때 팀원들과 밸리댄스를 보여준 바 있는 이현지(국문대·국문 2) 양은 “팀원들과 가족처럼 가까워져서 즐거웠다”며 “멘토와 팀원들과 함께한 기숙사 생활이 낯선 대학생활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캠퍼스] “융통성 없는 통금시간, 기호와 상관없는 의무식, 애매모호한 관생문화”
학생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일까. 취재를 하면서 만난 관생들은 한결 같이 통금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현재 시험기간 2주를 제외한 기숙사 통금시간은 24시 30분. 주말이라도 통금을 늦추자는 이야기부터 아예 없애자는 말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고재호(공과대·응용화공생명 1) 군은 “미성년자도 아닌데 대학 기숙사에 통금시간이 있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우는 “주말에 단체 모임이라도 있으면 기숙사 통금이 그렇게 야속할 수 없다”면서 “최소한 주말이라도 통금을 1시간 늦춰주거나 규제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삶의 기본은 의식주. 관생들 또한 식당이나 식단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김예다은(사회대·신방 2) 양은 “아침을 의무식으로 먹는 게 불만이다”면서 “늦잠을 자거나 생활패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식권 30장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의석(법대·법 3) 군은 “조식만 일괄 의무로 하기보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저녁식사를 의무식으로 하는 등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입생 전원이 의무적으로 입사하는 안산캠퍼스의 ‘창의인재교육원’과 달리 상대적으로 수용인원이 부족한 서울캠퍼스의 경우 뚜렷한 관생문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곽경진(인문대·역사학 3) 양은 “한 학기에 하루 정도는 기숙사를 개방해 친구들도 데려오는 오픈하우스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관생들끼리 파티도 하고, 얼굴도 익히는 의사소통의 장이 제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산캠퍼스] “지방학생들 고려않는 대청소, 학습 공간 부족, 전자학생증 식권 문제”
새 학기가 시작할 때가 되면 생활관은 이사를 하려는 관생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해진다. 이 시기에 생활관에서도 새로운 관생들을 맞기 위해 대청소와 소독을 한다. 청소기간에는 관생들이 방을 모두 비워야 한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방학동안 생활하던 곳을 학기 중에도 이어서 이용하려는 관생들이 일주일정도의 청소기간 때문에 모든 짐을 옮기는 수고를 해야 한다. 백예슬(언정대·광고홍보 2) 양과 같이 지방에 사는 관생들은 더욱 곤란해진다. 그 기간 동안 지낼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부산에 사는 백 양은 “개강을 앞두고 집에 내려갔다 올 수도 없고, 많은 짐을 맡겨둘 만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내 방은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짐을 빼지 않고 그대로 두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효진(국문대·영미언어문화 4) 양은 “생활관 내에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히 없어 시험기간 내내 불편했다”고 한다. 독서실이 있는 생활관은 남학생 전용의 1생활관 뿐. 기숙사가 문을 닫는 1시 전에 퇴실해야 하기 때문에 타 관생들에게는 그것마저도 무용지물이다. 창의인재교육원에서는 시험기간 동안 생활관 내 강의실을 개방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학습공간으로 대체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양은 “통금 시간에 상관없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생활관 내 학습공간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며 “상시 검색을 할 수 있는 컴퓨터실도 별도로 갖춰지면 좋겠다”고 말했다.그동안 관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던 식사의 질에 관한 문제는 업체가 바뀌면서 해소됐다. 그러나 예전에 식권에 도장을 찍던 방식에서 전자 학생증을 이용한 식권 발급 방식으로의 변경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은영(공학대·건축 2) 양은 “학생증을 이용한 방식이 훨씬 간편하고 처리속도가 빠르지만 타인의 학생증을 사용하거나 미리 발급해뒀던 지난 식권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지적했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는 과정 속에 또 다른 문제점들이 생겨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려하는 자세와 능동적인 참여가 함께 발전하는 장(場) 마련할 것”
관생들에게 더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한 학교의 노력도 뒤따른다. 각 캠퍼스의 생활관 홈페이지(서울생활관: http://www.dormitory.hanyang.ac.kr 안산생활관: http://hydorm.hanyang.ac.kr) 에는 관생들의 의견을 받는 게시판이 있으며, 빠른 시간 내로 답변이 이뤄지고 있어 온·오프라인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산캠퍼스 부총장 이건상(과기대·응용물리) 교수는 “관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입생들에게 대학생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호응이 적었던 영어학습프로그램의 경우 시행착오를 거쳐 좀 더 실용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캠퍼스 학생생활관 운영계장 최득엽 과장은 “30분내지 1시간정도의 통금 연장은 가능하겠지만, 안전문제와 관생관리문제인 만큼 정책시행을 위한 많은 회의와 내부검토가 필요하다”며 “일종의 단체생활인 만큼 규율을 지키는 선에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칫 감옥이 될 수 있는 생활관이라는 틀을 자아 발견의 장으로 바꾸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한 끝없는 불만의 표현보다 능동적으로 건의하고 대처할 방법을 강구할 때 비로소 성공적인 기숙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얼마 전 학생들의 건의로 창의인재교육원에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고 2생활관의 샤워커튼과 침대시트가 교체된 바 있다. 김지현(국문대·프랑스언어문화 2) 양은 “관생들이 내 집이라는 생각으로 시설을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며 “생활관 내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여 후회하지 않는 기숙 생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한된 시공간 속에서 각자의 꿈을 키워나가는 생활관 관생들. 발전을 거듭하는 요람 속에서 창의인재로 거듭날 한양인을 기대해 본다.

한소라 취재팀장 kubjil@hanyang.ac.kr
정 현 학생기자 opentaij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