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랑의 손길' 건넨다

온 가족이 모여 화목을 다지고, 정을 나누는 추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넉넉함을 상징하는 추석은 민족 최대 명절이다. 하지만 모든 이에게 추석이 반가운 날은 아니다. 가족을 위해 고국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제대로 된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 신체적 장애로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추석은 기다려지기 보다는 피하고 싶은 날이다. 이들에게는 비단 추석 뿐 아니라 하루 하루가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사회의 냉대에 상처 입은 그들이지만 이런 그들을 성심껏 후원하는 이들이 있기에 큰 위안을 얻는다. 그동안 안산캠퍼스 학생들은 소외된 이들을 위해 꾸준한 봉사를 해왔다. 드러나는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소외된 이웃을 돌보며 사랑의 실천을 몸소 실현하는 학생들의 행보를 따라가 봤다.

나라는 달라도 한 마음으로, 타국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

안산캠퍼스 근처에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한다. 이들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을 고향에 두고 외로운 타국 생활을 하는 근로자들이다. 빡빡한 업무 때문에 하늘 한 번 여유롭게 볼 수 없는 이들에게 문화 생활은 꿈같은 이야기다. 이런 이들을 위해 안산 국경 없는 마을 야외공연장에서 “Super Migrant”란 주제로 이주노동자 영화제가 열렸다. 영화제에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들 얼굴에는 오랜만의 영화 상영에 대한 설렘으로 미소가 번졌다. 이번 행사에 진행요원으로 봉사한 황병국(공학대·전자정보 3) 군은 “평소 학교주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접했지만, 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다”며 “오늘 영화제 진행을 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쁨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 국민이 고향을 찾아 귀성길에 오른 지난 24일, 안산시 초지운동장은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안산이주민센터와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국경 없는 마을 배 안산월드컵 “어울림 2007”의 결선이 펼쳐지는 날이였기 때문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 총 14개국 20개 팀이 참가해 접전을 벌이는 이 대회는 안산, 시흥 지역의 많은 외국인 근로자 축구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외국인 근로자들 간의 축구경기를 통해 자국의 자긍심을 드러내 서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이를 넘어 하나 될 수 있는 공동체 형성을 취지로 해마다 진행되고 있다.

추석 당일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다. 이 행사는 지난 25일 “2007 국경 없는 마을 강강술래”란 주제로 열렸다. 다문화 먹거리 한 마당, 웰컴 투 글로벌 빌리지, 떡 메치기 등 참여 및 놀이마당으로 구성된 행사는 서로의 문화를 체험하고, 지역공동체와 이주민들이 화합해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장이었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축제 분위기는 활기를 띄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을 통해 제2의 고향인 한국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소외된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상록 아카데미’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원이 아니다. 특별한 인연으로 모인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학구열을 불태우는 장소다. 안산캠퍼스 사회교육원 프로그램이자 학생들의 자원봉사단체기도 한 ‘상록 아카데미’는 인근 지역 중학생 중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를 비롯해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학교’다. 이 학교의 교사는 바로 본교 안산캠퍼스 학생들이다. 이들은 아무런 대가없이 오직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다는 일념하나로 꾸준히 봉사하고 있다. ‘상록 아카데미’에서 재미있는 수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수학선생님 박종호(과기대·분자생명과학 4) 군은 “아이들이 거리감 없이 살갑게 다가와주는 게 고맙고 예쁘다”며, “사회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걱정했었는데, 아이들의 참여도가 높아 즐겁게 수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록아카데미 기획을 담당한 교육정책국장 김보화(언정대·신문방송 2) 양은 “1학기 동안 총 45명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90시간의 야학이 진행됐다”며 “좋은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보낸 부모님도 있고, 정든 학생들을 2학기에도 가르치겠다며 다시 신청하는 한양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안산에 ‘상록 아카데미’가 있다면, 서울에는 ‘무지개 학교’가 있다. 이는 서울캠퍼스 학부생, 대학원생, 직원, 교수까지 다양한 300여명의 한양 인이 뜻을 모아 함께하는 대규모 봉사활동 프로그램이다. ‘무지개 학교’는 공교육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육으로서 사랑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계획된 것이다. 초기에 1:1 가정방문 방식으로 진행하다가 지금은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공부방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한양 무지개 학교’로 이름을 바꾼 이 학교의 책임을 맡은 국중대 계장은 “마장동 동장님께서 가난의 대물림을 없애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임을 강조하며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 및 시설을 제공할 테니, 교육만큼은 본교가 책임져 줄 것을 부탁하셨다”며, “무지개 학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학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무지개 학교 팀장을 맡고 있는 서정은(자연대·화학 4) 양은 “무지개 학교를 통해 사랑의 중요성을 알았다”며 “사랑을 받은 아이들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태도가 좋아지고 학습 능률이 오른다”고 말했다. 또한 서 양은 “10만큼 사랑을 주면 100만큼 돌려주는 아이들 때문에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기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장애우 위한 ‘사랑의 실천’

안산캠퍼스 중앙동아리 ‘손말사랑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화동아리다. 손짓으로 사랑을 전하는 이 동아리는 취업이나 개인 경력 등을 위한 동아리의 증가추세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봉사동아리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주된 활동은 단연 정기적인 자원봉사활동이다. 동아리 회원 모두 수화를 배우고, 보급함은 물론 적극적으로 장애인 관련 자원 활동을 통해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일반인의 장애인에 대한 의식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손말사랑회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10명씩 짝을 지어 별바라기 장애아동 보호시설에 방문해 장애우들과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가족이나 보호자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재가 장애인을 위한 전문시설인 이곳에 주기적으로 봉사를 가는 손말사랑회 회원들의 인기는 연예인급이다. 이런 인기 뒤에는 회원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회원들은 아이들이 하나라도 더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체계적인 계획을 짜서 봉사에 임한다. 매달 첫째, 셋째 주에는 영화 감상 또는 장애우 들과 함께 외부활동을 하는 현장학습시간으로 구성하고, 둘째, 넷째 주는 등산을 함께 하며 심신단련의 시간을 갖는다. 손말사랑회 회원으로 매주 봉사에 참가하고 있는 박정렬(공학대·기계정보경영 3) 군은 “사실 처음엔 봉사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시작했지만, 볕바라기 아이들과 만나게 되면서 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금은 오히려 여러 가지를 느끼고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손말사랑회는 평소 열심히 연습한 수화를 통해 대·내외적인 봉사도 하고 있다. 이곳저곳 장애인 시설을 찾아다니며 하는 수화 공연이 그것이다. 평소 맹연습으로 인해 수화실력은 수준급. 최신가요부터 랩까지 자유롭게 수화를 구사할 수 있는 실력으로 매 공연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산 사동 장애인 복지시설인 명희원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손말사랑회 회원인 홍성민(공학대·건설환경시스템 3) 군은 “평소 노는 시간을 쪼개서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남을 돕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을 아니다”라고 말하며 봉사활동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함께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작은 관심으로 사랑을 나눠요

취업대란으로 졸업 후를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있게 살피면 우리 주위에는 소외된 이웃들이 많다.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관심과 시간을 내 이들을 찾는다면, 이들에게는 그 작은 관심이 큰 사랑으로 다가올 것이다. 학생이기에 좀 더 도움이 되고,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회봉사. 외로운 이들을 지나치기는 쉽지만, 마음을 베풀기는 쉽지 않다.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천사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세 명이 되어 외로운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손길이 한없이 늘어나길 바란다.

안현주 학생기자 pigbabu@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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