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인재 양성하는 수행 인문학 만들어 나갈 것"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사회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무수한 사회 현상에 대한 고찰과 이를 토대로 한 발전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인문학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근대화, 산업화를 짧은 시간에 이뤄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반성이 성숙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수행인문학의 가치가 빛을 발휘할 수 있다.

자세히 말해, 수행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반성이라는 인문학과 실천적인 행동을 생성·이행한다는 의미를 갖은 수행성(performativity)의 결합이다. 여기서 수행성이란 상황을 변하게 만드는 행동, 즉 ‘무엇을 위해, 행동이 어떻게 변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수행인문학이 본교 실용학문 학풍을 잇는 새로운 인문학 교육방법으로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05년부터 교육부의 지원을 통해 ‘21세기 수행인문학 글로벌인재양성사업’(이하 수행인문학)을 통해 실천적 수행인문학을 목표로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다.

왜 수행인문학인가?

수행인문학의 핵심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술과 문화의 사회적 화합을 책임지는 학문의 수행성을 적극적으로 생성하고 또한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재를 교육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21세기 세계화의 양동성, 즉 경제적 지구화, 정치적 지역화를 수용하면서 균형 잡힌 비전과 판단력으로 변화를 선도하는 인재 교육에 있다. 이를 위해 수행인문학은 융합전공 교육과정과 글로컬(global+local) 비즈니스 융합부전공 교육과정이란 두 기둥을 갖고 운영된다.

수행 융합전공 교육은 학생들이 기반인문학 6개 전공(국어국문학, 중어중문학, 영어영문학, 독어독문학, 역사학, 철학) 중 1개 전공과 학제간 내용을 기초한 수행인문학 4개 융합전공 프로그램(과학기술학, 공공수행인문학, 미디어 문화, 외국어커뮤니케이션) 중 1개 전공을 조합·이수하는 체계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기반 인문학으로 국어국문학을 전공(36학점 이상)하고 수행인문학 융합전공으로 미디어문화를 이수(36학점 이상)하면 졸업 시 전공에는 국어국문학, 융합전공에는 미디어문화, 이렇게 두 개의 학사 전공 과정이 표기된다. 또 다른 학생의 경우, 기반 인문학으로 영어영문학을 전공(36학점 이상), 수행인문학으로 외국어커뮤니케이션 전공(36학점 이상)을 4학년 1학기까지 이수한다면 4학년 2학기부터 학·석사 통합과정으로 음성과학 석사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컬비즈니스 융합부전공 교육이란 나열식 교양 교육을 지양하고 고급 비즈니스 실무 능력을 교육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교양교육이다. 자세히 말해 수행인문학 기반 실무 능력 과정(영어, 중국어, 한국어, 역사문화)을 공통경영 핵심과목과 함께 소정 기준 이상으로 이수했을 때, 학사 학위증에 융합부전공을 병기해 수여하는 교육과정이다. 여기서 소정 기준 이상이라 함은 영어비즈니스 융합부전공의 경우 TOEIC 800점 이상 성적, 중국어비즈니스 융합부전공의 경우 한어수평고시(HSK) 6급 이상 성적 등으로 구체적인 언어 실무능력이 평가된다.

이와 같은 수행인문학 융합전공, 글로컬비즈니스 융합부전공은 본교가 닦아온 연구·교육 기반, 인문학적 역량과 융합해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개별지도교사 제도와 융합평가 방식의 조화

수행인문학 프로그램들은 여러 다른 제도와 함께 완성돼 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별지도교사(튜토리얼) 제도다. 이 제도는 기존에 교수으로부터의 일방적 지식 전수 교육방법을 개선, 교수와 학생 쌍방 간 대화를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려는 제도이다. 이는 옥스포드, 캠브리지 등에서 운영하는 방식인 개별지도교사(튜터 : tutor)가 소수의 학생들을 개인 지도하는 상담 중심의 교육 방식과 미국 대학에서 과목별 심화보충학습을 지도하는 과목지도교사 방식을 우리나라 대학 교육 실정에 적합하게 개발·운영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4개 융합전공 각각에는 전공 담임 지도교사가 배정돼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 관련 학습상담부터 개개인의 신상·취업에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상담이 가능하다. 이런 개별지도교사 제도를 통해 정규 강좌가 갖는 인원·시간 등의 제약을 극복해 학생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규모 토론, 문화답사 등 다양한 학습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평가에 있어서도 융합평가를 추구한다. 융합평가란, 기존 정량 평가에 그친 성적체계를 벋어나 중간 강의 평가를 비롯한 다면심층평가를 매 학기 2회 실시한다. 이는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강의에 대한 요구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평가됐는지,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등 교수와 학생 간에 수업의 상호교류 작업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이유에서다.

이밖에도 방학 기간을 이용해 인문대 학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나라에 대해 스스로 탐방 계획을 세우고 진행함을 지원하는 글로컬 프론티어와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소규모 연구회 개최를 적극 지원해 인문학의 수행성을 높이는 수행인문학 콜로키움 제도도 있다.

이처럼 수행인문학 프로그램은 인문대 학생들의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많은 제도를 갖고 있다. 특히 07학년도 이후 인문대 신입생 및 이에 준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하는 인문대 학생은 필수 이수 대상자로 하고 있어 실제 인문대 학생들의 경우 이런 수행 융합 전공 교육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수행인문학 특성화 교육센터장 김성제(인문대·영문) 교수 특별 인터뷰

수행인문학이 탄생한 배경이 궁금하다.

시대적으로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술이나 사회 모든 것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은 그 변화에 맞춰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도 있다. 전통적으로 인문학은 일어난 현상에 해석을 붙이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수행인문학은 이러한 인문학에 수행이라는 실천적인 부분을 융합시킨 것이다. 요즘 세계적으로도 학문간 융합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수행인문학은 기존 인문학에 실천력 있는 인문학, 실용적인(Pragmatism) 인문학을 융합시켜 교육시키고자 한다. 이는 본교의 이념인 실용적, 실사구시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수행인문학의 특징을 말한다면?

수행인문학은 모든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던 것을 대학 교육에서 실제로 시도하고 있다. 기존 인문학의 틀을 깨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에는 지금까지 이상적으로 생각돼 시도되고 진행돼 온 사업이 있었다. 예를 들어 연계전공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매우 훌륭하나 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성과를 내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수행인문학은 학생들에게 판뿐만 아니라, 틀을 제공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 틀이 제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칙에 제 2전공이 포함돼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교육이 실제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은 학생을 평가해 내보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학에서 평가하는 기준은 단지 평점뿐이었다. 이에 비해 수행인문학은 학기 시작부터 끝까지 수 차례 교수와 학생이 심층적이고, 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등 평가의 폭을 넓고 깊게 했다. 또한 학생과 일대일 지도교수제도를 시행해 학생 개개인에 맞춰 대인교육을 시행 중이다. 이는 지금까지 대학 교육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고 누구나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과도기적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잘 정착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수행인문학의 목표는 무엇인가?

21세기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람은 가장 큰 자산이며 힘이 될 것이다. 즉 인간은 그 무엇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은 이런 인간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수행인문학의 목표는 본교 인문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 실천력 있는 인재로 졸업시키는 것이다. 모든 사고와 학문의 기본이 되는 인문학에 실천력을 결합시켜 사회에서 비판과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승훈 학생기자 hanssigo@hanyang.ac.kr
장준현 학생기자 ast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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