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인 일상 돌아보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나요?”

하루가 끝날 무렵, 문득 어떤 이가 당신에게 물었고 당신은 대답한다. 오늘 하루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 즐거웠다고, 힘들었다고. 혹은, 이 사람 때문에 행복하거나 우울한 날이었다고. 아니면 그저 어느 날과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고.

그 사람이 다시 물었다. “오늘 같은 날이 또 있었습니까.” 당신은 곰곰이 생각해보고 대답한다. “아니오. 오늘 같은 날은 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언제나 똑같은 일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제와 오늘조차 같은 날이 아니다. 시간은 도돌이표가 없기 때문에. 그렇기에 오늘은 어느 평범한 하루지만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어느 멋진 날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 평범하지만 멋진 날을 보내는 우리 한양인들. 그들의 곁에 살며시 다가가 보자.

아침, 행복한 하루의 시작 알리다.

한양대학교 병원의 하루는 분주하게 시작된다. 진료과 33개, 센터·클리닉 5개, 이 안에서 진료를 보는 200여 명이 넘는 의료진과 그보다 많은 수의 간호직과 의료기사들은 병원을 찾는 아픈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더욱이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식사을 제공하는 영양과의 하루 시작은 해뜨기 전부터 시작되고 의료진도 8시 반에 시작되는 외래 진료 전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상태를 보는 순회 진료를 하기 때문에 병원의 아침은 분주하다.

병원 신생아실/신생아중환자실 전미선 수간호사는 다른 날보다 일찍 병원으로 왔다. 어제 태어난 신생아의 건강이 걱정돼서다. 예정일보다 한 달 넘게 빨리 태어난 신생아는 몸무게도 너무 적게 나가고 열도 있었다. 출근을 하자마자 찾은 신생아는 다행히 열도 내리고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신생아실에서 근무한지 3년이 넘은 전 간호사지만 이렇게 아픈 아이들 생각에 아직도 잠을 설칠 정도다. “하루에 3명 정도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걸 보지만 볼 때마다 언제나 행복하고 신비롭다. 게다가 오늘처럼 아팠던 신생아가 건강을 찾고 단잠을 자고 있는 걸 보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말하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같은 시각. 또 한 대의 지하철이 한양대역과 한대앞역으로 들어오고 지하철에서 내린 한양인들은 학교로 향한다. 오늘도 한양대 안에서 수많은 하루가 흐를 것이다.

여유롭거나 또는 열정적으로 하루 보내기


오전 수업이 얼추 끝난 시간. 김민지, 김향비, 박유진, 이수진, 이소정, 장윤선(공과대·응용화공생명 1) 양은 노천극장에서는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느끼며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여섯 명은 ‘이번 애한제에는 어떤 연예인이 나오는지’, ‘신입생 일 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박유진 양은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너무 자유스러운 대학생 생활을 즐기다 보니 일 학기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가을학기는 추석연휴 때문에 더 짧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옆에 있던 김향비 양은 “이렇게 친구들이랑 있으면서 공부 외에 더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수진 양은 “고등학생 땐 교복이 그렇게 싫었는데 아침마다 뭐 입을지 걱정할 때면 교복 생각이 나기도한다. 특히 멋진 남학생이라도 있는 수업 날에는 더 그런다”며 수줍게 얘기했다.

인문대 앞으로 가면 열정적으로 하루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자연과학대학 안형진, 이정진, 윤초석, 정일섭(자연대·자연과학 1) 군은 농구를 하고 있었다. 정일섭 군은 “시험공부하기 전에 기분풀이로 한다는 것이 친구들 승부근성을 자극해 이제 진지하게 하고 있다”며 말했다. 또 “아직 일학년이라 공부보단 ‘어떻게 하면 더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다들 일학년 생활 다시 돌아오는 것 아니라고 생각해서다”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나름의 이유를 얘기했다. 농구 구경을 하던 장석진(인문대·사학 4) 군은 “나도 일, 이학년 땐 저렇게 보냈던 것 같다. 또 그때 추억으로 대학생활 후회 없이 즐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저렇게 즐겁게 놀 땐 이런 얘기 들리지도 않겠지만 한 가지 충고를 하자면 ‘그래도 성적만은...’(웃음)”이라고 선배의 충고도 한 마디 남겼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까지 바쁘게 살아가는 한양인


이제 수업이 끝난 오후다. 많은 학생들은 집으로, 약속장소로 학교를 떠났다. 그럼에도 학교 안에는 아직도 많은 한양인의 수만 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해가 질 무렵, 한양프라자 안에서는 검도호구를 갖추고 연습을 하고 있는 검도부도 볼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에 터지는 검도부의 기합 소리는 조용한 저녁 하늘에 힘차게 울린다. 검도부 회장 이상필(사회대·행정 2) 군은 “아무리 힘든 하루여도 다들 검도부 연습은 빠지지 않는다. 검도는 예의를 갖춘 무도라는 것. 서로 실력을 겨루면서 인연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검도부의 매력이다. 다른 이들이 술을 마시면서 친목을 도모한다지만 이렇게 몸과 몸이 부딪치면서 쌓는 친목만 할까 생각해봤다”고 열정을 간직한 검도부를 얘기해줬다.

또 있다. 열정을 간직했지만 가장 조용한 백남학술정보관. 그곳에는 많은 학생들이 열람실에 앉아 있다. 박봉석(경영대·경영 4) 군은 “휴학 기간동안 흐지부지 보내지 않기 위해 매일 학교에서 공부한다. 또 자격증 시험도 얼마 안 남았기도 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휴학생들이 매일 규칙적으로 일찍 등교해 열람실 자리를 맡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휴학생으로서 각자의 목표와 계획을 갖고 자신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양인들의 눈에는 초롱초롱한 뚜렷함이 있었다.

백남학술정보관 말고도 늦게까지 공부하는 이들이 모인 곳은 많다. 학교 연구소들이 바로 그곳. 밤 10시가 넘은 시각 신소재공학관의 생물분리공정연구실에도 석·박사 과정의 연구원들이 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남희근(공과대·화학 석사과정) 군은 “교수님이 보라고 하셨던 연구 논문을 읽고 있었다. 어떤 장비를 이용해 생물에서 단백질을 더 빨리 분리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논문이다. 역시 학부생 때보다 훨씬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고 또 어려운 만큼 배울 것도 많은 것 같다. 매일 힘든 것도 모르고 즐겁게 하고 있다”고 대학원 과정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연구실이 모여있는 신소재공학관은 밤 12시가 넘은 시간까지도 불이 켜져 있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든 날들은 특별하다. 오늘 일어난 일들이 각자에겐 모두 의미 있는 일들일 것이다. 오늘 하루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고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길 빌어본다.

한승훈 학생기자 hanssig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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