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봄에는 빛나는 아침 이슬이 금강석 같다고 ‘금강산(金剛山)’,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깔려 신록의 경치를 볼 수 있다 해서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붉게 타는 단풍이 바위와 조화롭게 어울려 ‘풍악산(楓岳山)’, 겨울에는 마치 금강산 봉우리들이 모두 뼈를 드러낸 것 같다 고 ‘개골산(皆骨山)’.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계절에 따라 독특하고 매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금강산은 이제 북녘 땅만이 아닌, 한반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빨갛고 노란 단풍이 수놓아진 ‘풍악산’, 그곳으로 150명의 한양인들이 가슴 벅찬 ‘금강산 통일기행’을 다녀왔다. 2박 3일의 짧은 금강산 여행은 한양인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사회와 문화를 엿보게 해준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지난 25일 아침, 서울캠퍼스 한마당에는 ‘금강산 통일기행’의 참가를 위해 150명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간단한 아침식사와 참가단 발대식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탄 학생들의 표정에는 부푼 기대감이 역력했다. 육로 관광으로 기획된 이번 금강산 기행은 기행단을 태운 4대의 버스가 정문을 나서는 것으로 본격적인 2박 3일 일정이 시작됐다. ‘금강산 통일기행’을 준비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사무국장 변형관(법대·법학 4) 군은 “기행단 150명의 학생들이 경치 좋은 금강산에서 화합과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행사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또한 남북 정상회담 이후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는 통일정세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늦은 오후, 기행단은 남측 출입사무소(CIQ)와 통일 전망대를 지나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북측 군인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철저한 통관 절차를 마친 뒤에야 기행단은 진정으로 북녘 땅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금강산 기행 참가자 김문영(경금대·경제금융 3) 양은 “북측 군인들의 위엄에 긴장하기도 했지만, 우리와 똑같은 생김새를 가지고 똑같은 언어를 쓰는 모습을 보니 반갑고 친숙하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소로 향하는 동안에는 북한 사회의 일상생활과 북한주민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김 양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측과 북측의 모습이 반세기의 시간을 지나면서 얼마나 많이 변해왔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둘째 날이 밝았다. 이른 아침 금강산 등산로로 향했다. 기행단은 외금강 구룡연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했다. 해인사 스님이 와 머물고 있는 신계사를 지나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 기행단은 북측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금강산 등반을 시작했다. 산삼과 녹용이 녹아 있다는 ‘삼록수’에서 목을 축인 기행단은 자연돌문 ‘금강문’, 수정같이 맑은 물이 폭포를 이루며 구슬처럼 흘러 내린다하여 이름 붙여진 ‘옥류동’, 두 개의 파란 구슬을 연달아 꿰어 놓은 모양의 ‘연주담’을 지나 ‘구룡폭포’에 도착했다. 아름답게 물든 단풍과 깎아내린 듯한 기암절벽, 그 사이로 세찬 물줄기를 쏟아 내리는 에메랄드빛 폭포에 기행단원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승훈(공과대·시스템응용 1) 군은 “금강산에 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에 놀랐다”며 “사진으로 그 모습을 담긴 했지만 지금의 감흥은 되살아 날 수 없을 것 같다”며 금강산의 절경을 칭송했다.

산에서 내려온 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옥류관 냉면을 맛보았다. 옥류관 직원은 엉거주춤하게 냉면을 비비는 모습을 보며 친절하게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기행단은 금강산 온천욕으로 고된 일정의 피로를 풀었다. 신미란(경금대·경제금융 3)양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물에 몸을 담그며 금강산의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던 노천탕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온천욕 후에는 금강산 교예단의 공연 관람이 이어졌다. 교예단원들이 아슬아슬한 교예를 뽐낼 때 마다 관객들은 숨을 멎고 지켜봤다. 공연 마지막 부분에는 교예단과 관객들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뭉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로 돌아가기로 예정된 날, 기행단은 마지막으로 삼일포를 찾았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삼일포는 그 명성답게 맑고 깨끗한 호수의 절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넓게 트인 삼일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기행단원들은 통일을 염원하며 해산식을 가졌다. 해산식에서 총학생회장 심현수(인문대·독어독문 4) 군은 “이번 기행이 참가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며 “이 추억을 거름삼아 한양인으로서 맡은 바 본분을 다한다면, 스스로의 발전은 물론 통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귀중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금강산 통일기행’은 고구려 역사유적 탐방, 제주도 자전거 기행에 이어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준비한 세 번째 행사다. 총학생회 탐방 및 기행 프로그램은 신선한 기획, 사전 모임을 통한 철저한 공지, 유익한 내용 구성 등으로 참가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글 : 김정현 학생기자 rjsgkwhdk@hanyang.ac.kr
사진 : 한소라 취재팀장 kubj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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