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전기·생체공학부 교수
지난 3월에 열린 ‘2018학년도 연구실적 우수교원 시상식’에서 이주 교수가 공학 부문 HYU학술상을 받았다. ‘에너지변환연구실’을 운영하며 전기기기 설계 및 제어 분야를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 이주 교수와 함께 연구실 식구들인 정동훈 학생(전기공학과 박사 5기)과 임종석 학생(전기공학과 박사 4기) 이 수상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 <사랑한대>가 함께했다.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한양대학교 최대 규모의 연구실
21년 동안 박사만 64명. 한양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에너지변환연구실에서 배출한 박사의 수다. 이 중 22명은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20여 명은 국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연구실에 소속된 대학원생 수도 60명에 이른다.
“에너지변환연구실은 인력, 연구비, 연구 실적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자랑하는 한양대 최고의 연구실입니다.”
공학 부문 HYU학술상을 수상한 이주 교수에게 수상 소감을 청하자 연구실에 대한 자긍심 넘치는 멘트로 소감을 대신한다. 어쩌면 우문현답. 최고의 연구실을 이끌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HYU학술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이주 교수는 그동안 잘 따라준 학생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며, “엔지니어링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실을 소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훌륭한 연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며 지식을 넓혀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이주 교수의 지론이 담겨 있다.
“연구실 운영 시 융화와 배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습니다.”
전기기기 설계와 제어, 모두 가능한 융합 인재 양성
이주 교수가 운영하는 에너지변환연구실은 에너지 변환 기기의 전자계 해석을 기반으로 기기 설계 및 개발과 제어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철도 차량, 가전기기, 견인용 전동기, 자동차용 전장품, 다자 유도 구동 시스템 같은 다양한 전기기기를 설계하고 제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기기기 분야에서는 설계 연구나 제어 연구 중 한 분야만 진행하기도 쉽지 않은 일. 그런데 이주 교수는 설계 연구 및 제어 연구를 결합해 전기기기 해석과 설계, 제어가 모두 가능한 인재 육성을 연구실의 목표로 삼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그러나 가야 할 길을 걷는 것이 이주 교수가 연구자로서 고집하는 사명감이기 때문이다. 혹시 기기 설계와 제어 연구를 융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평소 궁금증을 갖고 있던 정동훈 학생이 이주 교수에게 물었다.
정동훈학생 : 전기기기 설계만 연구하기에도 분야가 광범위한데 어떻게 설계와 제어의 융복합 연구를 결심하셨나요?
이 교수 : 전기기기 연구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욕심으로 남들보다 목표를 높게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당연히 두 분야를 융합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수기로 계산해야 했으니 설계 연구만 해도 할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컴퓨터로 계산하는데 제어를 모르고 설계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하지만 두 분야를 융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그동안의 심경을 토로하는 이주 교수. 기기 설계와 제어 분야의 융합을 위해 그는 남들보다 몇 배로 땀을 흘려야 했다. 최근 3년간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기술 논문 인용 색인)급 저널에 발표한 논문 수만 42편. 특허등록 13건(프로그램 등록 2건), 기술이전 1건의 연구개발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IEEE 트랜잭션 온 마그네틱스(IEEE Transactions on Magnetics)>에 발표한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하이엔드 동기형 릴럭턴스 전동기 설계’에 대한 연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3D 프린팅 기술을 전동기에 접목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릴럭턴스 전동기는 유도기를 대체해 산업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기기를 말한다. 이주 교수 연구팀은 기존에 갖고 있던 형상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동기 방식에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시켜 출력 밀도를 향상시켰다. 또한 전기·전자 분야의 최고 저널인 <IEEE 트랜잭션 온 인더스트리얼 일렉트로닉스(IEEE Transactions on Industrial Electronics)>에 게재된 ‘공정 손실을 고려한 IE4급(International Efficiency, 국제 에너지 효율 등급) 라인기동식 동기형 릴럭턴스 전동기 최적 설계’에 대한 연구는 IE4급 라인기동식 동기형 릴럭턴스 전동기의 공정 손실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추가적인 유한 요소 해석 기법을 개발해 해석의 정확도를 높였다. 이는 자석을 쓰지 않거나 저렴한 자석을 사용해 고효율 전동기를 제작하는 비희토류 전동기의 연구개발 사례다.

우수한 연구는 열정적인 강의로부터
“저희 연구실에서 배출한 인재들이 대기업, 연구소, 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전기기기 분야의 각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며 우리나라 전기기기 분야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자신합니다.”
이주 교수에게 에너지변환연구실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은 그 어떤 상패와도 바꿀 수 없는 영광스러운 훈장이다. 교수의 본분은 사회에 꼭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훌륭한 연구 성과는 학부 강의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누군가는 연구자와 교육자의 역할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이주 교수는 우수한 연구 성과의 비결은 연구자 이전에 교수로서 인재 양성에 힘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부 강의에서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면 그것이 선순환을 이루며 연구 성과로 이어집니다. 강의를 들은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실에 많이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강의 우수 교수상을 네 번 받았는데 교수로서는 이 상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제자들이 원하는 곳에 취직해 원하는 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다. 교수로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냐고 말하는 이주 교수. 제자들에 대한 그의 지극한 애정을 익히 알고 있는 임종석 학생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다.
임종석 학생 : 교수님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 교수 : 나이가 드니까 추억을 먹고 산다는 의미를 알겠습니다. 학생의 본분인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토론도 열심히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이 많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지는 법이거든요.
이주 교수 또한 제자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연구실 학생들과 스키장에 가는가 하면 등산, 축구, 래프팅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출판은 교육자로서 마지막 소명
이주 교수는 3년 전부터 ‘영구 자석 전동기 설계 제어’에 대한 책을 출간하기 위해 원고를 집필하는 중이다. 이미 2011년, 전기기기에 대한 책을 펴냈는데 많은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면서 전기기기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마치면 연구실에서 배출된 우수한 논문들을 잘 정리해 책으로 발간하고 싶습니다.”
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집대성하는 작업도 후학을 양성하는 데 꼭 필요한 일임을 깨달았다는 이주 교수. 제자들 그리고 동일 분야의 인재들이 참고할 만한 책을 남기는 것, 이주 교수가 그리는 교육자로서의 마지막 과업이다.
사자뉴스
lovehy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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