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새 장을 연다

주인공이 눈을 감고 있어도 자율로 주행하는 자동차. 운전자의 고개가 일정 각도 아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승용차. 주차모드로 전환하면 자동으로 주차해주는 똑똑한 자가용. 불과 수 년 전만해도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상용화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 같은 첨단 기능이 네트워크 기반으로 연결 돼 컴퓨터로 모두 조절하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1월 수상자로 네트워크 기반의 전자제어시스템 설계기술을 개발한 본교 선우명호(공과대·기계) 교수를 선정했다. 미래형 자동차를 선도하는 선우 교수를 찾았다.

국가가 선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받으셨다. 수상 소감을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기도 하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본교 교수로 부임하기 전 몇 가지 목표가 있었다. 공과대학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실을 만들겠다는 것과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꿈들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 같아 기쁘다. 그리고 과학기술자상 선정으로 받게 된 소정의 상금을 연구하는데 보탤 수 있고, 과학기술부에서 하는 여러 연구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받들고 있는 주요 산업으로 반도체, 조선과 함께 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매년 3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내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ACE Lab)의 연구 실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네트워크 기반 전자제어시스템이란 무엇인가?

네트워크 기반 전자제어시스템은 자동차에 장착되는 각종 첨단 전자장치들이 유기적으로 동작할 수 있게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의 업계 추세를 살펴보면 환경, 에너지, 안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는 곧 지능형을 말하는데, 운전자가 모르는 상황에서도 자동차 스스로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벤츠에서 만든 승용차에는 보통 130개 정도의 제어장치가 들어가는데 이 장치들이 앞으로는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그렇게 되면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고, 공유된 정보들 덕분에 자동차의 성능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지금껏 해외에 지불했던 원천기술에 대한 기술료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자동차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원래 차를 굉장히 좋아했다. 미국에 건너갔을 때 처음으로 가진 차가 1970년형 포드인데 8기통에 배기량이 6천 2백CC 였다. 그런데 계속 차를 가지고 다니다 보니까 차가 너무 좋아졌다. 필립스 연구소에 있다가 제너럴모터스(GM)로 옮긴 후 회사 측에서 장학금을 줘서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결국 학위논문도 자동차에 관한 것으로 쓰게 됐다. 전기공학을 전공했던 경력은 오히려 자동차 연구에 수행하는데 큰 경쟁력이 된 셈이다. 한 분야의 지식만 가지고 먹고 살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난 2003년에 국가에서 지정한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 중 ‘미래형자동차’ 사업부문 기획단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자동차와는 뗄 수 없는 인연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향후 계획을 듣고 싶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환경’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지는 ‘친환경’이다.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정보나 전기·전자 등이 정보통신과 융합해야 한다. 미래형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여러 영화에서 보듯 운전자가 요구하는 대로 자동으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돼야 한다. 오는 2010년이 되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제어장치 가격이 전체 차량가격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사용하는 주요 전자제어장치는 대부분 외국 업체를 통해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기술료 지불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금껏 선진국에서 독점했던 설계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영국에 소재한 세계적인 자동차 엔지니어링 회사인 리카르도(Ricardo)를 비롯한 여러 연구소와 협력하면서 다양한 연구를 해나갈 생각이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공과대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좋아하는 시(詩) 중에 로버트 프로스트가 지은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 있다. 학부생을 비롯한 후배들에게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지 말고, 가지 않은 길을 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떤 길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시작부터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가령, 기계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도 전자·전기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으면 관련 수업을 들어야 한다. 또한 영어 공부를 강조하고 싶다. 특히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영어는 필수다. 컴퓨터 언어가 독일어,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돼 있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프로그래밍을 다루는 사람에게 영어능력은 기초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인 셈이다. 끝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항상 학생들에게 묻곤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시간이 가장 잘 가느냐?’고 말이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

글 : 정 현 취재팀장 opentaiji@hanyang.ac.kr
사진 : 김기현 사진기자 azure8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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