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의 매력에 빠지다

각자 가슴에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온 대학생들. 지성과 지식의 전당이라는 대학에 들어와 어떻게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할 것인가는 하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고민거리다. 누군가는 영어가 기본이라며 토익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입상경력이 필요하다며 공모전 준비에 바쁘다. 어떤 이는 인턴 경력이 필요하다며 회사에 지원하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이는 국제화 시대에 살아있는 세계 문화를 체험하겠다며 공항을 나선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일.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 대학생으로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즉 배우고 있는 수업에 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교수님과의 수업이 공부의 시작이자 길잡이라고 한다면 수업이 끝나고 받는 과제는 수업의 연장이자 완성이다. 대학생활에서 뺄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학과 수만큼 다양한 과제의 종류 속으로


학생들이 전공하는 학과 수만큼 많은 것이 과제.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과제도 이를 풀어가는 방법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진영(공과대·기계 2) 군. 김 군은 오늘도 아침 일찍 도서관에 도착해 자리를 잡는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료역학 책을 펴고 연습문제를 푸는 김 군. 그는 “수업 하나가 끝나면 거의 매번 과제가 나온다. 보통은 책의 연습문제를 풀거나 증명하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첫 번째 과제 유형은 이와 같은 문제풀이형 과제다. 공대와 경금대 등 공식을 통해 해결하는 과목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명확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 맞고 틀림이 확실하기에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보통 혼자 해결한다는 특징도 있다.

백남학술정보관 1층 정보검색실로 들어가자 국회도서관 전용 컴퓨터에서 검색을 하고 있는 학생이 눈에 띤다. ‘한국의 인구변화’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다는 서동균(사회대·신방 2) 군. “인구 변화에 대한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먼저 국회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고 이를 분석해 이론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 군은 “내용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자료를 잘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서 군이 수행하고 있는 과제는 학술형 과제로 분류된다. 이는 소논문 형식의 과제를 제출하는 것으로 인문, 사회분야 수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과제 종류다. 조사, 분석, 해석이 순서대로 이뤄져 논리성이 요구되는 과제다.

세 번째 과제는 예능형 과제이다. “There is no remedy. this is course of service!”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의 한 단락이다. 몇몇 학생들이 모여 연극 연습 중이다. 이들은 영문과 3학년 수업인 ‘셰익스피어와 르네상스’를 듣는 학생들. 이들의 과제는 오셀로를 연극으로 연출하는 것. 학생들은 한 달 여 전부터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연출과 배우 등 각자 맡은 역할에 맞춰 맹연습중이었다. 수업 3조의 연출을 맡은 김정은(인문대·독문 3) 양은 “셰익스피어 시대에 만들어진 문학은 당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연극을 연출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이번 연극을 연출하면서 등장인물의 관계나 상황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수업 과제를 평했다. 사교 무용 과목의 춤, 사진학 개론 수업의 사진 촬영과 같은 과제가 이에 속한다. 이런 예능형 과제의 특징은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 도서관에 앉아 머리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실 밖에 나와 몸을 움직여야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서울캠퍼스에서 최신 시설을 자랑하는 경영대 건물 2층. 많은 학생들이 토의 중이다. 이들은 조별 활동을 통해 과제를 해결하고 있는 경영대 학생들. 김영귀(경영대·경영 3) 군은 “조별 활동은 혼자만 잘해선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다. 조원들의 조화 및 협동을 바탕으로 계획에 맞춰 프로젝트를 마쳐야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가서도 다른 사람들과 하는 일이 많을 테니 그에 대한 연습이기도 하다”며 조별 활동의 특징에 대해 말했다. 조별 활동은 일정한 주제를 정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학기 내내 조원들이 함께 해결하는 과제이다. 여러 사람이 같이 하기에 서로간의 의견을 존중하고 계획에 맞춰 과제를 차근차근 진행해야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과제가 머리에도 남는다.


한 학기가 지나다보면 수많은 과제를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억에 남는 과제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떤 과제를 기억하고 있을까? 과제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안형수(의대·의학 2) 군은 지난 학기 들었던 문제 중심 학습 수업(PBL) 과제를 이야기했다. 문제 중심 학습 수업은 단순히 교수의 강의만 들어서 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능동적으로 과제를 풀어가며 참여하는 수업이다. 수업은 환자가 특정한 병에 걸린 상황을 가정해서 단계별로 구성한다. 예들 들어 수업 시간에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에 병원에 찾아 왔다는 상황을 부여 받으면 학생들은 조별로 모여 환자의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스스로 학습할 주제를 찾아 과제를 해결한다. 안 군은 몇 달이 지금도 당시의 풀었던 과제 내용이 생생하다고 말한다. 이어 안 군은 “수업이 진행되고 가상의 환자가 치료되는 것을 보며 자신의 전공에 대한 흥미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며 과제가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더욱 더 심어줬다고 얘기한다.

김주환(사회대·신방 3) 군은 자신의 인생의 변화를 주었던 과제를 인상 깊었던 과제로 꼽았다. 김 군은 자신이 들었던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이해’ 강좌의 과제 이야기를 했다. 이 수업의 과제는 미래의 자신과 현재의 본인 사이에 대화록을 만들어 오는 것. 김 군은 “처음에는 무슨 목적의 과제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의 나와 가상의 대화를 하고 난 후 내 인생의 목표, 계획, 마음가짐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모호하게 생각했던 미래의 대한 준비과정이 확실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한 번의 과제를 통해 인생의 미래와 소통을 하고 현재의 방향을 잡았다는 김 군. 이처럼 과제는 단순히 지식만을 쌓는 과정이 아닌 자신에 대한 성찰 기회를 주기도 한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김지훈(경영대·경영 4) 군. 김 군은 현재 취업전선 최전방에 서 있는 학생이다. 김 군은 최근 기업 면접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다. 김 군은 기업 최종 면접에서 가상 상황에 처해있는 기업의 상황과 해결책을 10분 내에 발표하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김 군은 “긴장된 순간이었지만 마침 조직관리 과목에서 과제를 통해 공부했던 내용이라 성공적으로 발표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군은 “조직관리는 학기가 진행되던 때 많은 과제로 힘들었던 기억만 있던 수업인데,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결정적인 순간 도움을 준 과제. 지금 우리들이 해결하고 있는 과제도 이런 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까?

“논리적 흐름에 주목해 연관된 부분 폭 넓게 공부한 것이 좋은 과제”


그렇다면 어떻게 과제를 잘 할 수 있을까? 본교 교수학습개발센터 문제 중심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정희경(의대·의학) 교수에게 물었다. 정 교수는 “학생들의 과제를 평가 할 땐 과제의 논리적인 흐름에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논리적인 전개는 학생이 주제와 과제를 바르게 이해했는가를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정 교수는 “학생들이 과제를 할 때 단순히 특정 부분만 공부해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하며, “과제에 연관되어 있는 부분을 폭 넓게 공부해야 수준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능동적으로 과제를 해결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본교에서는 학생들의 과제 해결 및 발표 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 중이다. 서울캠퍼스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지난 9월부터 시행 중인 ‘두런두런’이 그것. 두런두런은 ‘Do Learn Do Run’을 우리 말로 발음한 것으로 학습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실시 중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두런두런에선 과제 해결 방법, 발표 방법 강의 등 실제 학교에서 과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 두런두런에 참여하고 있는 나용천(공과대·전자통신컴퓨터 1) 군은 “신입생이라 과제 해결 방법이나, 발표가 익숙지 않아 힘들었는데 두런두런을 통해 공부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과제를 해결할 방법을 몰라 헤맨다면, 두런두런이 그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활의 빠지지 않는 감초, 과제


과제의 사전적 의미는 ‘처리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과제를 맞이하게 된다. 대학 입학, 취직 등 우리의 인생은 과제의 연속이다. 한 개의 과제가 풀면 한 계단을 올라가고, 풀지 못하면 그 자리에 머무르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가 수업 내에서 해결하는 과제는 학생이 진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작지만 그 돌을 모으고 모으면 언젠가는 목표한 위치에 다가가게 된다. 가끔 귀찮고 하기 싫은 과제. 이제 그 과제를 학생들의 꿈에 다가가는 친구로 생각하는 것을 어떨까?

장준현 학생기자 ast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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