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상아탑 넘어선다
산학협력 성공신화 이어간다.
교내 실험실 벤처 1호 기업인 ‘임뮤노씽크’는 가장 성공적인 창업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0년 창업한 임뮤노씽크는 본교 류마티스 병원장과 류마티즘 연구소장를 역임한 김신규(의대·의학) 교수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류마티스학 분야에서 100여 종의 류마티즘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진단 신약을 개발했다. 그는 세계적 규모의 제약회사에 특허권을 넘기는 대신 국내외 12개국에서 25건의 특허를 획득하며 이를 기반으로 임뮤노씽크를 창업했다. 임뮤노씽크는 진단시약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비화학요법을 이용한 기능성식품 사업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비화학요법을 통해 부작용 없는 천연물질을 이용한 치료 가능성을 열었고, 세계 최초로 개설한 ‘조기관절염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는 임뮤노씽크는 지난 6월 산학협력기금 1억 원을 본교에 기부하기도 했다.기술이전 성과도 눈부시다. 기술이전이란 대학의 기술을 기업체에 이전해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대학의 기술이전 사업이 최근 3년간 250% 증가하는 등 대학이 고부가가치 창출사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본교 이공계의 경우 보유기술 이전을 통해 12억 5천만 원의 기술료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뽑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1월 수상자로 선우명호(공과대·기계) 교수가 선정됐다. 선우 교수가 개발한 ‘네트워크기반 전자제어시스템 설계 기술’은 자동차에 장착되는 각종 첨단 전자장치들이 유기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그 결과 선진국이 독점해 온 핵심 설계기술을 국내 자동차업체에 기술 이전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전자제어시스템 부분의 해외 기술 수입료를 연간 1억 달러 이상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산학협력단 : 기술이전, 실험실창업, 대학기업 창업의 산파
실용인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예는 산학협력단이다. 산학협력단은 본교의 고급과학기술인력을 산업현장에 활용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지난 2003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설립됐다. 창업보육센터, 기술이전센터 등 다양한 산학협력 인프라를 활용해 연구진흥, 연구지원, 기술이전, 창업보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산학협력단은 한국 대학 최초로 ‘한양대 상하이센터’ 법인 사무소 개소, 교육인적자원부 2단계 BK21 사업선정, 선도 기술지원 사업 2년 연속 최우수 대학 선정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보여 왔다. 최근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교수·연구원 창업순위에서 44명으로 본교가 1위를 차지했다. 이 역시 창업 타당성, 경영 능력, 창업 구성원 등을 꼼꼼히 검토하며 교수 창업에 조언하는 산학협력단의 역할이 컸다.이처럼 대학의 성공적인 기술사업화에는 본교 지원 제도의 역할이 컸다. 대학의 기술을 사업화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기술이전, 실험실창업, 그리고 지주회사 형태의 대학기업 창업이 그것이다. 기술이전센터는 고급기술을 지닌 교수 및 연구원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산업체를 연결해준다. 기술이전은 협상 과정이 복잡하지만 일단 협상이 타결되면 학교 측에선 기술이전료를 받으면 될 뿐 이후는 기업의 몫이다. 반면 실험실창업의 경우 산업체 설립은 쉬우나 유지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기술사업화를 전담하는 창업보육센터 김유신 팀장은 “교수의 실험실창업은 독보적인 기술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경영 능력이 떨어져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임뮤노씽크는 수많은 실험실창업 중 돋보이는 성공사례다”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형태의 대학기업 창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학협력단이 운영하는 자체 회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는 대학이 협력기업을 찾아 지분을 반씩 가지는 형태로 회사에서 나오는 이윤은 산학협력단의 연구지원에 재투자된다. 더 나아가 이 회사가 독립연구기관이나 독립연구소를 만들 수도 있다. 대학이 얻는 직접 이익이 더 큼은 물론이다.
성공적인 창업 돕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산학협력단이 교수나 대학원 연구원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산학협력단 산하 창업보육센터는 학생과 교수 등 한양 가족들의 성공적인 벤처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시설, 경영, 마케팅 등 각종 인프라를 제공한다. 매년 하반기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벤처창업경연대회, 교내 창업동아리 지원, 창업 강좌 등을 진행한다.특히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창업 강좌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여성과 직업’, ‘창업과 기업가정신’, ‘벤처실전전략’ 등 10여 개의 창업 강좌가 있다. 지난 학기 관련 강좌를 들었다는 김계영(경금대·경제금융 2) 양은 “창업아이템 선정과 사업타당성 분석 등을 사례 중심으로 배우는 것이 인상 깊었다”며 “패션에 관심이 많아 막연히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창업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구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안산캠퍼스는 학생들에게 인터넷에 대한 관심을 증대하고, 인터넷 관련 사업 발달에 부응하기 위해 ‘인터넷 창업 인증 교과목’을 개설했다. ‘창의력 개발과 기업경영’, ‘미래사회와 인터넷’, ‘인터넷 디자인과 창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세 과목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창업인증자격을 부여한다.
한편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은 사회교육원도 실용인 양성에 동참하고 있다. 사회교육원은 대학의 풍부한 시설과 우수한 교수진을 기반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커피전문가(바리스타), 천연비누·화장품지도사 등 실용학풍을 바탕으로 취업 및 창업과정과 자격증 취득 관련 강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사회교육원의 김순실 직원은 “청소년역사문화지도사, 미술치료지도사 등 사회교육원의 대다수 교육 과정은 수료 후 창업이 가능할 정도의 실질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상아탑 지식 나누는 것은 또 다른 ‘사랑의 실천’
대학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에 대해 학문연구에 힘써야 할 대학이 돈벌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지식과 기술은 그것이 전달돼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산학협력팀 김 팀장은 “대학이 지닌 고급기술을 산업체와 협력해 사업화하는 것은 협력의 주체는 물론 지역경제의 성장을 도모하는 발전적인 일이다”이라고 말했다. 지식의 상아탑에서 쌓은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본교의 교육이념인 ‘사랑의 실천’에 부합하는 일이다. 이제 상아탑을 넘어 사회에 손을 내밀 때다.
이현정 학생기자 norubia@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