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핵심 인재, 한양이 키운다"

올해도 과학기술분야의 금자탑이 세워졌다. 그 탑의 꼭대기에 한양의 이름이 영롱히 빛났다. 지난 달 29일 열린 ‘2007 대한민국 국회 과학기술대상’에서 신성우(공학대·건축) 교수가 ‘올해의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돼 대상의 영예를 누렸다. ‘과학기술’ 분야와 ‘대중문화·미디어’ 분야로 나눠져 시상이 이뤄지는 ‘대한민국 국회대상’에는 심형래 감독과 원더걸스, 박태환 선수 등이 수상자로 참석했다. 이렇게 한 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개인이나 단체가 받는 상이기에, 신 교수의 수상이 주는 의미가 더욱 크다. 그는 20년간 초고층 건설기술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해 초고층 건축 분야의 연구개발 방향을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응용과학기술분야에 있어 개인의 연구 업적과 한양의 위상을 높이 새긴 신 교수. 그가 쉼 없이 쌓아온 건축학부의 역사 또한 벌써 초고층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가 밟아온 층수를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의 높이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미래 성장 동력 ‘초고층 기술’ 주목한 ‘올해의 과학기술인’

신 교수는 지난 5월 건축분야 최초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그가 인정받은 공로는 현재 ‘올해의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된 이유와 같다. 바로 고성능의 콘크리트 재료를 활용함으로써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수명을 2배 이상 늘리며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지속가능한 초고층 건축물 구법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시킨 것. ‘지속가능한 초고층 건축물 구법시스템’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삼성동 현대산업 아이파크 등 국내 대표적인 초고층 건물에 적용됐다. 또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어 현재 시공 중인 버즈두바이 건설에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건축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을 고려한 초고층 건물의 실현에 그 의의가 있다. 이 분야의 선두에서 가장 주목받는 과학기술인으로 떠오른 신 교수는 ‘지속가능한 초고층 건축 기술’이 미래 성장 동력임을 자부한다.

“미래 성장 동력 기술은 국가 발전과 직결됩니다. 특히 이 기술은 제한된 땅의 효율적인 활용과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결합돼 있어요. 기술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세계의 환경을 위한 역할까지 겸할 수 있죠. 최근 낭비되는 에너지 70%와 탄산가스 40%는 자동차가 아니라 초고층과 같은 건축물에서 나옵니다. 이 중에서도 과다한 에너지 사용과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초고층 건물에 친환경 기술이 도입될 필요가 있죠.”

그는 먼저 한국의 도시 설계를 지적했다. 생산과 발전만을 위한 집중적인 건축이 이뤄진 나머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가 된 것. 삶의 질만을 높이려는 인간의 욕심이 그 바탕이 되어 환경을 파괴하는 건축물을 설계했다. 그는 삶을 개선하면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지속가능한 초고층 건축 기술’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고층건물은 주로 도시와 교통, 산업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현재의 건축물은 환경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기자는 환경을 고려한 도시 건설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도시를 물었다.

“프랑스 파리의 라 데팡스(La Defence)를 들 수 있어요. 이 곳은 파리 중심가 루브르 박물관과 개선문을 중심축으로 도심에서 8km 지점 세느강변에 조성된 파리의 부도심이죠. 이 46만평의 땅 위에 첨단업무, 상업, 판매, 주거 시설이 고층·고밀도로 들어섰답니다.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모든 기능들을 모아놓으면서 지하철, 주차장, 일반 교통, 보행공간 등을 체계적으로 배치하는 기법을 썼죠. 수도권이 복잡하다고 해서 지방에 행정수도를 만들고 정부 기능을 강제 이전시키는 한국과 비교돼요. 이동 중에 생기는 에너지 낭비야말로 엄청나죠. 그런 면에서 파리는 모든 기능을 고밀도 집중화시키돼, 친환경적인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든 거예요. 그곳의 ‘파레타워’는 곡선의 예술적인 면과 환경과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건축물입니다. 이런 초고층 건물들이 환경뿐 아니라, 그 도시의 문화적 예술성과 역사성까지 대표하고 있는 것이죠. 파리는 역사가 깊은 도시기에 600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이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신바람 나는 건축, 한국 대표 공학인 만든 힘

초고층 건축 기술에 대한 그의 관심은 고강도 콘크리트 연구의 연장선이었다. 77년 본교 건축과를 졸업한 그는 고강도 콘크리트가 초고층 건물에 사용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미국, 프랑스와 인도 정부가 초청하는 ‘콘크리트 세계 10인의 학자’, 미국 콘크리트 학회(ACI)가 수여하는 ‘구조분야 최우수 논문상 수상자’였던 그는 현재 초고층 건축 기술 분야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서 있다. 최근 국가인력자원연구센터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하는 30명의 공학인 중 한 사람이 되기까지, 신 교수는 건축 분야에서 신바람을 찾은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된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건축 공부가 무척 신이 나더라고요.(웃음) 이것을 할 때만큼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으니까요.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또 교수가 되어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가르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게 이런 삶에 대한 기회가 주어지고, 사회가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니 더 이상 바랄게 없죠. 언제나 부족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충하고 수정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모든 일을 해왔어요. 이것이 지금 내 모습을 만든 가장 큰 토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한양 지도자 양성하는 ‘세계화 전략’

건축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찾은 그가 열정을 간직한 채 모교의 강단에 선 것도 벌써 21년째. 건축학부와 역사와 함께 첫 발걸음을 내딛은 그가 주체가 돼 지은 건물만도 안산캠퍼스에 벌써 6개다. 특히 2005년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신규 과학·공학연구센터(SRC/ERC)인 ‘친환경건축센터’와 초고층 건물 실험을 위한 풍동실험실을 갖춘 ‘풍환경 실험관’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이러한 연구 환경 제공 외에도 ‘세계화 전략’에 따른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00년 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한 대학 건축학과 평가에서 당당히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이래 싱가포르 대학과의 국제공동강의가 5년째, 국제 건축사 연맹(UIA)가 인정한 ‘아시아 국제 건축 올림피아드’가 3년째 진행 중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축학부를 만들기 위해 외연을 넓히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길을 만드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화’라는 목표 하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인재 양성소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싱가포르 국립대와의 연계를 통해 올해도 20명의 학생들이 한 학기 수업과 더불어 국제 인턴십을 하고 있어요. 건축계에서 국가가 지정한 유일한 ‘친환경 연구센터’, 국내 유일한 BK사업단 등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통해‘해외 유학 없이’본교 학부만 졸업해도 국제 학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외화를 낭비해가며 공부하기보다, 외국과 대등한 수준의 교육이 한국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죠. 계속 외국의 교육에 의존하다 보면 지식조차 그에 종속되기 마련이니까요.”

건축 분야와 인생에 있어서 선배의 입장인 신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찾고, 그를 위한 추진력을 얻는 데에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교수의 임무를 다할 뿐”이라는 신 교수는 학생들을 미래 핵심 인재가 되는 길로 인도하고 있다. 자신이 다져온 토대를 밟고 더 높은 꿈을 실현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를 거듭하며 쌓아온 건축학부의 역사는 문득 고개를 들어 보았을 때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금자탑’으로 자리 잡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바벨탑의 신화’ 실현을 위해 그는 학생들에게 항상 자신이 지도자임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한다.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가 돼야 합니다. 졸업한 학생들의 반만 건축을 하라고 조언해요. 정치,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될 전략을 세우고 그곳에 뛰어들라고 말이죠. 건축에는 예술·공학·인문학·상업 등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에서 자신만의 꿈과 이상을 우뚝 세우는 인재가 돼야죠. 또한 주목받는 인재는 ‘윗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능력,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실현과 거리가 멀어지죠. 윗사람에게 인정을 받는 다는 것은 곧 가정과 사회, 국가 속 그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집니다. 자신의 윗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니까요.”

“한국 기술로 성공하겠다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내 마지막 임무”

장차 리더가 될 이들이 모인 건축학부에는 여느 과와 마찬가지로 매년 사은회가 열린다. 신 교수는 이 사은회 또한 학생들을 위한 것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특별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사은회를 진행하돼, 남은 비용의 반은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그 나머지는 책을 산다는 것이다. 졸업생들이 학부생 때 가지고 싶었던 책을 구입해 학과에 기증을 한다. 이 책에는 ‘청출어람(靑出於藍)’ 후배가 되라는 의미가 담긴다. 매년 이렇게 진행해 온 까닭에, 작지만 큰 힘을 가진 도서관이 학부 내에 자리 잡았다. 작고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한 꿈은 마침내 가장 높은 곳의 별이 되어 찬란한 빛을 쏟아낼 준비를 마쳤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마지막 프로젝트의 목표는 다름 아닌 ‘세계 10위권 진입’이다.

“내년 교육부에서 ‘월드 클래스 유니버시티스(WCU) 프로그램’을 통해 10개 대학을 선정합니다. 한 학교가 100억 원씩 지원받는 대형 프로젝트죠. 이를 유치해서 안산캠퍼스 건축학부가 적어도 5년 내 세계 10위 안에 진입하려고 해요. 우리 과는 이미 5년 전에 ‘세계화 전략’이 시작됐고, 앞으로 5년 더 진행하면 세계 10위권은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기술로 성공하겠다는 학생들에게 그 길을 열어주는 것이 내 마지막 임무에요.”

기자는 ‘세계 10위’라는 큰 목표가 실감이 나지 않아 그에 대한 가능성을 재차 물었다. 그럴 때마다 신 교수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활시위는 당겨졌다. 정확한 목표지점을 향한 집중과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 교수는 이미 관련 학문을 세계 유수 연구소와 경쟁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위치로 발전시켜 놓았다. 그의 업적을 딛고, 한양 인재들은 세계의 중심에서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을 꽃피워 낼 것이다. 미래 한양 건축학도들이 세계 인류·환경을 위한 공간 구축을 통해 한양의 위상을 한층 더 드높이는, 그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

글 : 한소라 취재팀장 kubjil@hanyang.ac.kr
사진 : 공준식 학생기자 ball6567@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신 교수는 지난 77년 본교 공과대 건축과를 졸업했다. 워싱턴 대학에서 구조공학과 석사와 시공관리 석사를 취득한 후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구조공학 박사를 마쳤다. 86년 본교 강단에 선 이후 위클리한양 금주의 한양인에 실리고, 자랑스러운 본교 건축과 동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지난 92년 ACI 구조분야 최우수 논문상과 99년 한국콘크리트학회(KCI)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엔 한일월드컵 경기장 시설전문위원으로서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 5월엔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선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건축물 유지 관리 분야에 있어 건설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또한 그는 프랑스 고강도 콘크리트 국제회의 운영위원, 미국 조적조 및 콘크리트 국제 세미나 국제운영위원, 좌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한국 초고층 건축 포럼’ 의장,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친환경건축센터(ERC) 소장 등 수많은 민영·공영 기업에서 연구원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최신 콘크리트 공학」, 「초고층 건축물 디자인과 설계기술」, 「친환경 건축물 성능평가와 설계기술」 등이 있다. 그는 초고층 건축 분야의 연구 업적을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달 29일 ‘2007 국회과학기술대상’에서 ‘올해의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됐다.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