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와 도전 거듭해 한국 영화계 버팀목으로 거듭나길'

“방학동안 어떤 영화를 보셨습니까?” 겨울방학 동안 줄지어 개봉한 많은 영화들 중에, 한 편 정도는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심지어 최근 문화생활에 소홀했다고 생각하는 기자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봤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이 영화, 한양인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생순’ 외에도 ‘내 사랑’, ‘원스 어폰 어 타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마지막 선물’ 등 한양인들의 영화들이 방학 극장가를 장악했다. 이쯤 되면 우리 모두 방학동안 본 영화를 손꼽아 세어 보자. 한양인이 만든 영화는 하나쯤 다 포함돼 있지 않은가. 어느덧 한국 영화계에 있어 한 축을 든든히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충무로를 휩쓴 한양인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이한(연영 94년 졸) 동문의 ‘내 사랑’

작년 12월 중순에 개봉한 ‘내 사랑’은 지난달 1일 8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판 ‘러브액츄얼리(Love Actually)’라고 불린 이 영화는 여러 인기배우들의 참여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남녀 다섯 쌍의 사연들이 교차하며 전개되는 사랑이야기를 그린 이한 동문은 ‘연애소설’, ‘청춘만화’에 이어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이 동문은 “사랑이야말로 모든 걸 통틀어 가장 순수한 감정이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속에 나오는 지하철은 그 어느 공간보다도 특별하다. 주인공들의 만남과 사랑이 교차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 동문에게 있어 젊음을 함께한 소중한 공간이었던 것. 애지문으로 이어지는 ‘한양대’ 역으로 학교를 오고가며 이용하는 지하철 2호선, 그곳에 젊음과 사랑과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영화 가득 아름다운 여운을 남겼다. 그는 “학교를 다닐 때 지하철은 내 집이었고, 내 사랑과 젊음도 지하철과 함께였다”며 “지하철의 모든 의미와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영화에 출연한 정일우 군은 본교 연영과 08학번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임순례(영문 85년 졸) 동문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정말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그 실화를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은 현재 전국 4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스포츠와 여성영화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을 예고했다. 이후 관객들의 꾸준한 입소문을 타면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등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국영화에 활력소가 됐다. 실제 남녀 국가대표 핸드볼 팀의 재경기 승리라는 호재까지 겹치며 흥행 순풍을 탔다.

‘세 친구'로 장편상업영화에 데뷔한 임순례 동문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여섯 개의 시선' 등을 통해 그동안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줄곧 카메라에 담아왔다. ‘우생순' 역시 금메달을 따지 못한 비주류 운동인 핸드볼, 그 중에서도 여자 선수들의 아픔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이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사랑과 믿음을 되찾는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며 “슬프지만 툭툭 털고 앞으로 힘차게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우생순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 부활에 불이 붙었다’고들 한다. 한국 영화계가 침체기를 툭툭 털고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그의 말대로 ‘우생순’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작품이 됐다는 증거다.

정용기(연영 97년 졸) 동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설연휴 기간동안 ‘우생순’과 함께 치열한 흥행 1위 경쟁을 벌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이 영화는 1940년대 해방기 석굴암 본존불상 이마에 박혀 있는 30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일본에 빼앗긴 뒤 이를 되찾기 위한 소동을 그렸다. 코미디와 드라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극장가에 시종일관 박장대소가 터지게 만들었다.

일제 치하 엄숙주의 대신 코믹 발랄함으로 무장한 게 이 영화의 특징. ‘가문의 영광 2·3’ 을 연출한 정용기 동문의 재치가 곳곳에 묻어난다. 언제나 엄숙하고 진지한 것만이 좋은 영화라 할 수 없다. 이 영화는 관객들을 신나게 웃기고 만족시킬 영화로써 한국 영화계가 새로운 지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정 동문은 “일제에 의해 수탈과 억압을 당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희화화를 통한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 이 ‘액션 장르의 새로운 바람’이 부는 가운데, 그에게서 ‘속편’의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겠다.

정윤철(연영 97년 졸) 동문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말아톤’을 기억한다면 정윤철 동문에 대한 설명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본다. ‘말아톤’으로 500만 관객을 울렸던 그가 이번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로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남자와 그를 관찰하는 여자 다큐멘터리 감독을 그린 특이한 판타지다. 이미 이 영화는 작년 11월 싱가포르와 홍콩에 선판매된 데 이어 지난 7일 유럽필름마켓을 통해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정 동문의 영화는 인간과 인간의 격의 없는 유대가 사라진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한 모금 청량제 같다는 평이다. 그는 “자신을 위해 사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슈퍼맨은 매우 낯설고 이상한 존재”라며 “하지만 그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잊고 있던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차츰 그리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슈퍼맨이 내민 손을 잡음으로써 우리는 친구가 되고, 잃어버렸던 추억의 초능력을 되찾게 된다”며 영화를 통해 넌지시 “우리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고 외치고 있다.

김영준(연영 93년 졸) 동문의 ‘마지막 선물’

KBS 미니시리즈 ‘귀휴(장기복역수에게 주어지는 짧은 휴가)’를 각색한 영화 ‘마지막 선물’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족애가 담긴 영화로 주목 받고 있다.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사는 조직폭력배가 형사인 친구의 요청으로 귀휴를 받는다. 병에 걸린 친구의 딸에게 간 이식수술을 한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그는 어렵게 얻은 귀휴로 도망칠 궁리만 하다 친구의 딸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격정적인 미안함과 슬픔에 고뇌하게 된다. 낳아준 아빠와 길러준 아빠, 병든 딸이 만들어가는 애틋한 무언가가 잊고 있던 가족애를 발견하게 만든다.

‘비천무’, ‘무영검’, ‘와니와 준하’등을 연출한 김영준 동문은 “남자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영화를 좋아한다”며 “두 남자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하는 걸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김 동문과 절친한 사이라는 배우 신현준의 연기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봉이’를 몸과 마음으로 연기한 신현준과 ‘가슴으로 그려낸 영화’라는 각오를 다진 김 동문이 만났다. 가족이라는 애정과 애증을 가슴으로 울어낼 준비가 돼 있는가.

나홍진(공예 00년 졸) 동문의 ‘추격자’


방학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극장가엔 또 다른 한양인의 영화가 뜨거운 인기 몰이를 하고 있어 화제다. 신임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나홍진 동문의 ‘추격자’가 바로 그것. 관객들의 호평과 입소문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개봉 1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우생순’ 이후 한국 영화 재부흥기를 이어나갈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의 자리를 주고 받으며 영화계를 휩쓸고 있는 한양인들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자랑스러움으로 다가온다.

나 동문은 이미 2005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완벽한 도미요리’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의 새로운 샛별로 떠올랐다. 그 이후 그는 첫 작품인 ‘추격자’를 3년 동안 쓰고, 기획을 6년 동안 했다. 물론 나 동문이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이 작품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장에서 프랑스, 베네룩스, 그리스, 홍콩 등 4개국에 선판매됐다. 이는 뻔한 스릴러를 표방한 대중 상업영화지만, 오랜 기간 동안 밀도 있는 고민을 하며 만들어 색다른 내용과 맛을 전달한다는 평이다. 새로운 시도와 이에 맞는 충실도로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는 ‘추격자’로 인해 충무로 감독들이 떨고 있다나.

한양 샛별과 거목이 공존하는 충무로, 영화는 계속된다

한양 영화인의 행보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 다룬 영화는 이번 방학에 개봉해 주목을 받은 단 다섯 편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한양인들의 영화가 거쳐 갔으며, 이는 한양의 이름이 충무로에 단단히 새겨지기까지 든든한 토대가 됐다. 한국 영화의 한 버팀목으로 자라고 있는 한양은, 언제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거듭하는 샛별과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가진 거목이 공존하며 영광스러운 자리를 이어갈 것이다. 이렇듯 한양 영화인의 꿈은 끊임없이 일렁여, 커다란 파도로 일어나 새로운 물길을 만든다. 오늘도 한양인의 사자후는 충무로 가득 울려 퍼지고 있다.

한소라 취재팀장 kubj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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