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일"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쌓아올리는 '대트리스'
지난 9월 지하철 한양대역 2번 출구 애지문에 시선을 끄는 설치물이 들어섰다. 4면의 기둥 형태로 세워진 이 기기는 대학생과 테트리스를 조합해 ‘대트리스’라고 이름 붙인 기부 플랫폼이다. 교통카드를 대고 게임을 실행하면 벽돌이 쌓이고 일정 금액이 모이면 시민단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전달된다. 한 번에 결제되는 금액은 300원. 대트리스는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금액과 게임이라는 흥미로운 접근 방식으로 소액 기부 활성화를 도모하는 프로젝트다.

대트리스는 한 한양대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경영학부 신현상 교수의 ‘사회적기업가정신’이라는 수업에서 최규선(경제금융학부 3) 학생이 소액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회봉사단은 학교의 다양한 주체와 연계해 이 아이디어를 실현해 나갈 방안을 모색했다. 기술경영(MOT)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과의 김지은 교수, 일반대학원 아트테크놀로지학과의 황석주 교수가 기술지원을 맡고 LINC사업단과 산학협력단이 연구개발비를 지원 했다.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술과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보급, 확산해나가기 위해 ‘스테이션208’이라는 소셜벤처를 설립했고 LINC사업단을 통해 글로벌 창업까지 추진 중이다.
100원과 1,000원 사이의 치열한 고민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오래 논의했던 문제 중 하나는 건 당 적립 금액이었다. 100원은 참여 건수에 비해 적립액이 너무 적고 1,000원은 일상적으로 기부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라고 봤다. 기부 액수와 참여 건수를 모두 고려해 300원으로 절충했다. 보통의 기부 프로그램이 많은 기부액 적립을 목표로 한다면, 대트리스는 얼마나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설계됐다. 이는 사회봉사단의 새로운 지향과 맞물려 있다.
한양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사회봉사단을 설립해 대학의 봉사 문화 확산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사회봉사 참여 인원과 프로그램이 양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질적으로도 성장해왔는지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지속됐다. 학생들이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이유가 소위 스펙 쌓기나 졸업 이수 요건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을 한양대학교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봉사단은 사회봉사가 한양의 문화로 뿌리내리고 한양인이 ‘사랑의 실천’이라는 가르침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 활동의 방향을 재조정했다.
한양이 양성하는 글로벌 리더와 17 Hearts
사랑을 실천하는 글로벌 리더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설정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학생이 스스로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 둘째는 국제 사회의 여러 과제와 맞물려 사회공헌의 대상과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사회봉사단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대내외에 선포하고 한양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Seventeen Hearts Festival 2016’을 준비했다.Seventeen Hearts는 UN의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기준으로 한양인이 국제 사회의 문제 해결을 주도한다는 의지를 담은 사회봉사단의 새로운 상징이다. SDGs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193개 UN 회원국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한 17 개의 목표를 말한다. 빈곤과 기아 퇴치, 양질의 교육과 성평등 추구 등이다. 대트리스는 국내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 지원, 생활환경 개선, 의료 지원 등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부 플랫폼으로써 Seventeen Hearts Festival 2016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나를 찾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Arirang for Youth'
Seventeen Hearts Festival 2016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지난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교육 기부 & 방과 후 학교 박람회’에서 진행됐다. 사회봉사단은 이 박람회에서 ‘Arirang for Youth’라는 테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아 리랑이라는 테마는 네 지역의 아리랑이 한데 어우러지고 경합을 벌이며 재미와 감동을 자아내는 한양대의 창작극 <아리랑>에서 가 져왔다. 청소년들에게 각 분야의 학문이 융합해서 어떻게 가치 있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전공과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자신의 재능과 역량으로 세상을 보다 아름다운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Arirang for Youth’는 창작극 <아리랑> 공연을 필두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스토리텔링, 비주얼 아 트, 사운드 이펙트 등이 만나 탄생한 작품을 가상현실(VR)로 시연 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과학과 예술의 세계를 소개했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포함해 지구를 살리는 공학 기술, 저렴한 물건과 기술로 제3세계 국가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정 기술, 영화와 공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과학 이야기 등이 박람회 참가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또한 봉사자로 참여한 대학생들이 청소년의 멘토로서 SDGs를 소개하고, 이의 달성을 위해 생활 속에서 어떤 실천을 할 것인지 우편엽서에 적어보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측 하단) 이 박람회에서 예술융합센터의 아리랑 공연이 펄쳐졌다.
대학생이 주도하는 글로벌 사회공헌 축제
11월에는 교육 기부 & 방과 후 학교 박람회의 프로그램을 한양대에서 다시 선보인다. Seventeen Hearts Festival 2016의 세 번째 프로젝트인 국제 컨퍼런스(Youth Impact for 17 Hearts Festival)가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데 이 기간 동안 박람회에서 진 행한 프로그램을 재연할 계획이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청년의 역할을 논의하는 이 컨퍼런스는 지난여름 아시아개발은행(ADB)과 UYA(Urban Youth Academy)가 함께 진행했던 SDGs 교육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청년들이 필리핀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며 지역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당시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는데, 이때 참가자들이 발표한 내용에서 좀 더 진전된 이야기를 11월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어갈 계획이다.
사회봉사단은 국제 컨퍼런스로 대미를 장식할 Seventeen Hearts Festival 2016을 통해 학생들이 국제 사회의 수많은 문제에 대해 스스로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는 리더십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계기로 모두가 적극적으로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MINI INTERVIEW - 서진석(한양사회봉사단 사회봉사팀장)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일"

Q. 한양대역에서 시작한 '대트리스'를 확산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트리스가 사회 전반의 소액 기부 활성화에 기여하려면 더 많은 곳으로 확산돼야겠죠. 예를 들어 여러 대학을 지나는 2호선 역들에 설치할 수 있을 텐데 서울메트로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실행하기까지 시일이 걸리는 사안입니다. 또한 대트리스가 지금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넘어 스토리를 가져야 지속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Q. 교육 기부 박람회에 참가한 배경과 소감을 들려주세요.
청소년들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때 참고할 정보가 부족한 현실에서 대학이 직접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취지가 좋았습니다. 학생들에게 학교를 알리는 홍보 효과보다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많이 이야기되지만 대학의 책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잖아요. 대학은 인재를 배출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과연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가, 또한 대학은 사회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학생 스스로 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것이 한양의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서 큰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0일 ‘대학생 SDGs 체인지메이커 양성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100여 명의 참가자를 5~6 명의 팀으로 나누고, 캠퍼스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아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학생들이 평소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창의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글로벌 사회공헌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실천입니다. 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무한 경쟁에 내몰린 상황에서 혼자만의 의지로 사랑을 실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한양인의 공감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최규선 학생의 사례처럼 학생의 소중한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학교의 많은 기관과 구성원들이 힘을 모은다면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 사회에 선한 가치를 새롭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례가 쌓인다면 바로 사회 혁신을 리드하는 한양의 문화가 싹트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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