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러닝 고지 선점하다

바야흐로 e-러닝의 시대다. 본교가 작년부터 입학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리더십 인증제(HeLP)는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수강신청 기간만 되면 e-러닝 강좌는 빈자리 하나 없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사회도 e-러닝을 주목하고 있다. 각 대학들이 사이버 대학을 설치하는가 하면 정부도 공교육 e-러닝을 염두에 둔 기반 설비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기업들도 신입 사원 강의나 내부 교육의 상당부분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러닝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교육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거대한 시장으로 확장될 e-러닝의 영역에 본교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본교, 서울권역 e-러닝 지원 센터 선정

3월부터 서울권역 e-러닝 지원센터(Seoul e-Learning Center : SeLC 이하 e-러닝 지원센터)가 서울캠퍼스 경제금융대학 5층에 둥지를 틀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본교가 지난 5월 서울권역 e-러닝 사업을 주관할 대학으로 선정된 결과다. 대학 e-러닝 지원센터 구축사업은 지난 2002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해온 핵심 사업이다. 사업의 요지는 각 대학들의 불필요한 콘텐츠 중복 생산을 막자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e-러닝 지원센터가 예산과 시간 낭비를 막고 온라인 강좌의 틀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본교가 운영하는 e-러닝 지원센터는 앞으로 서울시내에 위치한 24개 대학을 비롯해 5개의 정부기관과 4곳의 연구단체, 50개 기업체에게 온라인 강좌를 제공하게 된다. 정부 지원금은 향후 4년간 15억에 달하며 본교도 사업 진행에 따른 대응예산을 발 빠르게 편성하는 중이다.

이번 e-러닝 지원센터 선정 사업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등 쟁쟁한 대학들과 2년여 걸쳐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여기에는 타교에 비해 앞선 영상 장비와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큰 역할을 했다. e-러닝 지원센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학습개발센터는 지난 99년 출범해 본교 홍보영상물 제작과 온라인 영상 콘텐츠 제작을 주도해왔다. 이는 최근에 들어와서야 영상 기기와 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한 타교의 현실을 비추어봤을 때 사업 선정과정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타교에 비해 준비를 늦게 시작한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정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교직원들의 땀방울이 있었다. 김종량 총장은 선정 경쟁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열린 설명회에 직접 나서는 강한 열정을 내보이며 관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선정 준비 과정의 실무를 맡은 유영만(사범대·교육공학) 교수가 기획한 제안서는 e-러닝 지원센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창조적 기술자 양성하는 e-러닝

현재 부센터장을 맡고 있기도 한 유 교수는 e-러닝 지원센터의 향후 발전 방향으로 학문적 경계를 허무는 것을 꼽았다. e-러닝을 통해 인문사회과학의 창조적 상상력과 공학기술의 융합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인재상을 창조적 기술자(Creative engineer)라고 명명했다. 창조적 기술자란 전공 분야의 기술과 경영 전반을 동시에 이해하면서 문사철(文史哲)의 인문학적 감수성과 창조적 상상력으로 국가경쟁력을 재고시키는 이를 뜻한다. 이는 디지털 지식기반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상이며 나아가 최근 본교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지도자 양성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2008년 한해를 기반구축기로 구분한 e-러닝 지원센터는 올 한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요자 중심의 대학교육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한 e-러닝을 통한 타 대학과의 학점교류 교과목 증설에 역점을 두고 있기도 하다. 타교생들이 본교가 제공하는 양질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학점을 이수하는 것은 곧 흔한 풍경이 될 것이다. 유 교수는 e-러닝 부분의 핵심적 역할 수행에 대해 “본교의 대외 위상이나 사회 브랜드 가치 면에서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개설되어 있는 강좌는 대규모 강좌에 해당하는 ‘기초물리’, ‘기초화학’을 비롯해 ‘확률통계론’, ‘상상과 창조’ 등이다. 상상과 창조는 창조적 기술자 양성을 위해 e-러닝 지원센터가 야심차게 내놓은 강좌로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상상력과 창조력의 개발을 유도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기초물리나 기초화학 같은 과목은 학업 중요도가 높은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오프라인 강의 시 수강 인원이 많아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온, 오프라인이 통합된 형태의 e-러닝을 통해 학업성취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영어 영문법’, ‘영어 인터뷰’, ‘New Power Point 활용’ 과 같이 직무 기술 실무 강좌는 산학 협력을 통해 개발해 그 실용성을 더 했다. 이밖에 작년부터 시행된 한양 리더십 인증제(HeLP)의 관리도 e-러닝 지원센터가 도맡아 하고 있다. 이런 e-러닝 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수강하는 총 학생 수는 8400여 명에 달한다.

e-러닝 지원센터 박영숙 부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품질 교육 서비스 제공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밝혔다. 또 “각 대학이 공동 활용이 가능한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을 현안으로 삼고 있다”라고 전했다. 콘텐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문미선 계장은 “기존의 동영상 강의 같은 1세대 e-러닝 수준을 벗어나기 위해 WBI(Web-Based Instruction) 방식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WBI 방식은 일방적인 동영상 강의가 아닌 플래시나 웹을 기반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제작하는 e-러닝 형식이다.

e-러닝 중심 역할에서 온라인 사회교육원까지


장기적으로 본교는 국내 e-러닝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시급한 과제는 서울 권역 내 학습 공동체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이후 e-러닝 지원센터가 중심이 돼 각 대학의 특성을 활용한 콘텐츠의 융, 복합과 종합화를 수행한다. 장기적으로는 대학 수준을 넘어선 학연산관(學硏産官) 지식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할 계획이다. 대학의 e-러닝 전문가 양성 및 학문적 체계화를 실행하는 동시에 정부기관의 e-러닝 정책, 산업체의 콘텐츠 개발, 연구소의 연구 결과 등을 e-러닝 지원센터가 중심이 되어 연계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학문적 자율성을 촉진하는 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전형 연구개발, 시장 지향적 성과를 일구는 데에도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e-러닝 지원센터가 오는 2011년 이후 최종적으로 기대하는 모델에는 온라인 사회교육원의 역할 수행까지 포함되어 있다. 학연산관 클러스터를 넘어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서 사회교육의 e-러닝화(化)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는 본교의 위상 재고뿐만 아니라 e-러닝을 통한 대학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학 e-러닝 교육의 새로운 장 열 것”

대학 e-러닝 지원센터의 운영은 본교의 대외 이미지 재고 뿐만 아니라 대학 간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각 대학이 양질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특화된 분야를 중심으로 강의를 개발하고 운영한다면 e-러닝의 협력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e-러닝 지원센터장 맹주성(공과대·기계) 교수는 “e-러닝이 가지는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고 각 대학의 협력을 통해 본교가 얻을 경험과 위상도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라고 전했다. 또 “발전을 위한 개발 경험과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의식”이라며 “한양의 교수, 직원, 학생이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학 e-러닝 교육의 새 장을 열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선민 학생기자 salamander@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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