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활로는 국제화에서"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통신과 교통수단을 아우르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빠른 속도로 지역 간, 그리고 국가 간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좁아지는 세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구촌(地球村)이다. 지난 64년 캐나다의 저명한 커뮤니케이션 학자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견하며 처음 언급했던 ‘지구촌’이란 단어는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실을 정의하는 단어가 됐다. 하지만 기뻐하기는 이르다. 국제화는 곧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곧 미래다. 미래의 경쟁력은 교육으로부터 출발한다.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도 국제화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

지난 달 26일부터 3일간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제 3차 아시아·태평양 국제교육협회(APAIE) 연례회의가 개최됐다. 이 회의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 호주, 뉴질랜드, 중동,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학 총장 및 국제협력 관계자들이 참석해 세계 국제교육자들 사이에 상호 이해를 높이고 국가 간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자리다. 김종량 총장은 회의 첫 날, 세계 각지에서 모인 대학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고등 교육의 새로운 물결(The Next Wave in Asia-Pacific Higher Education)'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고등 교육의 누벨바그(nouvelle vague)는 국제화

전 세계 고등 교육기관의 최고의 관심사는 국제화다. 김종량 총장은 연설에서 “한 국가의 국제화된 고등 교육은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국가 경쟁력 확보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느 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일본은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대학이 변하면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과감한 대학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국제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해 유학생 10만 명 유치라는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대학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학문 연구나 기술 개발에서 2등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 하에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방침에 따라 중국은 ‘과학흥국(科學興國)’의 모토를 세우고 실용주의 노선을 철저히 시행하는 고등교육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싱가포르도 아시아 지역의 교육중심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10개 대학 유치를 위한 10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국제화 교육에 주력하면서 연간 12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국제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한국 배우기 운동(Study Korea Project)’을 통해 지난 해 유학생 5만 명 유치를 달성했고, 고등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연간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계 교육의 중심은 북미와 유럽에 몰려 있다. 세계 대학 평가 순위는 이러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세계 대학 평가의 새 방향 제시하다.


세계 각국은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국의 대학 순위를 매기는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부터는 영국의 타임즈(The Times)와 상해교통대학 등에서 실시하는 세계 대학 순위 발표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외 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것은 평가 지표 또는 방법에 따라 많은 편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타임즈의 평가과정에서는 평가참여자가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어 영국과 미국에 유리한 평가가 이뤄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소규모 대학이나 교육 중심 대학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해 타임즈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 500위권 안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의 123개 대학이 포함돼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세계 대학 평가는 대부분의 대학들에게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지표다. 현실적으로 세계 대학 순위는 대학의 국제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세계 대학 평가에 의해 대학의 인지도와 국가 내의 평가가 좌우되기도 한다. 더욱이 대학이 각종 연구비와 기금을 신청하는 경우 세계 대학 평가 및 순위가 반영되기도 한다. 따라서 세계 대학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획득하는 일은 대학의 질적 발전과 미래를 위해 무척 중요한 일이다.

김종량 총장은 연설을 통해 세계 대학 평가에 대한 다섯 가지 준비 방안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아시아 지역 동료평가자 확대,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 확대, 각종 홍보를 통한 대학 인지도 상승 , 국제학술 회의 및 세미나를 통한 해외 국제 네트워크 구축, 국가 간 교류 프로그램 확대를 골자로 한다. 특히 김종량 총장은 “아시아·태평양 국제교육협회 내에 대학 평가 협의체를 구성해 세계 대학을 평가하고 자기 점검을 통한 특성화와 발전을 이룰 것”을 제안했다.

한양의 국제화, 어디까지 왔나?

아시아·태평양 국제교육협회 연례회의에 김종량 총장과 함께 참석했던 국제학대학원장 이승철(국제학부·미국) 교수는 회의 직후 타임즈 대학 평가단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평가자와 평가 방식을 포함한 대학 평가에 관한 각종 정보 수집을 위해 설명회에 참가했다”고 밝히는 이 교수는 “현재 본교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화 노력, 예를 들어 영어강좌 확대, 외국인 교수 충원, 외국학생 증원 등은 다른 대학들에 비하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설명회를 듣고 온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더욱 폭넓고 강력한 국제화 계획과 집행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교는 영어전용강좌의 비중을 매년 확대해 2008학년도 1학기 현재 양 캠퍼스 통틀어 1,600여 개의 영어전용강좌를 개설했다. 또한 작년 한 해에만 23명의 외국인 교수를 임용했으며 앞으로 그 수를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본교 정규 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학생은 1,809명이며 어학연수와 단기 유학을 포함하면 총 2,500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학생이 한양에 몸담고 있다. 또한 본교는 학부 4년 전 과정을 영어로만 진행하는 국제학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학부 강의의 절반 가량은 타 단대 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아직 국제화를 위한 길은 멀다”며 “외국인 교수 임용을 좀 더 늘리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 행정까지 모두 국제화시켜야 세계 유명 대학과 경쟁할 수 있다”고 국제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국제화의 거센 파도를 지혜롭게 이용하라.

대한민국은 이미 국제화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으며 교육 역시 시대 조류에 맞게 바꿔야 한다. 본교도 세계 유수의 대학과 경쟁해야 할 채비를 갖춰야 한다.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파도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파도의 높이와 방향을 면밀히 고려할 줄 안다. 국제화라는 거센 파도를 지혜롭게 이용할 줄 아는 한양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준연 학생기자 hallowee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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