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도 '학문 융합'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뜨겁다. 선수들의 숨 막히는 경쟁과 수많은 관중의 응원이 매 순간 경기장을 달구기 때문이다. 이 열기가 바로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장 밖 역시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스포츠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대부분 기업이 스포츠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삼성전자는 영국 프로축구단 첼시와 5년간 900억 원이 넘는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그만큼 기업 홍보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물론 스포츠 종목 각각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스포츠 산업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한국 스포츠 산업 분야의 선두에 김종(체대·스포츠산업) 교수가 있다. 국내 1호 스포츠경영학 박사로서 그동안 한국 스포츠 산업 육성에 다양한 공헌을 한 그를 만났다.

“스포츠 산업은 또 하나의 작은 사회”

김 교수는 기자에게 “스포츠 경기 못지않게 스포츠 산업을 연구하는 것 역시 역동적인 면에 매력이 있다”며 첫 마디를 꺼냈다. 스포츠 산업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의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이를 항상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프로야구가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도 혼란한 사회 분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사람들이 야구 경기 관람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산업을 연구하려면 사회 전반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관중이나 시청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데,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하지 않고는 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최근 사회가 혼란스러운 면이 있는데, 저는 이 것 역시 프로 야구 관중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정확히 이해한 후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김 교수. 그는 현재 한국 스포츠 산업이 사실 큰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몇 구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시설이 좋아지면 관중이 더욱 몰릴 수 있고, 이를 통해 프로 팀이 좋은 성과를 내면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가장 좋은 예로 프로농구단인 ‘원주 동부 프로미’를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 사람들은 원주하면 치악산, 군사도시 등의 이미지를 떠올렸죠.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농구단을 떠올립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팀이 성적까지 좋았잖아요. 결국 원주라는 도시 이미지에도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는 겁니다. 프로 팀과 기업,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죠.”

한국 야구 발전 위한 연구, 첫 삽을 뜨다.


한국 스포츠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 교수가 주로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본교 ‘스포츠산업마케팅 센터’다. 그가 지난 2005년 모교 강단에 서기 시작하면서 설립을 주도한 이 센터는 국내 스포츠 산업 연구의 선두에 있다. 이와 관련해 본교는 2007년에 스포츠산업학과를 창설하며 이 분야를 육성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 중장기발전계획'에 관한 연구도 본교에서 진행을 했습니다. 국내에서 스포츠 산업에 관한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는 곳이죠. 제 목표는 이러한 센터의 성과를 통해 본교 스포츠산업학과를 세계 최고로 키우는 것입니다. 학교도 이 분야를 특성화하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이곳에서 저는 스포츠 산업에 대한 정책 연구를 체계화 하고 싶습니다.”

특히 김 교수는 프로야구 산업 연구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한다. 지난 89년 그는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잠시 한국에 귀국해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 인턴을 했었는데, 이 인연을 계기로 2년 뒤 다시 두산 베어스의 과장으로 취업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를 직접 경험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연구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4월 ‘한국야구발전연구소’ 3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야구인과 언론, 학계 등의 사람들이 모여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발족한 연구소입니다. 저는 앞으로 프로야구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생각이에요. 현재 프로야구 산업은 그 저변이나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요. 하지만 최근 부산 롯데 야구단의 경우에서 희망을 봅니다. 프로야구단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도 기꺼이 동참할 거라 생각합니다.”

“학문 융합 통한 실무적 지식 추구해야”


지금은 한국 스포츠계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사실 김 교수는 본교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다. 일견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그는 학생 시절 배웠던 지식들이 연구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산업의 연구하려면 사회 각 분야의 지식이 토대가 돼야 하는데, 신문방송학 역시 이와 비슷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편향된 지식만 가지고 연구를 하면 뒤쳐지기 쉽습니다. 스포츠인만 스포츠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학문 간 융합을 통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다중전공을 추천합니다. 학부생에게는 학문적 깊이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제가 배웠던 신문방송학은 장점을 가지고 있죠.”

대학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해 지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김 교수. 그래서 그는 교단에 설 때, 따로 교재를 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매 시간 화제를 정해 학생들과 토론하기를 즐긴다고 한다. 또 타 학과 학생들의 수강을 기꺼이 권하기도 한다고. 그래야 더욱 풍성한 수업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저는 주로 실무적 내용을 위주로 수업을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스포츠 센터를 세운다는 가정 하에 기획서를 만들도록 하는 등의 방식이죠. 그래서 강사 분을 채용할 때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저 스스로도 연구소에 앉아있는 것 보다는 활발하게 현장을 누비는 것을 더 좋아해요.”

“이청득심(以聽得心), 다른 사람 말 잘 듣고 배우자”

발로 뛰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 교수지만 실제 그의 연구소에는 온갖 책들이 가득 차 있었다. 김 교수가 강조했던 대로 다양한 분야가 총 망라된 서적들이 빽빽이 꽂혀있었던 것. 그의 좌우명은 이청득심(以聽得心),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배우자’다. 현장에서는 실무자에게 듣고, 연구소에서는 책을 통해 타인의 지식을 얻는 김 교수. 이론과 실무의 조화를 통한 그의 연구로 한국 스포츠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글 : 나원식 취재팀장 setisoul@hanyang.ac.kr
사진 :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김 교수는 지난 86년 본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그 해에 바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웨스턴일리노이 대학(Western Illinois University)에 입학해 지난 88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뉴멕시코 대학(Univ. of New Mexico)에서 지난 91년에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인 스포츠경영학 박사 1호로 알려졌다. 귀국 후 김 교수는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에 들어가 실무적 지식을 쌓다가 지난 95년 수원대학교 교수로 임명돼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05년에는 본교 체육대학 교수로 임명돼 ‘스포츠산업마케팅 센터’ 설립을 주도했고, 2007년에는 스포츠산업학과 신설의 중심에 서 있었다. 또 김 교수는 지난 4월 ‘한국야구발전연구소’ 3대 원장에 취임하는 등 한국 스포츠 산업 육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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