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는 몸이 악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성악은 멜로디와 가사가 결합된 '언어'다. 성악가가 어떻게 곡을 해석하는지에 따라 가사의 깊이도 달라진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연륜 있는 성악가의 노래가 좋다고 말한다. 다양한 경험이 노래에도 묻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러나 조찬희 동문(성악과 12)은 성악가로서는 매우 젊은 나이인 23살에 제67회 비오티(Viotti)국제콩쿠르 성악부문 1위에 올랐다. “완벽한 베이스 소리를 구사하며,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표현력을 갖췄다"는 극찬과 함께.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실력 확인하고 싶었다"
 
 

▲ 제67회 비오티콩쿠르 성악 부문 1위에 오른 조찬희 동문


'비오티국제콩쿠르'는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조반니 비오티를 기리는 대회다. 1950년부터 개최돼 올해로 67회를 맞은 전통있는 경연으로, 해마다 성악 부문과 피아노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미렐라 프레니가 이 대회를 거쳤고, 피아노 부문에서는 다니엘 바렌보임,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이 이름을 올린 역사가 있다. 

조 동문은 발성과 가사 전달에 중점을 두고 콩쿠르를 준비했다. 지정곡은 언어별, 시대별로 다양했다. 때문에 각각의 곡에 맞는 공부가 필요했다. “가사의 뜻을 찾아 보고, 모음과 자음의 정확한 발음과 뉘앙스에 대해 공부했어요."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등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읽어주는 가사를 녹음해 듣기도 했다. "다양한 곡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많은 곡을 연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어요. 매일 시간을 정해 놓고 연습하기로 했죠."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고 싶었다는 조 동문. 성공적으로 대회를 끝마친 그는 무엇보다 참가자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콩쿠르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일례로, 콩쿠르는 모든 참가자의 마지막 무대 직전에 소개 영상을 만들어 틀었다. "참가자들이 전날 경연이 열렀던 베르첼리 관광지를 돌면서 촬영한 거였어요. 이런 소개 영상은 영화제 시상식에서나 봤었는데, 클래식 경연에 도입한 점이 신선했어요." 시상식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모든 이들이 서로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시상자 명단은 스크린으로 발표했어요. 이후에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왔고, 누구의 이름이 나오든 격려하고 축하하는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성악가는 몸이 악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조찬희 동문은 성악을 전공한 양부모님 아래서 자랐다. 아버지는 대학의 음악 교수로, 어머니는 오페라 단장으로 있다. "저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자랐어요. 어린 시절은 친부모님과 보냈지만, 두 분께서 제 교육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양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조 동문은 음악을 전공한 두 사람에게 큰 영향을 받았고, 그들의 길을 따라 성악까지 전공하게 됐다. "부모님께서 클래식 분야에 박식하셔서 많은 조언을 해주시죠. 전통있는 콩쿠르에 대해서도 잘 알려주시는데, 이번 대회도 두 분의 추천으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조 동문은 부모님을 인생의 멘토로 꼽는다. 자신을 사랑으로 키웠을 뿐 아니라, 성악가의 자세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배웠다. "제 스승이신 성악과 고성현 교수님이나, 부모님을 보면 성악가란 어깨가 무거운 직업이란 것을 느껴요. 성악가는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하죠. 그래야만 청중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고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가 좌우명이라는 조 동문. 이런 마음 가짐으로 앞으로도 더 나은 성악가가 되기 위해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당장은 다음해 대학원 진학이 예정되어 있고, 콩쿠르에도 더 많이 참가할 생각이다. "이럴 때일수록 겸손하게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콩쿠르에 도전하는 모습 지켜봐주세요." 
 

▲ 조찬희 동문은 "이럴 때일수록 겸손하게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묵묵히 성악가의 길을 걸을 걷을 다짐했다.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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