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 통해 얻은 소중한 우정 계속 간직해 가길 기원해"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다가갔다. 처음에 남자는 그녀의 이름을 묻더니 이어 꿈에서 보자는 묘한 말을 던졌다. 그리고 시계를 1분 동안만 같이 쳐다보자고 말했다. 오후 3시부터 3시 1분까지의 1분은 그들이 함께 했기에 지워지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러나 그는 돌아서는 순간 그 1분을 잊어버렸고, 그녀는 그 뒷모습과 함께 그 1분을 기억 속에 아로새겼다. 영화 아비정전에 나오는 장면이다. 영화의 줄거리야 어찌됐든 그녀에게는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1분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이 있다. 2008년 7월 15일부터 8월 11일까지, 상해 해외봉사단에게는 상해에서 보낸 이 시간이 절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회의가 왜 이렇게 많아요?” 학생들이 상해 해외봉사단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다. 봉사단원들은 계속해서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생활을 보냈다. 정지훈(공과대·산업 4) 군은 “누가 시켰던 것도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며 “학생들에게 최상의 수업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40도를 웃도는 날씨와 입에 맞지 않는 타국의 음식, 계속되는 일정에 다들 체력적으로 지쳐갔다. 그러나 정 군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늘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해 해외봉사단원들은 한양을 대표해 중국에서 온 몸으로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었다. 이러한 사명감으로 봉사단원들은 더욱더 힘을 내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상해 해외봉사단은 발대식, 체육대회, 발표회 등을 기획하고 준비할 때마다 행사 전날 새벽까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최종 점검을 했다.

그렇게 철저한 과정을 거쳐 준비한 체육대회가 지난 달 26일, 중국 상해 공상외대에서 진행됐다. 상해 해외봉사단은 딱딱한 수업이 아닌 중국 학생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문화활동 수업에 주력했다. 체육대회 역시 그러한 문화활동 수업의 일환. 이를 통해 봉사단원들과 중국 학생들 사이의 단결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고, 수동적인 봉사가 아닌 능동적인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 수 있었다. 상해, 열정, 세계, 나눔 4개의 팀으로 구성된 체육대회는 100여 명의 한·중 대학생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올림픽’이었다. 체육대회에서 학생들은 준비한 응원도구를 손에 꽉 진 채 때로는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보고, 때로는 열광적으로 자신의 팀을 응원했다. 그리고 경기에 임할 때에는 마치 올림픽에 참석한 선수 못지않게 최선을 다했다. ‘열정을 신고 뛰어 보자, 팔짝’이라는 구호 아래 양국 학생들은 즐거운 시간을 나눴다.

행복했던 3주가 지나고 지난 11일, 드디어 상해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발표회가 중국 공상외대 강당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본교 사회봉사단 강용한 실장, 박연숙 과장, 김정은 직원, 한양대 상해 센터 강달호 대표, 중국 공상외대 관계자와 교수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 자리에서 중국 공상외대 한국어과 진가영 교수는 “한국 문화의 매력을 중국 학생들에게 전해준 사회봉사단 관계자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힌 뒤 “이제 작별의 시간이 왔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우정이 변치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본교 사회봉사단 강 실장도 “여기에 있는 한·중 대학생들의 표정만 봐도 이들이 보낸 3주의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한 눈에 보인다”고 말하며 “이번 해외봉사를 통해 얻은 소중한 우정을 계속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발표회는 상해 해외봉사단과 중국 학생들이 그 동안 함께 노력한 결실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사물놀이, 댄스, 라디오 드라마, 노래, 연극, 태권도, 단소, 미디어반 UCC 영상 발표, 난타 등 중국 학생들의 공연이 있었다. 연극반 공연의 ‘춘향전’에서는 중국 학생들의 능청스런 연기에 모두들 차오르는 웃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봉사단원들이 중국 학생들을 위해 밤늦게까지 연습하며 준비한 춤과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최선을 다하는 봉사단원들의 모습에 중국 학생들의 진심 어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렇게 상해 해외봉사단과 중국 학생들은 발표회를 위해 3주 동안 젊음을 나누고 열정을 함께 하며 하나가 됐다.

상해 해외봉사단에서 통역을 맡은 정휘석(국문대·중국 3)군은 “처음 발대식을 할 때는 낯선 중국 학생 100여 명이 강당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발표회에는 이름까지 다 외워버린 ‘우리의 친구들’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며 그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제 상해 해외봉사단은 상해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모든 이야기는 바로 상해 해외봉사단의 뜨거웠던 여름 위에 새겨졌다. 한여름 밤의 꿈같았던 한 달이 지나갔지만 그들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몽상이 아니다. 상해를 품고 온 꿈은 여름을 뜨겁게 달군 나눔의 열정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상해를 만나고 돌아와 더 커진 세계 속에서 함께 하고 있다. 이제 다 같이 구호를 외쳐야만 할 것 같다. 늘 그래왔듯, 지난 여름의 그 때처럼 모두의 목소리를 합쳐서, “상해로, 세계로, 나눔의 열정으로!”

유연경 학생기자 eyonky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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