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연구자의 끈기, 15년간 에이즈 바이러스 연구에 몰두한 결과"
에이즈 치료의 새로운 전기 마련하다
지난해 혈관 뇌 장벽 통과물질을 개발해 ‘네이처(Nature)’에 실었던 이 교수팀은 미국 하버드대의 상캬 교수팀, 예일대의 쿠마 교수팀과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지 ‘셀(Cell)’지(誌)에 지난 달 8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에는 이 교수와 샹카 교수가 교신 저자로, 쿠마 교수와 반 연구원이 제 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면역세포에 의해 생성되고 상대 항원에만 결합하는 항체의 특성을 이용, 백혈구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유전자 전달 물질인 ‘펩티트(두 아미노산 분자 사이에서, 한쪽의 아미노기와 다른 쪽의 카르복실기가 물 분자를 잃으면서 축합하여 이루는 아미드, 9 Arginnine)’를 결합한 ‘백혈구 특이적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전달체를 인간화된 쥐의 혈관에 주입한 뒤 상대 면역세포에 결합해 유전자가 효과적으로 전달됨을 밝혀냈으며, 세 번의 주사만으로 약 한 달 간 바이러스가 억제되는 결과를 얻었다.또한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사람에게만 감염을 일으켜 그 동안 동물실험을 통한 에이즈 치료제의 효능 평가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진이 인간화된 쥐 동물모델을 개발함에 따라 에이즈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 큰 걸림돌을 제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는 인간화된 쥐를 통한 효능 평가를 두고 “지금까지의 신약은 동물 위주였기 때문에 사람의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인간화된 쥐 동물모델의 개발로 전(前) 임상단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번 결과를 통해 연구진은 상당한 양의 약을 매일 투여해야 하는 기존의 치료법에 비해 적은 양으로도 효과적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나타남을 입증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생체 내 사람의 세포에서 ‘백혈구 특이적 유전자 전달체’가 에이즈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밝혀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현재 에이즈 치료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의 부작용을 보완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에이즈 바이러스의 면역세포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그 동안 사용하던 에이즈 치료제의 대부분은 면역세포로 침입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에서 작용했기에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 종(種)이 출현할 수 있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내성 바이러스 출현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이즈 치료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에이즈 바이러스 침입을 예방하는 백신(vaccine) 개발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를 정복하기 위한 15년간의 사투
에이즈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진행성 증후군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의 면역체계가 손상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단순한 감염증에도 면역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폐렴이나 결핵 등 치명적인 감염이나 암을 일으키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6년 4천만 명에 달하던 에이즈 환자가 지난해에는 3천3백20만 명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작년 한 해 동안에만 2백40만 명이 새로이 감염되었고, 이로 인한 사망자가 2백10만 명에 달하고 있다.이 교수는 15년간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연구 및 백신개발을 위한 유전자 치료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 교수가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인 1990년대 초반은 에이즈 바이러스가 가장 기승을 부리던 때다. 때문에 이 교수는 생명공학자로서의 사명감을 걸고 에이즈 바이러스와 한 판 전쟁을 벌일 각오를 다졌다. 에이즈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 교수는 박사 과정을 밟을 때부터 백신 개발에 열중했다. 그 당시 그는 “에이즈가 왜 돌연변이를 일으켜 살아남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연구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하버드 의과대학의 샹카 교수 실험실에서 에이즈 치료 연구과정을 이수했으며 지난 2005년부터 본교 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번 성과에 대해 이 교수는 “모두 다른 분들의 덕택”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넘겼다. 특히 이 교수는 현재 재직하고 있는 응용화공생명공학과의 시스템에 대해 극찬했다. 이 교수는 이번 논문에 참여한 김용희 교수, 이근용 교수 등을 언급하며 “우리 학과에는 생물학, 화학공학, 공업화학, 약학, 화학 분야에서 수학한, 전공이 다른 7명의 교수가 포진해 있어 여러 전공 분야가 어우러진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러한 융합 발상을 채용해 우리 학과를 설립한 김종량 총장의 아낌없는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든든한 조력자, 반홍석 연구원
지난달 막을 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환상 호흡을 자랑한 이효정과 이용대 선수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매 경기 최선을 다했고, 결국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마찬가지로 에이즈 치료 신약을 개발한 이 교수에게는 반홍석 연구원이라는 든든한 제자이자 학문적 동료가 있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거듭 반 연구원의 이름을 강조했다. 특히 반 연구원은 이 교수가 박테리아로부터 항체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계속 침전물이 생겨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항체를 정제할 방법을 찾아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반 연구원은 연구실을 밤낮으로 지키며 실험을 거듭한 결과 2006년 11월 초, 7개월의 연구 끝에 항체를 정제하는데 성공했다. 반 연구원은 “기존 논문을 통해 녹지 않는 단백질을 녹는 형태로 바꾸는 방법을 비교하면서 하나하나 실험을 진행했다.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일요일은 물론 명절에도 실험실에서 살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 연구원의 조력이 이 교수의 이번 성과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반 연구원은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는 끈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김준연 학생기자 halloween@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