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간 만들기
본교 제 1회 서울·경기지역 고등학교 사회봉사 경진대회 개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9일 본교는 ‘제 1회 서울·경기지역 고등학교 사회봉사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본 대회에서는 서류심사를 통해 선발된 서울·경기지역 고등학생 열 명이 자신들의 봉사경험을 발표하고 평가받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마음으로 이루어져야 할 봉사활동에 점수를 부여하고 등위를 매기는 행위를 부덕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 본 대회의 심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그 취지에 동감하게 될 것이다. 이번 대회는 ‘봉사의 시작과 본질은 따뜻한 배려와 이해에서 나와야 하지만 그 방법만은 가장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심사기준 역시 학생들이 얼마나 참된 봉사활동을 했는가를 기본으로 봉사활동에 대한 체계적 개념과 미래 지속가능성의 여부에 비중이 더해졌다.해외봉사활동 사례를 통해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일선 중·고등학교에 알리는 행사를 진행 중인 본교는 단순 참여가 아닌 행동하는 봉사정신을 갖춘 지도자 양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번 경진대회 역시 봉사활동 경험 후 겪은 생각의 변화가 향후 봉사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또 다른 이들의 참여는 어떻게 유도하는지에 대한 구체성을 서류심사에서 주로 살폈다. 이렇게 추려진 열 명의 발표자는 여러 학생들과 향후 봉사활동 계획을 함께 나눈 후 이를 통해 올바른 봉사활동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표면적 봉사가 아닌 일상에서 지속되는 실질적인 봉사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다.
행사를 주관한 사회봉사단의 국중대 과장은 “많은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겪은 잘못된 봉사활동 경험으로 봉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구끼리 혹은 단체에 소속되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는 어린 학생들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자는 취지가 있다”고 대회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본 대회는 단순히 시상식만으로 끝나는 대회가 아니다. 미래 우리나라 봉사활동 체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봉사정신과 전문성을 겸비한 지도자 양성을 위해 우수한 봉사활동 실적과 아이디어를 지닌 학생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본교의 의지가 더해지고 있다.
실제로 김종량 총장은 시상식 후 마련된 축사를 통해 “봉사가 나의 보람일 뿐만 아니라 봉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지도자의 역량을 강조했다. 또한 “대학생들이 아닌 어린 학생들과 이처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 한양 전체는 기쁘기 그지없다”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비록 작지만 내가 그들의 희망의 불꽃을 붙이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 열 명의 고등학생들은 여느 대학생 못지않은 발표실력과 어른들을 뛰어넘는 이해심을 보여줬다. 대상을 차지한 신은지(상원고 3) 양은 수기를 통해 “내가 나누어 주는 사랑보다 봉사를 통해 내가 얻는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에 봉사를 지속하려는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지역의 복지시설을 통해 5백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해온 신 양은 직업으로서의 봉사가 아닌 일상으로서의 봉사가 더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신 양은 “나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동기 부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행사에 참여했다”며 본교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또 “비록 대상을 받기는 했지만 다른 친구들의 사례 발표를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는 어른스러운 말도 잊지 않았다. 기자의 질문에 조리 있게 대답하는 신 양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봉사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인터뷰 내내 고등학생 특유의 발랄함을 보여주던 윤소리(송곡여고 1) 양은 비록 다른 친구들에 비해 봉사 경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행사의 취지에 걸맞는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서울시립중랑노인요양원’의 할머니와 결연을 맺어 많은 시간을 함께한 윤 양은 할머니의 마음을 열기 위해 계획을 짜 단계적으로 할머니와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시던 할머니가 지금은 나로 인해 사는 것이 즐겁다고 말씀 하신다”며 멋쩍어하는 윤 양은 “그래도 할머니 말씀 덕에 내가 이 세상 어떤 의사보다도 대단한 의술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웃어 보였다. 윤 양의 사례는 단지 다른 사람을 봉사의 대상으로 보아 일방적인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마음을 다해 돕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이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학생들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이라고 국 과장은 설명한다.
심사자들이 대회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평가한 정재욱(고양외고 1) 군의 이야기는 지속가능성의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외지원 봉사활동을 통해 필리핀 케존시 빈민 지역을 방문한 정 군은 귀국 후에도 친구들과 함께 봉사 동아리 ‘도움의 손길(Helping Hands)’을 결성해 꾸준한 지역 봉사 지원의 틀을 마련하고 있다. 쓰레기 더미에 덮인 빈민지역에서의 봉사활동 때문에 입술이 부르트고 뺨이 얼얼했다는 정 군은 “내가 신이나면 그들 역시 같이 신이 났다”며 함께하는 봉사활동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지속적 지원 활동을 위해 개최한 기금마련 바자회에서 20여 명의 필리핀 학생들이 1년 동안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돈이 모였다는 말에 감사의 눈물이 고였다고 정 군은 밝혔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그 돈으로 교육을 받고 의식이 깨이면 그들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것이라 꿈꿔본다”는 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과연 진정한 봉사는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 꿈과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비록 지면의 한계로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학생들 역시 발표를 통해 그들만의 소중한 경험을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한양에서 열린 뜻깊은 행사였지만 첫 대회이다 보니 부족한 점도 있었다. 이날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한 ‘사랑의열매’ 자원개발팀의 서영일 팀장은 “이렇게 좋은 행사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며 “앞으로 더 많은 홍보를 통해 학생들의 마음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 과장 또한 “처음이라 부족한 점도 있지만 다음 회에는 이를 개선해 더 의미 있는 행사로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자라나는 고등학생들의 사랑과 봉사는 이러한 학생들을 지원해 ‘사랑의 실천’을 이루려는 한양과 만나 지금보다 더욱 밝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나에게 공부는 언제 하냐고 묻는다. 그때 나는 대학을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봉사를 통해 세상을 바로 보며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 또한 중요하지 않느냐고 답한다”. 2천 시간에 가까운 봉사활동을 경험한 김성현(잠실고 3) 군의 이야기는 봉사에 대한 이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한지 알려주고 있다. 아름다운 시절을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학생들과 이들을 알아보고 그 꿈을 키워주는 한양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지만 그들이 사회를 이해하는 소통의 능력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책임의식을 길러 우리사회의 꿈과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황정현 학생기자 4reallove@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