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이름으로 우리 문화 콘텐츠 세계에 알릴 것"
‘한글춤’으로 한국의 정체성 찾는다
이 교수는 지난 91년 처음 한글춤을 선보였다. 미국 유학 시절, 한글이 우리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느낀 그는 지난 84년 ‘밀물현대무용단’을 만들어 한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그칠 줄 알았는데, 벌써 18년 째 무대를 만들어 왔다고 한다. 이 교수는 한글이 무궁무진한 소재를 제공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20년 가까이 매번 소재를 바꿔가며 ‘한글춤’을 작품화 할 수 있었다고 그는 강조했다.“한글이 문화, 철학, 종교 등 모든 민족 문화의 구심점이라고 생각해요. 6백여 년 전 처음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한글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조금씩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한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어요. 그래서 저 역시 지난 91년부터 한글을 춤으로 형상화하게 된 겁니다. 현대의 젊은이들이 한글이 아름답고 과학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최근 한글은 인터넷 신조어, 외래어 남용 등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조어가 세대 간의 소통을 단절시킨다는 지적도 많다. 이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한글 역시 어느 정도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현대 사람들이 쓰는 한글 역시 6백여 년 전 처음 만들어질 때와 비교하면 신조어나 다름이 없습니다. 시대가 변하니 글자도 변한 것이죠. 한글 본연의 모습만 없어지지 않는다면 글자 역시 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요즘 젊은이들은 문자 메시지 전송 등을 통해서 한글의 귀중함을 많이 깨닫고 있어요. 다른 문자에 비해 신속 정확하게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은 세계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세계의 공통 언어 ‘춤’ 통해 한국 알린다”
18년 째 이어져 온 ‘한글춤’은 이 교수가 지난 84년 창단한 ‘밀물현대무용단’의 대표적 작품이다. 지난 84년 이 교수를 중심으로 본교 학생들이 모여 만들었던 것이 지금은 한국의 대표적 무용단으로 성장했다. 이후 공연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이론적인 연구가 필요해 그는 ‘밀물무용예술원’을 열었다. 공연과 이론을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밀물현대무용단’은 국·공립을 제외한 개인 무용단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한글춤을 비롯해 여러 공연을 연구·기획하고 있어요. 감히 한국 무용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단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연 횟수도 가장 많고 체계도 잘 잡혔으니까요. 앞으로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단체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 교수는 최근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자처하고 나섰다. 올해로 2회 째를 맞는 ‘강남댄스페스티벌’의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 지난 10일부터 12일 까지 3일 동안 강남 일대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강남구가 한국의 대표적 축제를 만들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이 교수는 모든 참가자의 ‘직접 참여’를 목표로 2년 째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정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사무실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언어와 풍습이 달라서 소통이 힘든 게 사실이죠. 그래서 올해는 이 일대에서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한국의 문화와 풍습을 알리는 동시에 그들 스스로도 축제에 참여해 춤을 추며 소통하는 겁니다. 춤은 세계의 공통 언어라고 해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참여해 ‘강남댄스페스티벌’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축제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생 성장에 교수 역할 가장 중요해”
한글춤을 통해 우리말의 소중함을 알리고, 세계적 축제를 기획해 한국의 대표적 문화를 창조하는 이 교수.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는 후학을 양성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데 교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는 평소 그의 지론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사다리꼴’을 들어 표현했다.“교수의 가르침에 따라 학생들은 마치 사다리꼴처럼 변화해 갑니다. 교수가 지닌 철학과 교육관에 따라 처음에는 미묘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큰 차이가 나타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학생의 성장에 교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해요. 특히 무용학과 학생은 끊임없이 몸을 단련시켜야 합니다. 6개월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대학시절 동안 올바른 방향으로 정진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지금 무용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개인 무용단을 만든 이도 있고 세계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이도 많다. 그런데 이들이 ‘한글춤’을 공연할 때는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고 한다. 50여 명이 출연하는 무대를 매번 한양 동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18년 동안 한양인이 아닌 사람이 ‘한글춤’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많게는 45세에 이르는 출연자도 있습니다. 대부분 30대 이상이죠. 한양의 위상을 무용계와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매번 이렇게 모이는 겁니다. ‘한글춤’이 본교 출신들이 중심이 돼 이뤄지고, 더불어 대중적 인기를 얻는 공연이니 만큼 한양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용 최고경영자(CEO) 각광 받을 것”
이 교수는 앞으로 세분화를 통해 무용 분야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용에는 춤을 추는 ‘무용가’뿐 아니라 미술, 분장, 음악, 의상 등 다양한 관련 분야가 있는데, 이를 잘 조율하는 ‘무용 경영’이 최근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용을 전공한 학생이 모두 춤을 추는 것은 아닙니다. 무용을 전제로 한 다양한 직업이 최근 각광받고 있어요. 무용 분야가 굉장히 세분화 되고 있는 겁니다. 몇 년이 지나면 ‘무용 경영’이나 ‘무용 관련 정책 개발’ 등을 총괄하는 무용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게 중요해 집니다. 저 역시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글 : 나원식 취재팀장 setisoul@hanyang.ac.kr
사진 :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이 교수는 지난 64년 이화여대 무용학과에 입학해 지난 68년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마친 끝에 이 교수는 지난 80년에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무용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본교에서 지난 84년부터 강단에 서기 시작한 이 교수는 지난 2002년에 생활체육과학대학 학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특히 본교 학생들과 함께 지난 84년 ‘밀물현대무용단’을 창단한 그는 지난 91년 한글을 춤으로 형상화한 ‘한글춤’을 선보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같은 해 예술평론가협회에서 최우수 예술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18년 동안 ‘한글춤’을 무대에 올리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2년 동안 ‘강남댄스페스티벌’ 추진위원장을 맡아 한국의 대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