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유용한 화합물 연구한다

지난 10월 16일 제주도에서 대한화학회 총회가 열렸다. 국내 최대 학회 중 하나라는 명성에 걸맞게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국내에서 화학을 연구하는 거의 모든 이가 모이는 대한화학회 총회는 벌써 102회를 맞는다. 그만큼 역사와 규모면에서 전통 있는 학회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곳에서 매년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장세희 학술상’을 조천규(자연대·화학) 교수가 수상했다. 그가 지난 수년간 유기화학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인류 발전을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인 화합물을 연구하는 ‘유기화학’의 선두주자, 조 교수를 만났다.

인류에 유용한 화합물 만드는 ‘유기화학’


자연계에는 수많은 종류의 유기화합물이 존재한다. 이중 인류의 삶에 유용한 화합물을 발견해 활용 가능하게 만드는 연구를 하는 것이 바로 유기화학 분야에서 담당하는 것 중 하나다. 인류에게 필요한 자연의 화합물은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기계나 전자부품 등 인간의 사용하는 특정 도구의 재료로 쓰이며 다른 하나는 생물학적으로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인간의 ‘약’으로 쓰이는 화합물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조 교수가 주력하는 부분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화합물은 약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연 그대로의 화합물은 그 농도가 굉장히 낮아요.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기 위해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의미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직접적으로 그 화합물을 쓰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유기화학적인 지식을 이용해서 그들을 만드는 겁니다.”

과거에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화합물을 만들어 약으로 사용했다. 자연에 존재하는 화합물은 굉장히 구조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종종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화합물이 복잡할수록 인간의 특정 부위에만 반응이 나타나는데, 단순하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복잡한 상태 그대로의 화합물을 연구하려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조 교수 역시 자연계에 존재하면서 인류에게 유용한 복잡한 화합물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되짚는 과정을 고집해 오고 있다.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기 위해서도 단순한 화합물에서 복잡한 화합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겪을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한 화합물을 만드는 것부터 점점 복잡한 화합물을 만드는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우리만이 가진 독창적 방법을 사용한다면 경쟁력에서 앞서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저는 굉장히 복잡한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교육 뿐 아니라 연구결과의 가치 역시 높일 수 있었던 겁니다.”

열정 인정받아 수상한 ‘장세희 학술상’


조 교수는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뛰어난 연구 결과 발표로 유기화학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일 년에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장세희 학술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유기화학 분야의 권위자인 고(故) 장세희 박사를 기리기 위해 지난 98년 제정된 이 상은 유기화학과 관련된 탁월한 논문을 낸 연구자에게 수여된다. 그는 자신의 수상 이유에 대해 좋은 ‘연구 여건’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 화학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기화학을 연구하는 많은 교수님이 있어요. 물론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연구 여건이 좋지 않은 대학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운 좋게도 우수한 학생들이 있고, 뛰어난 시설이 있는 본교에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여기에 제가 가진 열정이 더해져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고요.”

‘장세희 학술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조 교수는 오히려 큰 부담을 짊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열정에 대해 상을 줬으니, 앞으로 그 열정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또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 속에서 연구를 할 수 있으니 이 역시 앞으로도 자신이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좋은 여건이 갖춰진 본교에 입학한 이상 더욱 열심히 학업에 열중해야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열정을 마음껏 펼 수 있는 여건 속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거죠. 저 역시 학생들을 위해 연구와 교육 모두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교수와 학교의 뒷받침 위에서 학생들이 더욱 열심히 해줬으면 합니다.”

“학생 실력 분포 좁히는 노력해야”


조 교수가 이렇게 학생들에게 학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자신이 학부생이었던 시절, 만족할 만큼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교 화학공업과를 졸업한 조 교수는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외국의 경우, 학부 시절부터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공부에 매진할 것 같아요. 학부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연구도 하면서요. 80년대에는 어느 정도의 대학을 나오면 취업에 큰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서 학업 분위기가 잘 조성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대학 이름만으로 학생의 실력을 판가름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학생들한테 학업을 더 강조하는 겁니다.”

모교의 선배로서 조 교수는 한양의 발전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본교 학생들의 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실력 분포에 있어서 격차가 넓기 때문에 이를 좁혀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지론이다. 진정한 명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학업 능력이 낮은 학생들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해답은 학생들에게 있습니다. 교수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실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분포를 좁히기는 힘들어요. 학생 각자가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에 학교의 노력도 더해져야 합니다.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바로 대학의 역할이겠죠.”

“연구자, 교육자로서 최선 다할 것”

연구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열정을 다하고 있는 조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 교육과 연구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있어서도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대학 연구의 목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조 교수가 본업에 충실하며 바라는 것은 인류의 역사에 가치 있게 남을 화합물을 만드는 것과 한양의 발전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처럼,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이 학업에 충실해 한양이 진정한 명문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 : 나원식 취재팀장 setisoul@hanyang.ac.kr
사진 :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조 교수는 지난 80년 본교 공업화학과에 입학해 85년 졸업했다. 이후 학업에 뜻을 세워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지난 93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지난 93년부터 96년까지는 MIT 공과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또 그는 지난 96년부터 97년까지 하버드 의대에서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다가 지난 97년 귀국해 본교 화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유기화학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낸 조 교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대한화학회로부터 ‘장세희 학술상’을 받았다. 연구와 교육에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도 유기화학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며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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