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반도체강국 만든다

‘디램 메모리 시장점유율 세계 1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세계 1위’.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주역으로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기술개발이 이뤄지는 정보기술산업의 특성상 세계 1위라는 화려한 성적표에 안심하긴 이르다. 이를 위해 안진호(공과대·신소재) 교수가 나섰다. 그는 차세대 노광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국내 반도체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열린 ‘제 1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수여하는 ‘산업발전공로상’을 수상했다. 이 날 행사에선 최영재(공과대·신소재 석사과정) 군과 김기현(공과대·신소재 3) 군이 반도체장학생에 선정돼 안 교수와 동시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국내 반도체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 꾀한다’


안 교수는 미개척 분야인 차세대 노광기술의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국가 연구개발 기획 및 학술 활동에 있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92년부터 차세대 노광기술 연구를 시작한 그는 사실상 이 분야의 기술발전을 주도해온 선두주자다. 노광기술은 반도체를 작게 만들기 위한 핵심기술로 국내 반도체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이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 2002년 안 교수가 진두지휘하는 초고집적 반도체 공정연구팀(이하 연구팀)을 국책연구개발사업인 ‘극자외선 노광기술(EUVL) 개발 사업단’으로 선정해 매년 50억 원 가량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기존의 가시광선 혹은 자외선 노광기술로는 4기가 이상의 반도체 개발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극자외선 노광기술의 도입으로 최대 100기가의 집적도 높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됐죠. 오는 2013년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 교수의 연구팀은 ‘디스플레이용 고해상도 노광기 개발사업단’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국책연구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기술이 뛰어나지만 이를 만드는 장치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그는 반도체 분야의 국제협력에도 앞서고 있다. 차세대성장동력반도체사업단 및 반도체연구조합의 국제협력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외국기업과 연구소의 국내유치 및 국제협력사업 기획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에는 한, 미 반도체 협력 사업을 주도해 국내 반도체사와 스탠포드대, 버클리대, 텍사스 주립대와의 협력을 성사시키고, 텍사스 주정부로부터 6백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반도체 발전 이끄는 스승과 제자

한편 ‘제 1회 반도체의 날’을 맞아 신소재공학부에선 세 명의 사제지간이 동시에 수상을 하는 경사를 맞았다. 안 교수의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 군은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회사인 에이에스엠엘(ASML) 사의 반도체장학금을 받게 됐다. 그는 현재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박막기술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노광기술이 반도체의 크기를 작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박막기술은 두께를 얇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실리콘 기판을 대신할 새로운 기판이 필요하다. 지금까진 가격이 싸고 제조가 쉬워 실리콘을 주로 이용해왔으나 미국에선 이미 4, 5년 전부터 이를 대체할 기판을 개발해왔다. 안 교수의 연구팀 역시 5년 후 쯤엔 새로운 기판의 상용화가 가능하리라 보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군은 “2년의 석사 과정동안 지난 1년은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가르침을 받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남은 1년은 교수님을 도와 좋은 연구결과를 내고 싶다”며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은 국내 반도체장비사인 뉴파워플라즈마의 반도체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대부분의 기업 장학금은 향후 우수한 인재를 자사로 끌어들이기 위한 계약적 투자의 색깔이 짙지만, 김 군이 받는 장학금의 경우엔 ‘앞으로 가능한 한 반도체 분야에서 일해 달라’는 조건만 달려있을 뿐이다. 높은 경쟁률의 장학생 선정엔 평소 그의 성실한 학업태도를 지켜본 안 교수의 추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군은 “큰 상을 받은 만큼 열심히 공부해 반도체 분야를 대표하는 인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수 대학생 및 대학원생에게 주어지는 반도체장학금을 전체 24명 중 본교 학생 2명이 받게 됐습니다. 꽤 좋은 성과라고 봅니다. 최 군과 안 군 모두 미래의 반도체산업을 이끌 인재들입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각각 연구와 학업에 매진해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기술을 개발한다’


안 교수의 연구팀엔 교내 여타 연구팀에 비해 박사과정 연구생들이 많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 그는 언제나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미래의 기술을 연구한다. 당장 손에 잡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시작은 어렵지만 미래 기술이 산업 전체에 미칠 영향력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는 그와 연구를 함께 한 제자들이 향후 새로운 기술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최근 대학 연구실이 기업 못지않게 단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제 목표는 똑똑한 인재를 발굴해 훌륭한 산업역군으로 길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기회만 제공할 뿐 곁에서 채근하지는 않을 겁니다. 학교와 교수는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합니다”

글 : 이현정 취재팀장 norubia@hanyang.ac.kr
사진 :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안 교수는 지난 86년 서울대 공과대학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88년에 동대학원에서 공학 석사학위를, 92년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지난 95년 이후 본교 공과대 신소재공학부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아울러 현재 차세대성장동력반도체산업단, 반도체산업협회의 전문위원과 극자외선 노광기술개발 사업단장, 디스플레이용 고해상도 노광기개발 사업단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달 29일 열린 ‘제 1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수여하는 ‘산업발전공로상’을 수상했다. 한편 외국 연구자들과 공동집필한 세계 최초 ‘극자외선 노광기술’ 전문서적 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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