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은령 교수와 재학생 6인,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 연구과제 선정


평소 시각장애인 교육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현은령 교수(응용미술교육과)에게 반가운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학부생연구프로그램(URP)을 통해 학부생들과 함께 시각장애아 미술 교육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현 교수의 주도로 모인 6명의 재학생이 연구에 힘을 모았다. 약 7개월 동안 진행한 연구는 지난해 12월 2016년 학부생연구프로그램 우수 연구과제로 뽑히는 성과를 올렸다.
 

공학과 예술, 교육의 융복합 빛나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학부생연구프로그램 지원 사업은 약 7개월 동안 학부생이 과학기술 분야를 탐구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연구성과로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관련 분야 전문가(박사 학위 소지자)에게 책임 자격을 부여해 학부생의 연구 과정을 이끌도록 한다. 현은령 교수가 지도를 맡은 연구팀은 창의·융합 부문에서 연구 자격을 얻어 ‘3D프린터를 활용한 시각장애아 공감각 인지촉진 미술 감상 교구개발’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현 교수는 “특수교육현장에서도 소수자를 위한 교육 교구 개발은 매우 미진한 상태”라며 “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 한국창의과학재단 2016 학부생연구프로그램 우수 연구과제로 선정된 현은령 교수(응용미술학과) 연구팀을 만났다. 왼쪽부터 김희령, 송시영(응용미술교육과 2) 씨, 현은령 교수, 장진호(기계공학과 2), 최기봉(컴퓨터공학과 3) 씨. 
 
3D프린팅과 미술 교육이란 분야를 접목한 주제에 맞게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모였다. 공학대의 장진호(기계공학과 2), 최기봉(컴퓨터공학부 3) 씨가 기술적인 부분을 맡고, 사범대의 김정현, 김희령, 송시영(이상 응용미술교육과 2) 씨와 윤여진(성신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3) 씨가 예술과 교육 파트를 담당하는 구성이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4월 주제 선정을 마친 후 5월까지 시각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학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6월부터 7월까지는 3D프린터로 제작할 교구를 선정해 교수-학습지도안을 개발했다. 8월부터는 미술 감상 교구를 실제 학교에 적용하며 관찰 연구를 지속했다. 

이후에는 관찰 내용과 성과를 보고서로 작성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번 연구는 170여개 연구과제 중에 선정된 17개 우수 연구과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공학과 예술, 교육 분야의 융복합 연구 역량을 인정받은 셈이다 또 김희령 씨는 학부생 5명에게만 주어지는 우수 연구 노트 작성자에 선정돼 2관왕의 기쁨을 누렸다. 김희령 씨는 “나를 위한 공부만 하다가 타인을 위해 공부하다 보니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며 “교육 분야에 적절한 기술을 도입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알게 된 만큼 더욱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아를 위한 연구 펼치다
 
“시각장애 아동은 보통 촉감에만 의존해 작품을 감상해요. 그러다보니 공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현은령 교수는 3D프린터를 활용, 입체적으로 제작된 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연구는 그 효과를 실제로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 학교의 아동은 전맹과 저시력 학생이 통합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전맹용과 약시용으로 나눈 맞춤형 감상 교구를 구상했다.
▲3D 모델링 도구 라이노5.0을 활용해 모나리자 이미지를 작업하는 과정 (출처: 현은령 교수)
 
연구팀이 교구 평가를 위해 협조를 구한 곳은 인천혜광학교였다. 담당 교사와 논의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교재로 정했다. 3D프린터로 미술감상 교구를 제작하고, 왕십리와 인천을 오가며 실제 교구를 활용하는 아동들을 지켜봤다. 그 결과 보통 시각장애 아동의 미술 교육을 위해 쓰이는 소리 료에 비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새 교구를 사용했을 때 양질의 질문이 늘어났으며, 경험해보지 못한 형태에 대해 구제척으로 질문하며 다음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연구팀의 마음에도 변화가 있었다. 김희령 씨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예상보다 생각도 깊고 똑똑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앞으로는 이들이 더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학도인 장진호 씨는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열악한 상황을 직접 볼 수 있었다”며 “특수교육 분야에서도 기술적인 도움이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2017년에도 후속 연구 이어갈 것
 
현은령 교수는 올해에 있을 학부생연구프로그램에서 후속 연구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연구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교적 짧은 기간 때문에 현장 관찰을 많이 못 했다는 거예요. 미술 교구의 세세한 측면이나 시력 차이에 따른 추가적인 요구사항들이 있었어요. 그들을 토대로 보완에 신경을 쓰면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미술 교구를 만들 생각입니다."

학생들도 후속 연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통해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는 이들이다. 장진호 씨는 “응용미술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용어를 익히는 한편, 논문의 기본 포맷이나 연구노트 작성법 등을 새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기봉 씨는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입장에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현은령 교수는 우수연구 과제에 우리대학에서 1팀이 선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도전을 독려했다. "이번 사업에서 우리대학의 참여율이 낮았어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죠. 올해는 교수와 학부생이 협력해서 진행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은령 교수팀은 올해도 도전을 이어가 '사랑의 실천'을 몸소 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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