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ㆍ행정ㆍ언론고시반, 추위 속 면학열기로 '후끈'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외롭지만 행복한 도전
'방학'이란 단어에 가슴 설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상적인 틀에서 벗어나 여행을 가거나 모자란 공부를 보충할 수 있고 하다 못해 늦잠이라도 한 번 실컷 잘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학교 생활에 지친 심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학중에도 학교에 남아 묵묵히 맡은 바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다. Weekly Hanyang은 겨울 추위속에서도 희망찬 봄을 예비하고자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매진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은 고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길고 긴 겨울방학 동안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고시반 학생들을 찾아 그들이 꿈꾸고 있는 미래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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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반이 몰려있는 제1 학생생활관은 학교의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다. 인적이 드문 그곳에는 적막한 고요함이 감돌고 있었다. 4명씩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과 독서실로 이루어져 있는 이 생활관에는 사법고시반, 행정고시반, 외무고시반, 기술고시반 등이 각 층을 나누어 쓰고 있다. 복도에는 '대화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고 가끔씩 체육복을 입고있는 고시생들이 머리를 식히러 나온다.
백상준(법대·법학 98) 군은 지난 99년도에 사법고시반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2번 시험을 치른 경험이 있는 그는 두 번 모두 안타깝게 '미끄러졌다'. 다른 고시생들에 비해 어린 축에 속하는 백 군은 "고시 공부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물론 운도 따르긴 하지만 공부를 정도껏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라고 말한다.
오는 3월 1일 1차 시험이 기다리고 있어 사법고시반의 분위기는 자못 진지하다. 백 군은 "이번에 선배들이 사법고시에 많이 합격해서 고시반 분위기는 한껏 고무되어 있다."라며 "아직 군대 문제도 있고 집안에서의 걱정도 덜어드리기 위해 이번 시험에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며 각오를 전했다. 사법고시반의 조교를 맡고 있는 문황식(법대·법학 93) 군은 "대부분 후배들이고 같은 공부를 한 경험 때문에 이들의 고충이 이해가 간다. 좁은 틀안에서의 생활로 인해 고민도 많고 참아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많은 힘이 되줘야 한다."며 후배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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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고시반은 사법고시반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이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되어 있는 사법고시반과는 달리 행정고시반에는 여학생들도 다수 눈에 띄고, 사람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김선필(법대·법학 91) 군은 사법고시에서 행정고시로 목표를 바꾼 케이스다. 그는 고시반 생활에 대해 "외부와의 접촉이 많지 않아서 외로움이 가장 큰 적이다."라고 전한다. "시험이 가까워지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생활도 최대한 단순화시켜야 하고 그러한 생활에 자신을 적응시켜야한다."며 고충을 전한다.
하지만 고시생들끼리의 나름의 즐거움과 재미도 있다. 김 군은 "서로 고민상담을 하며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하고, 운동이나 취미생활도 즐기면서 나름대로의 추억을 쌓기도 한다."며 미소짓는다. 그는 다음 달에 치러지는 시험을 앞두고 있다.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지만 자신의 꿈에 대해 후회해본 적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모두들 힘든 것을 참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겪어야할 과정"이라며 김 군은 다시금 독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래의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언론고시반은 다른 고시반과는 달리 의대 본관에 자리잡고 있다. 타 고시반에 비하여 다소 열악한 환경인 좁은 독서실과 회의실이 전부이지만 열의만큼은 타 고시반 못지 않다. 특히 이제 막 신입 학생들을 뽑아서 새롭게 출발하는 분위기이다. 졸업반인 진광선(사회대·신방과 4) 군은 신문사 사회부 기자를 희망하고 있다. 진 군은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고, 사회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의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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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신문사에서 한달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기자생활을 미리 맛보기도 했지만 언론사에는 나이와 직급에 연연하지 않은 풍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작은 수확이다. 진 군은 "언론사는 나이 제한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 가서 다듬어지기보다는 많은 것을 다듬고나서 진출해야하는 분야"라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길게 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사법고시생은 진지했고, 행정고시생은 비교적 여유롭고, 언론고시생은 날카로웠다. 개성이 뚜렷한 고시생들의 생활을 엿보면서 그들의 '한우물 파기'가 어려운 일이면서도 행복한 과정인 것처럼 느껴진다. 석 달간의 겨울방학이 길게 또는 짧게 느껴질 것인지는 그들의 노력여하에 달려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