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학 최초 한양대 텔레프레즌스 수업

한양대가 세계 대학 최초로 5G와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기술을 활용한 수업을 올 1학기부터 진행했다. 텔레프레즌스는 원거리를 뜻하는 ‘텔레(tele)’와 참석을 뜻하는 ‘프레즌스(presence)’의 합성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원격으로 불러와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로 주로 화상회의에 활용된다. 한양대는 여기에 최근 상용화된 5G 기술을 더해 이를 수업에 활용했다. 대학으로는 세계 첫 시도다.
정리. 편집실

 
▲한양대가 세계 대학 최초로 5G와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기술을 활용한 수업을 올 1학기부터 진행했다.

텔레프레즌스 기반 교육 모델 ‘하이 라이브’

지난해 베트남 오지 해외 봉사를 다녀온 김한양 학생. 현지 청소년들의 부족한 교육 기회에 가슴 아파했던 그는 최근 텔레프레즌스 기반의 ‘홀로그램 교수님’에게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홀로그램 교수님’을 베트남 오지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김한양 학생이 경험한 텔레프레즌스 수업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양대학교가 개발한 텔레프레즌스 기반의 교육 모델인 ‘하이 라이브(HY-LIVE)’ 수업은 실제로 상대방과 마주하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디스플레이 기술(AR/VR/MR)과 인터넷 기술을 결합한 텔레프레즌스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수업이다. 5G 텔레프레즌스 기반 홀로그램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한 새로운 강의 방식으로, 한양대가 최초 개발한 강좌다. 한양대는 이를 위해 스튜디오와 강의실 세 개를 구축했다.
하이 라이브 수업은 스튜디오에서 강의하는 교수와 세 곳의 원격지 강의실을 생방송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진행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과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듯이 대화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대학 교육에 적용한 것. 특히 여기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G 기술을 부분적으로 적용해 대학 교육 모델을 개발, 운영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원거리 강의실에서도 실시간 양방향 수업 가능

지난 3월 개설된 텔레프레즌스 수업 ‘생활 속의 화학’은 화학과 김민경 교수가 진행하는 수업으로, 현재 총 103명의 수강생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김 교수는 스튜디오에서 강의를 하고, 수강생들은 서로 다른 건물에 있는 세 개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온라인 강의와 유사해 보이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우선 학생들은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실물 크기의 김 교수’에게 생생한 강의를 들으며 질문하고, 실시간 돌발 퀴즈를 풀기도 한다. 다른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과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스튜디오에 있는 김 교수는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질문에 답하거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의사소통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생활 속의 화학’ 교과목은 이론 수업임에도 5G 기술을 이용해 화학 실험실을 연결, 위험한 실험을 생생하게 중계한다. 또 전문 화학 기업의 임원을 연결해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기업의 대응’이나 ‘대학 화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을 듣기도 한다. 학생들은 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현장 전문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고, 평소 궁금해 하던 이슈를 질문할 수도 있다. 대학 강의실에 기업의 전문가를 수시로 초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5월 2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김범성 KCC 전무이사를 연결해 현장 연계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기업의 책임’에 대해 질문하는가 하면 ‘어떻게 해야 화학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느냐’고 물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우승 총장이 화학과 김민경 교수가 진행하는 텔레프레즌스 수업 ‘생활 속의 화학’ 스튜디오 현장을 찾았다.

2학기에는 서울·ERICA 연결해 수업 진행

한양대는 ‘하이 라이브(HY-LIVE)’로 향후 다양한 수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2학기에 서울캠퍼스와 ERICA캠퍼스를 연결해 인공지능 관련 교과목 트랙의 수업을 5G 텔레프레즌스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리적으로 50km 이상 떨어진 서울·ERICA 두 캠퍼스에서 하이 라이브로 동시 진행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 머신러닝,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등을 ‘인공지능 나노 트랙’이라는 교육과정으로 구성해 컴퓨터를 활용한 실습 위주 강좌로 제공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교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폭발적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PC 강의실이 필수인데, 규모가 큰 종합대학의 경우도 한 개 PC실당 수용 인원이 100명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전문가를 교수로 모시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때 텔레프레즌스 기반 수업이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서울캠퍼스와 ERICA캠퍼스의 소규모 PC 강의실을 텔레프레즌스 기술로 실시간 연결해 홀로그램 교수의 강의를 듣고 직접 실습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텔레프레즌스 기반 교육 모델 ‘하이 라이브’. 학생들은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실물 크기의 교수에게 생생한 강의를 들으며 질문하고, 실시간 돌발 퀴즈를 풀기도 한다.

‘세상에 없던 모델’로 교육혁신의 선두에 서다

한양대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국내외 대학과 협력해 유명 교수의 ‘명품 강의’를 연결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해외 대학을 대상으로 이를 사업화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전자공대(SEU)에서 이브라힘 알무아켈 부총장을 비롯한 방문단이 한양대를 찾아 세계 최초로 5G를 접목한 텔레프레즌스 기반 수업 모델을 보면서 도입 의사를 밝혔다. 한양대는 SEU의 요청에 따라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또 4월에는 아프리카 우간다 테소국회의원회 의장 등 대표단 다섯 명이 한양대를 방문해 하이 라이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우승 총장은 “하이 라이브는 한양대가 지난 15년간 진행해 온 e-러닝 교육의 결실이자 교육혁신”이라며 “앞으로 교육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외 오지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G 이동통신 기술이 확산되고, 한양대학교의 새로운 실험들이 성공을 거듭해 가면 교육의 기회가 닿지 않는 국내의 오지, 낙도뿐만 아니라 해외 오지에 한양대학교 교수가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재미있는 강의와 흥미진진한 실험들을 선보일 수 있다. 김한양 학생의 꿈처럼 글로벌 교육혁신을 통한 사회혁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연결 기술로 ‘세상에 없던 모델’을 만들어 교육혁신과 사회혁신에 기여하는 한양대학교. ‘하이 라이브’로 몰고 올 새로운 교육혁신의 바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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