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문맹 퇴치를 위해서
김상수 교수(디지털경제경영대 디지털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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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의 학생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의 특성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라면 'digital'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 시대에 무슨 문맹(illiteracy)인가 하겠지만, 디지털 시대에도 퇴치해야 할 문맹이 있고, 이 같은 문맹을 퇴치해야만 디지털 시대에서 경쟁력을 갖는 구성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문맹은 정보기술 문맹(IT illiteracy)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기본적으로 퇴치해야 할 문맹 중 하나는 기본적 정보 기술의 활용 능력 부족이다. 10여년 전에는 워드 프로세서만 다룰 줄 알아도 취업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고, 불과 몇 년 전에는 인터넷 검색사가 유망한 직업이라고 이에 관련한 자격 시험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시대에 이러한 능력을 가졌다고 누가 취업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시대에는 인터넷,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데이터 베이스, 멀티미디어 등의 기본적인 IT 기술의 활용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직장에서 '저 학교에서 이런 것 안 배웠는데요!'라고 답할 때 여러분의 동료나 상사가 쳐다보는 눈길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오싹한 기분이 들 것이다.
두 번째 문맹은 정보 문맹(information illiteracy)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또 다른 문맹은 정보 분석 능력의 부족이다. '빠르고, 복잡하고, 통합되는 시대'가 특징인 디지털 시대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신속하게 수집해서 정확하게 분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 분석 능력이 필수적이다. 정보 분석 능력은 각 전공 분야에서 배운 탄탄한 전공 지식을 현장의 문제에 끊임없이 적용하는 훈련을 해야만 향상될 수 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식은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신제품 수요 예측을 정확하게 하는 관리자와 틀리게 하는 관리자,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애널리스트와 엉터리로 하는 애널리스트, 환자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의사와 오진하는 의사, 기업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해서 해결하는 컨설턴트와 혼란만 가중시킨 컨설턴트, 제품의 설계를 정확하게 하는 설계자와 그렇지 못한 설계자...어느 집단에 우리가 속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세 번째 문맹은 지식 문맹(knowledge illiteracy)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경영학 역시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필자의 전공 분야인 경영 정보시스템 분야에서는 1년 전 강의 노트의 절반 이상을 바꾸어야 할 정도로 지식의 변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시대에서는 새로운 지식의 검색, 활용, 창조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가 힘들 것이다.
따라서 각 자가 속해있는 분야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동태적으로, 입체적으로 분석해서 필요한 지식을 찾아내고, 활용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정된 시간과 능력 속에서 필요한 지식을 찾아내고 준비하는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중국 영화 〈동방불패〉에서 땅 위만 걸을 수 있는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과 물 속과 하늘을 날아 다닐 수 있는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쟁력 차이는 주인공과 엑스트라의 차이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맹은 문화 문맹(culture illiteracy)이다. 문명과 역사라는 기반에 사회와 문화 시스템이 있고, 그 위에 정치, 교육, 법률, 경제 시스템이 있고, 그 위에 경제 주체인 기업과 우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기반인 사회와 문화 코드를 읽어 내지 못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일거에 가치가 없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할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기업들도 세대별, 성별, 직업별, 지역별, 국가별 문화와 그 차이를 읽어 내지 못하면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 GOD, HOT, 스타크래프트, 핸드폰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는 최근의 청소년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HOT가 TV에 나온다고 저녁 식사시간에 10번 이상 걸려 오는 우리 딸과 그 친구들의 핸드폰 문화와 우리 부부의 문화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