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가족 문화와 온고지신
탁영란 교수(의대 간호과)
2002년 벽두에 연일 회자되는 여러 가지 핵심어 중에 새삼 새로운 이슈는 아니지만 우리의 가족 문화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하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이슈의 관련설이다. 서울 강남 특정 지역의 부동산 시세 폭등과 유명 대입 준비 학원의 밀집의 관련이다. 이는 지치지 않고 우리 가족들이 갖는 두가지의 독특한 표상인 극단적 자녀 교육 중심과 입시 위주의 일탈된 가족 문화의 한 단면이 줄줄이 사탕처럼 사회 문화의 여러 영역에서 엮여 끝도 없는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러기 아빠, 조기 유학, 교육을 위해 이어지는 이민 행렬, 지구상에서 가장 바쁜 초등학생들이 우리 가족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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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는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의 실존적 정체성은 외면한 채 모든 가족이 생존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21세기가 시작된다고 희망찬 팡파레를 광화문 네거리에서 화려하게 울린 것이 어언 2년, IT강국으로의 자부심으로 지내온지 여러 해가 지났건만, 우리 가족 문화는 과연 디지털 시대에 '잘 살고 잘 교육하고 있는가'는 자문해 볼일이다.
가족의 절대 가치는 자녀 교육에 있다. 여기서의 교육은 진정한 교육을 말한다. 한국인에게 있어 가정은 '나'로부터 '천하'에 이르는 모든 것의 뿌리가 된다고 우리의 옛 선조들은 가르쳐왔다. 즉 가정은 삶의 각 부분을 꿰뚫어 묶는 통합체로서 '나'와 '우리'를 연결시키고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연결시킨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우리 선조들의 자녀 교육은 공자가 제시한 인간상인 군자를 지향하고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공손, 관용, 신의는 타인을 대하는 자세, 민첩함과 은혜는 개인적 특성으로 구성된 인(仁)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이(李珥)는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입지(立志)와 성(誠)을 주요 교육 목적이자 교육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입지는 자율적 인간으로 자신의 의지로 학문과 세상에 뜻을 세우는 것을, 성은 하늘의 실리이며 마음의 본체라고 하여 학문이든 일이든 성실함으로 임하는 마음의 자세를 언급했다. 인간은 누구나 발달 가능성을 가지고 노력하여 자신을 형성해 가는 존재이므로 타인이나 외부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뜻에 따라 달리 형성될 수 있는 자율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인터넷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더더욱 지식 정보와 더불어 인간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의 발달은 지식과 감성의 발달의 형식적 의미보다는 근본적인 정신 즉 마음의 교육이 강조되고 있음이다. 이로써 창조력과 창의성, 다양성의 자양분이 가족 문화와 가치에 의해 배양되어 디지털 시대의 인간상을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에서 자녀 교육은 사랑이라는 가족적 정체성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부부간의, 부모 자녀간의, 자녀들간의 사랑의 공동체가 가족인 것은 디지털 시대에도 명백한 명제가 아닐 수 없다. 가족 문화는 살며(living), 사랑하며(loving), 학습(learning)되는 것이고, 다양함과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으로 훈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디지털 시대의 가족이 이러한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그러면서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진정한 교육에 얼마 만큼의 관심과 주안점을 두고있는가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견지에서 새삼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