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세미나와 풍부한 DB 구축으로

 궤도차량 성능 예측 오차 Zero에 도전

 

 최근 대학에서 이공계열 등록 기피 현상이 대거 발생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교차지원 폐지나 병역특례혜택, 장학제도 등의 대비책을 강구하라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이공계열 연구자들의 사기가 어느 때보다도 소침해 있는 요즘,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공업센터에 위치한 연구실들은 교수, 학생들의 분주한 몸놀림과 토론하는 소리로 북적대고 있다.

 

   
 

 공업센터 2층에 위치한 컴퓨터지원시스템 시뮬레이션연구실(http://cass.hanyang.ac.kr)은 오늘도 지도교수와 대학원생들의 토론과 컴퓨터 작업, 책을 넘기는 손놀림으로 분주하다. 고가의 실험장비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만으로 자동차나 탱크 등의 궤도차량 성능을 가상공간에서 미리 예측하고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이곳은 이승종(공대·기계공학부)교수를 선장으로 박사 1명, 석사 8명이 이끌어 가고 있다.

 

 학기 중과 겨울 방학의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대뜸 "수업만 없지 그 외는 별반 다를 것  없어요"라고 잘라 말한다. 연구실을 찾았을 때 9명의 대학원생 중 6명은 모 자동차회사에서 기증한 변속기 작동원리를 배우기 위해 산업현장에 가고 없었다. 나흘 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기계가 어떻게 실제로 작동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기술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론적인 부분에서 막혔던 부분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연구실의 하루는 10시에 실시하는 세미나로 시작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자가 준비하는 논문 주제를 중심으로 하루에 2, 3명씩 돌아가며 발표를 하는 것이다. 세미나에 지각하거나 내용이 부실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또한 지각하면 반성문을 쓰게 하고 결혼하면 반려자에게 그것을 공개하도록 내규를 정했다고 한다.

 

   
 

 "세미나에 열심히 참석하며 착실하게 공부해 온 학생들은 구제금융 시기에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서 제 실력을 인정받고 일해 왔습니다" 이 교수가 연구실을 이끌어 가는 기본 철학은 '실력론'이다. 오로지 평소 때 공부하며 갈고 닦은 실력만이 사회에 나가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방학 중 일과로 오전 세미나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그 외의 일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자유에 맡긴다. 그러나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연구를 하든 구체적인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은 의무 사항이다. 연구실의 국보 제 1호는 오실로스코프나 변속기, 컴퓨터도 아닌 '세미나 자료 묶음철'이다. 세미나가 끝나면 대학원생들은 각자 이름이 적힌 자료함에 자료를 보관한다. 추후에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지식창고인 셈이다.

 

 365일 중 휴일만 빼고 시계추처럼 집과 연구실을 왔다갔다하는 단조로운 일상. 가끔씩 전체 회식과 옆 연구실과의 운동 시합이 있긴 하지만 젊은 혈기를 연구실에서 묵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석사 3기를 맞이하는 조현욱 군은 이런 생활에 완전히 적응된 모습이다. 차량의 안전장치 작동법과 원리를 미리 파악하는 프로그램 개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조 군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논문 준비를 충실히 하다보면 실력이 저절로 쌓이는 것이고 사회에 나가서도 그것을 인정받을 수 있다"라며 오히려 이런 생활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겨울방학은 교수와 대학원생 모두에게 시간적으로 가장 길면서 질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이다. 신입생은 연구실 생활에 적응하고 어떤 분야를 연구할 것인지를 탐구해 보는 적응기라고도 할 수 있다. 교수와 석사 3기생들은 여태껏 진행해 온 연구에서 부족한 부분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그 결과물들을 차차 거두기 시작하는 때이다. 방학중에 그들이 연구실에서 흘린 땀방울들은 보다 저렴한 비용과 뛰어난 변속기 성능예측 프로그램 개발로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인생에도 '오차'가 있을리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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