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80주년 맞아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과 특별전 마련
한양대 박물관, 한양대 건축학부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 소속 교수와 학생들이 공동으로 ‘방원평직方圜平直, 집을 재단하다 展’ (이하 방원평직 특별전)을 마련했다. 한양대학교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31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올해는 한양대 개교부터 함께한 건축학부에게도 뜻깊다. 한동수 서울캠퍼스 건축학부 교수는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좋은 전시를 위해 주제 선정부터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최근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이 전시영역으로 많이 진출하는 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건축학부 학생들의 큐레이션(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 능력 향상을 노렸다.

방원평직 특별전은 한 교수의 제자인 이돈범 씨의 도(度, 길이를 측정하기 위한 자) 수집으로 인해 탄생했다. 평소 연구와 한옥 설계에만 몰두하던 이 씨는 한 교수의 권유로 '자(ruler)'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 동안 하나둘씩 모인 자는 어느덧 200여 점을 넘었다. 한 교수는 수집한 자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이 아쉬워 자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다. 기존에 도량형(度量衡, 길이나 부피 및 무게를 측정하는 행위 혹은 도구)을 주제로 한 전시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도(度) 하나만을 전시한 특별전은 처음이다.
한양대 박물관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자부터 이성산성에서 출토된 당척(唐尺, 당나라에서 쓰이던 자)과 안성 청룡사에서 발견된 조선 시대의 곡척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자를 소개한다. 한 교수는 “전시하는 다양한 자들을 통해 자에 담긴 장인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74호인 신응수 대목장(건축물 짓는 대목 일에 능한 장인)은 광화문 건축 현장에서 사용한 5m 장척 자를 기증해 이번 전시를 더욱 빛냈다.

한 교수는 "도(度)는 단순히 길이를 재는 도구가 아니"라고 전했다. 중국 자금성 태화전 입구에는 도량형의 기준이 되는 표준 도량용기와 해시계가 있다.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황제의 말이 국가의 기준이고 표준이라는 뜻이다. 자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ruler’는 통치자와 권력자를 의미한다. 서양에서도 권력자가 나라의 기준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 이뿐 아니라 박물관은 자에 대한 해몽, 우리말 속의 자, 몽금척(夢金尺, 금척무를 출 때 쓰는 자) 등 자에 얽힌 이야기와 담긴 의미들도 소개한다.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은 "다음 전시부터 학생들의 참여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내년부터 박사 과정을 마치는 학생들은 전시회 준비에 이어 전시회에서 졸업논문을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한 교수는 "규모는 작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훌륭한 전시”라며 “많은 관심과 관람을 부탁한다"고 했다.
글/ 윤석현 기자 aladin@hanyang.ac.kr
사진/ 김주은 기자 coram0de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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