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젊은 공학자상’ 이 상은 대한전자 공학회(IEEK)와 전기전자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미국전기전자학회(IEEE)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이는 IT 분야에서 연구업적이 뛰어난 40세 미만의 젊은 연구자 한 명에게만 수여해 커다란 명예를 지닌 상으로 평가받는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 상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대학 서울캠퍼스의 장준혁 부교수(공과대ㆍ융합전자)다. 음성통신 및 신호처리 분야 전문가인 장 교수는 음향 기술의 우수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수상자의 영예를 안게 됐다. 인터넷한양 뉴스팀에서 그를 만나봤다.
우리대학 최초로 IEEE/IEEK IT 젊은 공학자상을 수상하셨습니다. 평생에 한번 받을 수 있는 상이기도 해서 더 특별할 것 같습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시상식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과연 이전에 수상했던 분들과 비교해서 상 받을만한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수상자들을 보면 서울대 최성현 교수님, 홍용택 교수님, 고려대 이인규 교수님 등 모두 뛰어난 분들이다. 상 받게 돼서 마냥 기쁠 줄 알았더니 오히려 외람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기회를 빌려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큰 연구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렇게 상을 주신 것은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으니 이를 계기로 더욱 큰 석학이 되라’는 격려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는 나 개인적으로 상 받는 것으로 끝이 아닌 후학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여전히 심하다. 그렇지만 이공계는 열심히 하면 어느 분야보다도 크게 클 수 있는 분야다. 나를 통해 후학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음성과 음향 신호처리 분야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아오셨습니다. 해외에 의존하던 스마트폰 잡음제거 알고리즘을 개발해 국산화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셨는데요. 최근 ‘스마트 전쟁’ 속에서 음성/음향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성 통신 및 신호처리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아왔다. 지금까지 IEEE에만 20건 이상 논문을 등재했고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까지 합하면 50건이 넘는다. 음성/음향 기술 분야 논문으로는 국내에서 단연 독보적이라고 자부한다. 이런 노력들이 이번 수상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 시장이 크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렇지만 음성/음향 통신 기술 시장이 반도체 시장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음향 산업 기반이 약해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열심히 연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음성 처리 기술은 미국 등 외국 기술에 종속돼있다. 일례로 삼성의 ‘ 갤럭시S2’에 들어가는 마이크 2개짜리 잡음 및 반향 제거 기술에만 약 1천억 원에 가까운 로열티가 빠져 나간다. 음향 기술들을 국산화하면 나라 전체에 주는 이익은 굉장한 것이다. 현재 삼성 DMC연구소와 공동으로 이를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음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LG와 함께 지능형 로봇을 위한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음성기술은 곧 로봇에 영혼을 불어넣는 기술이다. 로봇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의사소통을 해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LG는 우리 연구실을 ‘타겟(Target) 연구실’로 지정해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음향기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도 있지만 미래를 준비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인 것 같네요. 교수님께서 특별히 음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습니다.
학부 때 신호 처리 기술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특히 음성 처리 쪽이 도전해볼만한 분야라는 생각을 했다. 음성 신호 기술의 역사는 전화기의 발명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상당히 오래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이어져 오면서 상당한 진보가 이뤄지고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그만큼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국내에 서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 외국 기술에 종속된 실정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 내가 하는 공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도 주고, 또 이번처럼 상도 받게 해주니 재밌게 연구할 수 있었다.
항상 큰 그림을 그리면서 연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단지 개인적인 학문 추구가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에 어떤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시는 모습들이 엿보이는데요. 교수님께서 그리는 앞으로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인가요.
연구를 할 때는 ‘큰 연구’를 해야 한다 . 대형 국책사업이나 기업과의 공동연구가 큰 연구다. 이런 연구들은 어려운 점이 많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큰 연구들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큰 연구는 어려운 만큼 보람도 많고 보상도 크다. 그 결과물들은 단지 내게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 제자들에게 돌아간다.
음성 및 음향 처리 기술의 국내 연구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싶다. 이를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후학 양성이다. 학생들을 잘 지도해서 앞으로 우리나라 음성음향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역군들을 길러내야 한다. 이는 나 개인적으로도 명예로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모든 한양인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음향산업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경쟁자들과 격차가 존재한다. 남들과 똑같아서는 절대 격차를 줄일 수 없다. 혹은 남이 하는 만큼만 한다든지 그보다도 안하는 경우도 있다. 체력이 안 따라주고 시간도 부족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런 게 어디 있는가. 자기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굳건한 결의가 있으면 다 할 수 있 다. 내가 미국에 갔을 때 어디 한번 놀러가지 않고 연구에만 매진했다. 마지막 귀국 전날 하루 논 것이 다였다. 지금도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임한다. 이렇게 연구를 하다보면 시간에 쫓기고 체력적으로도 힘겨움을 느낀다.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국내 음성처리 기술 분야는 기반이 약하다. 학생들도 잘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음향 기술은 다른 분야만큼이나 중요하고 큰 산업이다. 또 미래도 밝다. 이 분야로 뛰어들어보면 재미도 느끼고 큰 보상을 얻기도 할 것이다.
인간과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술
미래의 가능성을 지닌 음향 기술
공상영화를 보면 인간과 로봇이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의사소통 능력이 곧 로봇의 지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장 교수의 말처럼 음향기술은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같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음향기술의 기반이 꼭 필요하다. 더 많은 한양인들이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력 및 약력
장준혁 부교수(공과대ㆍ융합전자)는 현재 우리대학 융합전자공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장 교수는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음성 및 음향 신호처리, 음성통신, 음성인식, 잡음제거 등이다. 주요 경력으로는 인하대 전자공학부 BK21 핵심사업팀 최연소 사업팀장(2008년~2011년), (주)넷더스 연구소장 역임(2000년~2004년), KIST 연구원(2005년) 등이다. 수상 경력으로는 한국음향학회 최우수논문상(2007년), 남동산업공단 혁신클러스터 아이디어 공모전 1위(2006년)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