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레퍼토리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인간의 희노애락 춤을 통해 표현 특징

 

   
 

 말을 던졌는데 허공을 맴돌기만 한다. 친밀한 이와 마음은 하나인데 엇갈리기만 한다. 지루한 생활로 인생은 무거운 짐처럼 여겨진다. 그럴 때 갑작스레 귀청을 울리는 듯한 높은 외침을 시작으로 춤 한번 신나게 추는 것은 어떠할지. 좁은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마치 넓은 광장에서 자유롭게 뛰놀 듯 춤을 춘다. 신나게 먼지를 일으키며 춤을 춘다. 그 순간에는 인물들의 모든 갈등요소가 사라진다. 관객은 그들을 부러워하면서 유쾌하게 하나가 된다.

 

 본교 연영과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극단 '한양레파토리'가 창단 10주년을 맞아 지난 9일부터 서울캠퍼스 올림픽체육관내 한양예술극장에서 〈루나자에서 춤을〉(Dancing at Lughnasa)을 무대에 올렸다. 브라이언 프리엘(Brian Friel) 원작의 〈루나자에서 춤을〉은 최형인 교수가 제작하고 신일수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연출은 김경식 동문이 맡아 심혈을 기울였다.

 

 〈루나자에서 춤을〉은 1936년 격동기 아일랜드 외곽에 사는 자매들의 이야기이다. 먼지가 일어나는 지루한 여름날에 고장난 라디오는 음악이 나왔다 끊겼다를 반복한다. 각기 성격이 다른 자매들은 양말을 짜기도 하고, 딸기를 따러가기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기도 한다. 그들의 영웅이었던 오빠는 아프리카의 선교사를 그만두고 돌아와 원주민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자매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카톨릭 집안으로서의 오점이면서 순수함으로 남는 사생아 마이클은 자매들의 주변을 배회하고, 마이클의 아버지 제리는 간혹 찾아와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대사가 없이 춤으로만 이루어진 장면은 이 연극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면이다. 춤을 통해 배우들은 관객에게 말을 건다. 로맨틱한 춤과 격렬한 춤에서 인간의 슬픔, 기쁨, 고뇌가 녹아 있다. 극은 자매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조명하는 마이클의 독백으로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그가 회상하는 지난 여름날 속에 다섯 자매와 그 주변 사람들이 스쳐지나간다. 마이클이 보여주는 자매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탓인지 인물들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 본연의 슬픔을 보듬어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루나자에서 춤을〉은 오는 18일까지 공연된다.

 

이승연 학생기자 skyzoa@ihanyang.ac.kr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