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용수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은용수 교수는 국제정치학에 있어서 ‘다양성’에 대한 화두를 임팩트 있게 던져오고 있다. 그 화두는 이론과 인식론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하여 비서구 국제정치학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이는 세계적인 출판사 라우틀리지(Routledge)에서 ‘아시의 국제정치이론과 실제’라는 총서 시리즈의 편집장 역할로 이어졌다. 이 시리즈에 공감하는 Peter J. Katzenstein(Cornell University), T.V. Paul(McGill University), Qin Yaqing(China Foreign Affairs University) 등 동서양의 저명한 학자들을 편집위원으로 구성하여 국제정치학에서 주목할 만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은 교수는 국제정치학을 깊이 연구해오면서 기존의 통념이나 주류시각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다. 예를 들어, 국제관계학에 있어 다양한 이론이 생겨나고 통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론의 기반이 되는 인식과 존재에 대한 공론장이 형성되고 있는지, 실천이 되고 있는지, 나아가 다양한 이론들이 과연 사회문화적 경계나 국경의 경계를 넘어 수용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표층의 측면에서는 다양한 이론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이론을 만들어내는 토양 자체는 다양하지 않습니다. 또한 실천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의 재생산 과정, 교육의 현장에서 이른바 주류라 불리는 이론을 중심으로 전해지고 있는 상황도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은 교수는 이러한 생각들을 <국제관계학에서의 다원주의와 이론적 관여>(2016)라는 저서에 담았다. 이 책은 영국 팔그레이브 맥말란과 독일의 스프링거 출판사에서 발간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e북으로도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820회가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https://www.palgrave.com/gp/book/9789811011207)

그럼에도 “<국제관계학에서의 다원주의와 이론적 관여>에서 다루지 못한 측면이 있어서 책의 출간 이후에 계속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지리문화적 측면에서 지식의 다양성’입니다.” 그는 학계에서 오랜 기간 제기되어온 문제, 즉 국제정치학이 서구 중심적이라는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지속적으로 풀어낼 필요가 크다고 인식하여 라우틀리지에 ‘아시아의 국제정치 이론과 실제’라는 시리즈를 제안했고, 결과적으로 책임편집장을 맡아 전 세계 정치외교학자들이 보내온 원고를 심사하면서 1년에 1권 이상 관련 저서를 출간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은 교수 본인도 최근 <What is at Stake in Building “Non-Western" IR Theory?>(2018)를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간하였다. “중요한 것은 서구와 비서구를 양분적 대결구도로 놓고 비서구 국제정치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정치학이라는 지식장 자체를 열린상태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최근의 연구로 기억에 남는 성과에 대해 은 교수는 미국 정치학회와 미국 국제정치학회를 모두 역임한 UC 샌디에고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데이비드 래이크(David Lake) 교수와 주고받았던 학술적 논쟁이라고 말한다. 은 교수의 논문은 래이크 교수의 2016년도 논문에 대한 답장(reply)형식을 취하면서 래이크 교수가 놓치고 있는 ‘성찰적 연대’라는 개념을 피력했다. 이 논문은 전세계적인 파급력을 갖고 있는 학술지 PS: Political Science에 게재되는 성과를 냈다. 은 교수는 국제정치학의 편협성을 극복하고 진정한 글로벌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서구의 학자들을 학계로 끌어들이는 인적구성의 확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오히려 가장 시급한 것은 비판적 자기성찰 가운데 있는 서구와 비서구 학자들 간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은 교수는 현재 “혼종 식민성”(hybrid coloniality)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라는 이론적 시각을 통해 한국의 탈식민 역사 과정에서 발생한 국제정치적 사건들과 한국 정부의 대응이 한국 외교안보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식민성’(coloniality)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혼종이라는 개념과 식민성이라는 개념을 융합하여 한국의 탈식민 역사과정과 결과를 포착해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혼종 식민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기존의 방안들이 주로 물질적, 제도적 차원에서의 접근이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인식적 차원에서 외교의 자율성과 다원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은 교수는 라우틀리지의 시리즈 발간 외에도 국제정치연구의 다양성 확장을 위해 동서양의 여러 학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국제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아미타브 아챠랴(Amitav Acharya)를 비롯하여 다양한 국제정치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서구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위기를 맞고 있는 현재, 아시아에 속한 약소국이나 중견국이 주체적 행위자로써 지역질서형성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은 교수는 자신이 앞서 주장한 것처럼 “성찰적 연대”를 통해 끊임없이 기존 통념과 주류의 시각에 비판적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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