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과학계에는 생체모방, 자연모방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에서 생존한 방식들이야말로 최선과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것이다. 최근 우리대학 공과대 김선정 교수(공과대·생체) 연구팀의 신소재 개발이 화제다. 거미줄의 구조를 닮은 신소재 개발 성공으로 ‘꿈의 섬유’로 불리는 거미줄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김 교수팀의 이번 성과는 잠재가치가 커 국내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한양 뉴스팀은 김선정 교수를 만나 신소재 개발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거미줄보다 6배, 케블라보다 12배’ 김선정 교수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통해 차세대 섬유소재의 가능성을 열었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비슷한 연구들보다 앞선 성과다.
“그래핀(Graphene)과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CNT)를 결합시킨 인공근육 섬유 소재입니다. 거미줄보다 6배, 방탄조끼에 쓰이는 합성섬유인 케블라보다 12배 이상 우수한 특성을 지니는 신소재예요. 쉽게 부러지거나 끊어지지 않고, 실처럼 얇고 질겨서 바느질이 가능할 정도죠. 차세대 섬유소재로서의 충분히 활용 가능한 겁니다.”
“이 신소재는 거미줄의 구조를 닮았어요. 거미줄을 나노 단위로 확대하면 실과 면이 이루는 복합구조를 볼 수 있어요. 저희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찾았습니다. 그래핀은 쌓을수록 평면에 가까워지는 성질이 있고, CNT는 원통형 막대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둘을 물리적으로 결합시켜 고분자 화합물과 섞었어요. 그러자 나노 구조가 자기배열(Self-alignment), 즉 스스로 일정한 형태로 배열하며 거미줄의 구조를 재현한 것입니다. 이를 잘라보면 단면이 꽃잎처럼 주름져있어요. 유연한 섬유로 쓰일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핀과 CNT는 기계적, 전기적 특성이 우수해 고강도 나노복합소재로 각광받고 있어요. 그래서 세계의 많은 연구팀들이 이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요. 몇몇 연구결과가 나오긴 했어요. 그렇지만 공정이 어렵거나 소재의 특성을 약화시키는 등 한계가 있었죠. 이번 발견을 통해 추가적인 열처리나 강화 과정 없이도 강력한 섬유소재를 구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김 교수팀의 연구 성과가 과학잡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고 2일 발표했다. 김 교수팀의 성과는 특집기사로 다뤄질 만큼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소재가 가지는 잠재가능성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이전까지는 그래핀과 CNT를 활용한 섬유소재 공정은 생산성이 매우 낮았어요. 소재로 쓰기 위해서는 추가 열처리 같은 공정이 필요했죠. 저희는 간단한 공정을 실현해 우수한 신소재의 대량생산이 가능케 했어요. 또 그래핀의 단가가 비교적 낮아 CNT만을 사용할 때보다 더 저렴해요. 이런 장점들 덕분에 경제성이 확보됐어요. 이는 곧 상용화, 산업화의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기존의 케블라보다 12배 이상 질겨 방위산업에서 활용성이 높을 겁니다. 또 로봇이나 산업소재로도 사용될 수 있을 거예요. 궁극적인 발전단계는 인간 신체에 접목시키는 일이에요. 인간 근육은 실 다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한 신소재로 인간 신체의 인공근육을 만들 수 있겠죠. 이는 최고 수준의 하이테크 단계로의 진입을 뜻합니다. 인공근육은 신체 근육 시스템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이에요.”
생체공학은 차세대 산업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의학과 공학의 만남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자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생체인공근육연구단 등을 이끌며 국내 생체공학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저희는 연구 결과 발표 이전인 지난 해 3월, 이 기술에 관한 특허 3개를 이미 우리대학 산학협력단을 통해 등록했어요. 원천기술을 미리 확보한 거죠. 우리대학 연구진들이 주축이 돼 이런 성과를 일궈냈다는데 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생체공학은 사회의 여러 분야가 충분히 성장한 기반이 있어야 가능한 학문입니다. 산업 발전,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발전할 수 있는 거죠. 미국의 필립스사나 GE사는 생활가전으로 유명하지만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예요. 삼성에서도 차세대 핵심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선정했어요. 우리나라도 이제 막 발걸음을 땠습니다. 이 분야의 인력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 되요.”
“우리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내 1위에 머무르지 않고 오랫동안 국제 연구팀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요. 미국과 호주의 대학 연구원들과 함께 공동실험·기술검증 등을 해오고 있죠. 서로가 가진 강점으로 역할 분담해 최고의 연구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저희 연구 결과가 국제무대에서 공신력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꿈꾸는 연구자였다. 그는 이번 발견을 바탕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공근육 연구를 계속 해나가야지요. 이 기술에는 구동효율, 구동속도, 강한물성 이 3가지 과학적 특성이 요구돼요. 3박자를 고루 갖춘 인공근육 기술을 찾는 노력을 다할 거예요. 최근에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발전시킨 ‘회전형 탄소나노튜브 인공근육’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근육과 뼈의 운동 원리를 인공근육으로 실현해내는 기술이죠. 이를 위해서는 공학, 의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 지식, 관심사를 가진 인재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생체공학은 우리대학 공과대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신생학과다. 이 분야 연구자들은 개척자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모든 학문 분야가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연구원의 관심과 흥미가 중요해요.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이들만이 열정적으로 연구에 임할 수 있어요. 이는 곧 즐길 줄 아는 경지에 이르는 필요조건입니다. 우리 팀 연구원들은 모두들 정말 열심이에요.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자세도 중요해요. 우리대학 생체공학과는 8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어요.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앞에 놓인 셈이죠.
그들은 이미 세계를 향해 있다.
김선정 교수 연구팀에는 포스트닥터(post doctor, 박사학위 이후 연구원)만 해도 7명이 되는 최고 역량을 자랑한다. 이들은 이미 국내가 아닌 세계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세계를 변화시킬 한양인들, 그들이 바로 미래의 한양을 만드는 차세대 동력이 아닐까.
- 김영주 취재팀장
- kimggo@hanyang.ac.kr
- 서계호 사진기자
- plkmnplkm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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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및 약력
김선정 교수는 1994년 본교 박사학위를 취득 후 2004년 호주 University of Wollongong 의 초빙교수, 미국 NASA Langley RC의 객원연구원을 역임하고 2005년부터 본교 공과대학 생체공학전공 교수와 생체인공근육 창의연구단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06년, 김 교수는 한국과학재단이 선정하는 ‘대표적 우수연구성과 5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최근 4년간 80여 편의 논문을 국제학술지(SCI)에 게재할 정도로 연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