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동문이 뛴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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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 강조하는 '정통파' 편집국장
"내 이름을 단 칼럼을 쓰는 게 꿈입니다"
"이렇게 보여도 (나도) 닛케이를 읽고 있어요. 한창 자유분방할 나이라 흥미 본위의 기사만 좋아하고 경제신문은 보지 않을 것 같다고요? 오해하지 마세요. 경제신문을 보지 않고 어디 현대를 살아간다고 할 수 있나요. 경제신문이야말로 정보의 보물창고이자 생활의 길잡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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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보다는 패션잡지를 들고 있어야 어울릴 법한 젊은 미녀모델이 등장한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일본경제신문)의 광고카피이다. 이 광고 카피처럼 경제지는 현대사회에서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인, 은행원, 증권맨, 경제부처의 공무원, 경제학자 등과 같은 경제전문가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개인투자자와 경제를 공부하는 학생들, 심지어는 좀더 돈을 아껴가며 생활해야 하는 서민들에게도 경제지는 필수적인 '경제 교과서'가 되었다.
날로 높아지는 경제신문의 위상
"우리나라 경제지들은 70, 80년대부터 꾸준히 성장해 오다 9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향력이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IMF를 전후로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매체영향력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완전한 자리매김에 성공하게 됩니다. 현재 신문업계는 모든 면에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등 3대 종합일간지와 〈한국경제〉, 〈매일경제〉의 양대 종합경제지, 즉 'Big 5'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편집국장 김기웅 동문(신방 78년졸)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지의 위상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한다. 특히 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경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제지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으며 99년 이후 증시의 활황으로 금융계, 산업계, 관계, 벤처업계 등의 경제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고 김 국장은 풀이한다.
이제 경제지들은 기업들의 시장전략, 정부의 경제 및 사회정책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며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언론들이 한국경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뉴스들을 입수하는 주된 통로 역시 경제지일 정도이다. 또한 주요 종합일간지들의 경우도 경제부문에서는 경제지들의 양과 깊이를 따라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경제가 국가, 사회, 개인 모두에게 가장 큰 사회적 관심사인 만큼 경제지의 시장과 영향력도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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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맨'으로서의 자부심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지의 눈부신 성장이 반드시 좋은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로 인한 적지않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해전 종합일간지들의 판매경쟁이 과열되면서 벌어진 판매지국간의 폭력사태가 물의를 일으킨 것처럼 경제지도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경쟁신문간에 광고유치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 결과 일부 경제지에서는 기자들이 광고유치에 동원되기도 했는데 이런 과정에서 광고주 및 취재원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건전한 비판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기자들이 기업인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얼마전 일부 경제지의 기자들이 대거 연루돼 충격을 준 벤처비리 '패스21 게이트'도 이러한 과당경쟁이 큰 원인이었다고 김 국장은 진단했다. '패스21 게이트'로 인해 김 국장은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경제〉의 기자, 즉 '한경맨'으로서의 자부심을 더욱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말한다. 바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경제〉에는 게이트에 연루된 기자가 한명도 없었고 특히 패스21을 담당했던 후배 기자가 집요하게 접근해 오던 비리유혹을 물리쳐 언론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저는 〈한국경제〉를 '정통파 경제신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쉽다고 해도 잘못된 길은 절대 가려고 하지 않는게 우리 〈한국경제〉의 편집철학입니다. 광고유치와 관련해서도 그렇습니다. 사실 부장급 정도가 되면 경영감각도 꼭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자에게 광고를 유치하라고 요구하는 건 저희 회사의 분위기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누구든 이런 요구를 하면 곧바로 비판여론이 제기되는 분위기가 편집국에 오래전부터 조성돼 있습니다. 심지어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범위의 주식투자 같은 경우도 기자들이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경제신문 기자로서 그런 걸 하면 좀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죠."
이러한 '진지한' 분위기탓에 〈한국경제〉의 위상은 일반 독자들보다도 경제전문가와 경제기자들 사이에서 더 높다고 김 국장은 자랑한다. 그는 '프로는 프로를 알아본다'며 이른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보도의 신뢰성과 관련된 부분에서 〈한국경제〉는 명실상부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종행진으로 행복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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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으로서 김 국장은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다. 지난 4월 그가 취임한 이후로 〈한국경제〉는 특종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특종행진은 지난 달 20일 '덕수궁옆 15층 미 대사관 파문', '경찰이 돈 받고 H양 미행' 기사가 보도된 것을 시작으로 22일 '쌍방울 3105억에 팔린다', '중국, 한국산 철강 수입제한', 23일 '은행 주5일근무 합의', '롯데, 미도파 인수' 기사가 나란히 단독 보도됐다. 특종은 계속 이어져 27일 시내판 1면에 실린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포기 기사가 한화 측의 기자회견보다도 앞서 보도됐고, 30일자 롯데그룹의 TGI프라이데이스 인수 기사와 지난 3일자에 실린 '서울시, 조흥·서울은행장 등 고발' 기사 역시 특종보도였다.
이러한 〈한국경제〉의 특종행진은 언론계에서 좀처럼 드문 것이다. 이와 관련된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국장은 그저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은 가장 편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편집국을 운영하는 이른바 '정통파'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지나친 합리성'이 편집국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김 국장은 기사와 기자를 편견 없이 대하고, 자연스러운 가운데 우호적인 경쟁 분위기를 편집국에 만들려고 한 게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다고 덧붙혔다.
"당연히 행복하죠. 요즘 기획회의와 편집회의 때는 모두 웃는 얼굴로 들어와서 웃는 얼굴로 나갑니다. 물론 잘못된 건 날카롭게 지적도 하고 긴장도 하죠. 하지만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얼마전에는 특종행진을 축하하고, 기자들의 사기를 올리는 차원에서 편집국 전체 맥주파티를 열기도 했습니다."
언론계서 대약진하고 있는 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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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의 편집국장 취임으로 본교는 2명의 종합경제지 편집국장(이용규 내외경제 편집국장)과 1명의 종합일간지 편집국장(최홍운 대한매일 편집국장)이 현재 활동하고 있다. 10개 종합일간지와 4개 종합경제지 가운데 서울대(4명) 다음으로 많은 수의 편집국장을 배출했다. 특히 3명의 편집국장 모두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단일학과로는 가장 많다.
"최근 많은 한양인들이 언론계에 진출하고 있고, 기존의 동문들도 활약이 대단합니다. 편집국장도 많고, 3대 공중파 방송의 메인뉴스 앵커도 가장 많지 않습니까? 이런 모습에 자극을 받아 더욱 많은 후배들이 언론계 진출을 꿈꾸고, 학교 측에서도 언론계에 더욱 많은 지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 후배들이 어떤 일을 하든 한양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 진출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양인들은 이제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자타가 인정하는 최정상급의 엘리트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특히 법조계, 행정계, 경제계, 언론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동문들의 활동이 활발할 뿐만 아니라 동문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기 때문에 한양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모든 기자의 꿈이라는 편집국장에 오른 김 국장이지만 그에게는 언론인으로서 남아있는 꿈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이름으로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가 그의 편집국장 이후의 목표이다. 가장 중요한 건 회사의 결정이겠지만 그는 계속 글을 쓰는 기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상하리만큼 끈끈한 인연이 신문과 이어져 왔다는 김 국장의 모습에서 언론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졌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면서도 냉철한 비판정신이 번뜩이는 김 국장의 얼굴을 담은 '김기웅 칼럼'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세형 학생기자 sehyung@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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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 동문은 누구?
김기웅 편집국장은 1971년 본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해서 78년에 졸업했다. 졸업과 동시에 내외경제신문에 입사했으며 80년부터 한국경제신문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정치부 차장으로 청와대에 출입하기도 했으며 산업부장, 편집국 부국장, 광고국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4월부터 편집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 동문은 본교 언론인들의 모임인 '한양언론인회'의 총무로도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