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뮤지엄스토리1]
본 글은 2019년 4월 22일 직원 필진 프로그램인 '한양브릿지'를 통해 작성된 글이며, 기존 작성글을 이관한 것임을 밝힙니다.
우리 대학에 박물관이 있다구요?

한양대역 2번 출구로 나와 사자상과 역사관을 바라보고 오른쪽 언덕으로 조금 올라가면 육중한 박물관 건물이 보입니다. 박물관 외벽의 창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마치 건물에 와인병이 숨겨져있는 것 같다고도 하지요. 바로 노천극장과 신소재공학관 사이, 국제관과 마주보고 있는 건물이 바로 우리 대학 박물관입니다. 1978년 건축학과 이해성 교수님(제 7대 총장)께서 설계하신 건물로 1990년에는 한국예술총연합회에서 문화예술상 건축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박물관은 1978년 건립안이 나오면서 공사에 들어가 1980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당시 한대신문(1978년 4월 19일자)에는 ‘숙원이던 박물관이 신축중’이라는 기사와 함께 박물관 조감도가 소개되어 있고 1979년 8월 29일자에는 ‘계속 늦어지고 있는 박물관 완공일은 소원한가’라는 제하에 공사중인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 완공된 이후에도 미비한 내부 시설과 유물 보완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2000년대가 되어서야 전시장과 수장고를 갖추고 정식으로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시실 개관 전에도 박물관은 하남 이성산성, 태안 안면도 패총, 연천 전곡리 등 고고학 발굴을 지속하면서 대학 내에서 연구 및 발굴기관으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에 왜 박물관이 필요한 것일까요?
최초의 근대적 박물관으로 꼽히는 애쉬몰린 박물관(https://www.ashmolean.org/history- ashmolean)은 수집가인 일리아스 에쉬몰(Elias Ashmole)이 옥스퍼드 대학에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하면서 1683년에 건립된 대학박물관입니다. 이전까지 소수의 특권층만 볼 수 있었던 예술품을 일반대중들에게 공개할 수 있게 한 것으로 근대적인 박물관의 시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쉬몰린 경은 왜 자신의 귀중한 소장품을 옥스퍼드 대학에 기증한 것일까요?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에서 자신의 컬렉션이 잘 보관되며 교육과 전시에 활용되기를 바랐기때문일 것입니다. 이후 애쉬몰린 박물관의 소장품은 더 늘어났지만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인류의 지식’이 사회에 중요하다는 최초의 설립이념은 현재까지도 남아있습니다.

한국의 대학박물관과 대학박물관협회
그렇다면 한국에서 대학박물관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요? 1928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에 도서관 부설 박물관이 설립된 것을 최초로 보고 있습니다. 1934년에는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에도 박물관이 설치되어 민속자료를 비롯한 문화재를 수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이화여자전문학교에서는 1930년대 ‘모든 분야의 교육적 관심과 교수, 학생의 교육적, 오락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공공의 이익에 사용될 수 있는 박물관을 조직한다’는 박물관 정책이 제의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해방 이전 각 대학 및 전문학교에서는 박물관을 각 학교 발전계획의 기본시설로 교육과 연구활동을 위해 활용하고자 하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각 대학은 시설과 조직을 재정비하여 교육활동을 지속했습니다. 우리 대학 역시 역시 신당동에서 현재의 행당캠퍼스로 이전하며 종합대학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됩니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민족의식을 강조하는 정책이 이루어지면서 1955년 대학설치기준령(대통령령 제1063호)에서 대학박물관의 설치를 권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이후 1961년 5월 5일에는 18개의 대학박물관 관계자들이 모여 ‘한국대학박물관협회’를 결성하게 됩니다. 서울대, 고려대, 단국대, 부산대, 연세대 등과 함께 한양대학교 관계자 역시 참석하였습니다. 당시 창립취지서에는 아래와 같이 대학박물관의 기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학박물관은 주로 역사, 미술, 민속, 고고학, 자연과학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 보존 및 연구하고, 이것을 학생들의 교육에 이용되도록 할 것인 바, 그 중에서도 우리의 과거 문화재의 수집, 보존 및 연구는 우리나라 대학박물관의 최대 사명인줄 믿습니다. 더욱이 각 지방의 대학박물관은 그 지역의 문화재에 대한 보호, 연구 및 보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 박물관이 건립된 것은 거의 20년이 지나서였습니다. 1973년 건립추진단이 발족되었고 70년대 중반 설립자이신 고 김연준 박사의 지인인 이활 선생의 수집품을 기증받으며 본격적으로 박물관 건립이 시작되었습니다. 1980년 완공되었으나 박물관이 수장고와 전시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개관하여 전시를 시작한 것은 2003년이 되어서입니다.

정식 개관은 늦어졌지만 박물관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사학과와 문화인류학과 학생들이 참여하여 하남 이성산성, 연천 전곡리, 태안 안면도 고남리 등 발굴조사를 계속하였습니다. 당시 발굴에 참여하였던 학생들은 우리 박물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로 성장하여 현재 다양한 박물관과 발굴기관에서 고고학자로, 학예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우리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으로 우리 박물관을 포함한 여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박물관은 지난 40여년 동안 전문인력을 기르는 교육기관이자 전시, 교육이 이루어지는 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한양뮤지엄스토리, 첫 번째로는 우리 대학에 박물관이 있다구요?라는 주제로 한양대학교 박물관이 개관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우리 박물관이 어떤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지, 또 어떤 전시와 문화프로그램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좀더 자세하게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한대신문」
김승, 「한국 대학박물관의 역사」, 『한국대학박물관협회 50년사』, 2011, pp. 121-155.
애쉬몰린 박물관 홈페이지(https://www.ashmolean.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