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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실력ㆍ준수한 외모ㆍ솔직한 성격에 10대 열광
가난과 시련 극복한 남다른 인생역정도 큰 감동 줘
한달 간의 '축구전쟁'이 끝이 났다. 숱한 이변 속에 전세계 축구팬들을 울리고 감동시켰던 2002 한·일 월드컵의 우승컵은 '삼바군단' 브라질의 품에 안겼지만 진정한 승자는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조직력,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대표되는 한국 축구는 동아시아 변방에서 일약 세계 축구 주류 무대로 진출했으며 무명에 가까운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적인 플레이는 상업성에 물든 스타 선수들에 익숙해져 있던 전세계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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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외모·성격에 10대 팬들 열광
유럽 강호들과의 대결에서 불굴의 투지를 불태운 태극전사들은 전 국민의 영웅이 되었음은 물론 유럽 유명 팀에서 손짓하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그 선두에 세계적 명성의 상대 공격수들을 꼼짝 못하게 막아내며 강인한 인상을 남긴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 동문(체육 00년 졸)이 있다. 폴란드 전에서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하며 월드컵 첫 승의 숨은 공신이었던 김 동문은 미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전에서 상대팀 플레이메이커를 꽁꽁 묶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외모와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일어선 남다른 인생역정 등이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다음'에서 김 동문과 관련된 카페가 6백 개가 넘으며 이는 가수 서태지의 212개 보다 세배나 많은 숫자다. 또한 월드컵 이전에 2천여 명에 불과하던 한 팬클럽의 회원수가 현재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현재 전체 팬클럽 회원수가 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쯤 되면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김 동문은 특히 최대의 대중문화 소비계층인 10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10대들은 김 동문의 귀여우면서도 터프한 이미지와 솔직담백한 성격에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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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cm, 75kg의 다부진 몸매에 상대 공격수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강한 눈빛과 인상 그리고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그의 당당한 플레이는 이제 대표팀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가 됐다. 상대팀 공격수를 모두 쓸어버리는 뜻으로 히딩크 감독이 붙여줬다는 '진공 청소기'라는 별명답게 그는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끈질기게 따라다닐 수 있는 체력과 몸싸움 능력 그리고 수비수로서는 드물게 정교한 패스능력과 볼키핑 능력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보여줬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러한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보여준 김남일 동문은 이미 유럽의 빅리그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정상급의 기량을 갖춘 수비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 톱 수준의 수비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국내외의 축구 관계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현재 김 동문은 스페인 1부리그 데포르티보 등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플레이메이커들 '기피대상 1호'
김남일 동문이 이번 월드컵에서 집중적으로 상대한 선수들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선수들이다. 카우지니(폴란드), 레이나(미국), 피구(포르투갈), 토티(이탈리아) 등 모두 유럽의 빅리그에서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플레이메이커들이다. 평가전까지 포함한다면 지단(프랑스), 스콜스(잉글랜드) 같은 스타들도 상대했다. 이런 스타 플레이메이커들을 집중 마크해야하는 수비수들은 기량과는 관계없이 이들의 명성만으로도 주눅드는 게 현실이다. 특히 빅리그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동문은 전혀 달랐다.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는 식의 자세로 특유의 당당한 플레이를 구사했고 이러한 그의 플레이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어떻게 그런 선수들을 막을 때 긴장하지 않고, 주눅들지 않겠어요? 저도 경기 초에는 많이 긴장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지속되면서 이들과 몸싸움도 하고, 공도 뺐고, 또 신경전도 펼치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고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막말로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편하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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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문은 이번 월드컵의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꼽았다.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는 자신이 마크하는 데 가장 힘들었던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 토티를 들었다. 김 동문은 토티의 거친 플레이와 정교한 개인기를 막는 게 힘들었지만 일단 해보자는 과감성으로 밀어 부친 게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다고 특유의 천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 동문의 이러한 과감한 성격은 그의 뛰어난 축구 기량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뛰어난 기량이 바탕이 된 김 동문의 과감성은 경기장에서 악착같은 플레이로 이어졌고,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들의 발을 꽁꽁 묶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이제 그는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의 '기피대상 1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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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극복하고 '히딩크 황태자'로 성장
이처럼 '스타 수비수'로 인정받는 김 동문이지만 힘든 시련의 시절은 있었다.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고교 시절에는 적잖이 방황하기도 했다. 1998년 아시안게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저 체력과 근성이 좋은 선수로 인식됐던 게 사실이다. 축구명문인 부평고와 본교를 거쳐 전남드래곤즈에 입단할 때만 해도 김 동문은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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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동문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찾기에 여념이 없던 히딩크 감독의 눈에 띄었고, 지난해 8월 유럽전지훈련을 앞두고 깜짝 발탁됐다. 당시 국내의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에 그만한 수비형 미드필더는 없다.'는 히딩크 감독의 말에 거의 동의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김 동문이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우리 골문을 향해 어중간하게 드리블을 하다 실수로 볼을 빼앗겨 골을 내줘 우리 대표팀이 5:0으로 대패하는 간접적 원인 제공을 하자 김 동문과 히딩크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은 매섭게 일어났다.
이러한 와중에도 김 동문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신뢰는 계속됐고 김 동문 역시 처음의 실수를 만회하듯 꾸준한 실력향상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발칸의 강호'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부터 김 동문은 확실한 대표팀 주전 멤버로서 자리를 굳힌다. 이 경기에서 김 동문은 철저하게 상대의 플레이메이커를 봉쇄했으며 코너킥을 헤딩골로 성공시켜 자신의 A매치 첫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3월에 열린 핀란드와의 평가전에서는 수비와 공격간의 가교 역할과 함께 핀란드가 자랑하는 최전방 공격수인 미카엘 포르셀을 완전히 고립시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월드컵 직전에 열린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은 그의 기량이 월드컵을 앞두고 완전히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시켜 준 경기들이었다. 그리고 월드컵이 끝난 지금, 김 동문 자신은 다소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며 부끄러워하지만 송종국, 최태욱, 박지성 등 몇몇 '히딩크 황태자' 가운데 진정한 황태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김 동문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신뢰는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일전에서 패한 뒤 히딩크 감독은 충분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었던 김남일이 이런 빅게임에 빠지게 된 건 매우 아쉬운 일이다. 그가 있었더라면 체력저하로 인한 미드필더의 허점으로 골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그에게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해 남다른 제자사랑을 보여줬다.
'CU @ K리그' 월드컵 열기를 국내 프로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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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축제가 있던 날 잠깐 시간을 내어 체육부실을 찾아 한문배 감독 등 스승과 후배들에게 인사를 전하러 온 김 동문은 오랜 합숙훈련과 연이은 경기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지쳐있는 듯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로 향한 주위의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는 듯 했다. 하지만 김 동문의 특유의 당당함과 자신감은 여전했다. 이탈리아전과 스페인전에서 다친 발목도 많이 좋아졌다면서 조만간 시작되는 K리그에서도 국민들을 열광시킨 '김남일표 플레이'를 펼쳐 보일 것을 다짐했다.
"물론 쉬고 싶죠. 여유도 갖고 싶고요. 하지만 프로리그에 참여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기쁜 마음으로 프로리그에 참여하고 싶지만 월드컵 기간 중 나타난 축구열풍이 과연 K리그로까지 이어질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K리그와 대학경기에도 월드컵에서 보여준 사랑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기장에 많이들 오셨으면 합니다."
월드컵 기간 중 시청과 광화문 못지 않게 본교의 한마당, 인문대 앞 등에서도 열광적인 응원이 펼쳐졌다. 대표팀 선수들이 소개될 때마다 떠나갈 듯한 함성소리로 가득했지만 특히 김 동문이 소개될 때는 한양인들은 더욱 큰 함성과 박수로 환호했다. 한양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남다른 애정이 작용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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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웃으며) 정말 제가 소개될 때 그랬나요? 저에 대한 한양인들의 애정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 우리 학교 축구팀에도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월드컵 4강 진출로 김남일 동문은 병역문제가 해결돼 유럽 진출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임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완전 이적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월드컵을 통해 김동문의 기량은 검증 받았기 때문에 유럽 무대 진출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김 동문의 입장은 매우 신중하다. 특히 본교와 전남드래곤즈에서 계속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이회택 감독과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소속팀의 상황도 김 동문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습니다. 그러니 뭐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고요. 우선은 국내 리그에 전념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허락된다면 꼭 유럽에서 뛰고 싶습니다. 유럽리그에서 뛰는 것은 모든 축구선수들의 목표 아닙니까?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유럽에 가게 된다면 그곳에서도 멋진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항상 지켜봐 주십시오."
이세형 학생기자 sehyung@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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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선수 프로필
생년월일 : 1977년 3월 14일
키, 몸무게 : 180cm, 75kg
학 력 : 부평초등학교-부평동중학교-부평고등학교-한양대학교
포 지 션 : 미드필더(MF)
소 속 : 전남 드래곤즈
A 매치 데뷔 : 98년 아시안게임 베트남전
A 매치 기록 : 22경기 출전 1골(2001년 11월 10일 크로아티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