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질문했다.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무엇입니까?” 질문을 받은 이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사실관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이 단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론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의 주인공은 한동섭 교수(사회대·미컴). 그의 저널리즘을 향한 열정과 언론학자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삶을 인터넷한양이 들여다 보았다.

언론 비평의 선두주자

한 교수는 주요언론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언론 비평가다. 언론 비평이 언론계에서 제대로 안착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언론 비평을 해오고 있다. 여러 신문에 오랜 기간 동안 비평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KBS 뉴스비평 프로그램을 약 2년 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언론 비평과 관련 주요 취재원이기도 하다. 최근 방송국과 인터뷰한 것만도 수십 건에 달한다. “언론은 책임 없는 권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언론 본연의 임무, 역할,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학자의 입장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잘 되지 않는다면, 비평을 통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잊지 않게 해야 합니다.”

한 교수의 언론 비평은 단순히 뉴스 자체에 관한 비평으로 끝나지 않는다. 뉴스를 구성하고 관통하는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분석하는 관점도 제시한다. “언론 비평에서의 첫 번째 원칙은 역시 저널리즘에 부합하느냐의 여부입니다. 그 후 가치 판단이 이뤄져야 합니다. 가치 판단에 있어선 편협한 시각을 경계하고, 기사를 둘러싼 다양한 사안에 대해 두루 살펴야 합니다.”

“저와 언론사의 관계는 일종의 ‘산학협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대와 기업이 산학협력을 하는 것처럼, 교수가 저널리즘 원칙과 이론을 연구하고, 언론계는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보도를 하는 것 입니다. 언론인들에게 저의 비평에 관한 피드백이 돌아올 때 참 기분이 좋습니다. 본인들에게 아픈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죠.”

한 교수가 기고하는 ‘옴부즈만’을 담당하는 경향신문 기획에디터 겸 여론독자데스크 장정현 부장은 “당연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하지만, 기자들이 특정 사안을 쫓다 보면, 맥락을 놓치거나 벗어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대선 보도의 경우, 자칫하면 진영논리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한 교수님은 잘못된 부분은 콕 찝어 정말 아프게 쓰십니다. 오히려 이런 점이 저희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저널리즘의 자세로 되돌아가게 만들거든요”라고 말했다.

“좋은 언론사에 들어가기 보다, 좋은 언론인이 되어라”

한 교수는 대외 활동뿐 아니라, 교내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오랜기간 ‘언론준비반’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작년에는 한 교수의 지도 아래주요언론사에 20명이 넘는 기자와 PD가 배출되었으며 그간 배출한 현장기자들이 130여명에 달한다. 한양대 출신 현장 언론인 군단을 형성시킨 것이다. “언론준비반에 처음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언론사에 들어가기 보다는 좋은 언론인이 되라는 말입니다. 언론준비반 출신 언론인들이 저널리즘 원칙을 잘 지키고 좋은 기사를 많이 쓴다면, 언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제자들이 좋은 기사를 많이 쓰고 있어 보람찹니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특종이나 굵직한 보도의 뒤에 언론준비반 출신 제자들이 있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국민일보 기자 엄기영 동문(미컴.96)은 “한 교수님은 ‘언론준비반의 히딩크’로 불리십니다. 한 교수님께서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러한 교수님만의 소신을 굽히시지 않고, 많은 언론준비반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 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기자 이현정 동문(경금.06)은 “진로 고민이 한창이던 언론사 준비생 시절, 만나기 힘든 중견 언론인을 교수님을 통해서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교수님께서 KBS 부사장님과의 만남을 만들어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기자 남정미 동문(미컴.07)은 “힘든 수습기자 시절,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건강하게 수습 끝내길 바란다'고 문자를 보내 주신적도 있습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기자 이진혁 동문(미컴.05)은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몇 번 떨어지는 것은 예삿일이 되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마다 교수님께서 자신감을 많이 북돋아 주셔서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고 말했다

‘공개장’ 으로서의 언론을 위해 계속해서 연구할 것

언론 비평과 언론정책 수립 등 다양한 언론관련 대외활동을 통해서 ‘저널리즘의 파수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한 교수. 지금도 올바른 언론을 사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신문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만큼 과잉 정치화된 나라가 없습니다. 진흙탕 싸움이죠. 지금 대선 국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언론이 스스로 정치 관찰자가 아닌 행위자로 당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진실 보도를 한다거나, 깊이 있는 보도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 문제들을 좀 더 본질적으로 깊게 논의 할 수 있는 ‘공개장’ 으로서의 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언론사의 구조를 개혁하고 개선할 수 있는 이론과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존의 중요한 저널리즘 가치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우리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진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는 언론 철학과 제도, 정책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할 계획입니다.”

학력 및 약력

현재 우리대학 사회과학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동섭 교수는 우리대학 서울캠퍼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영국의 University of Leicester와 Westminster University에서 각각 언론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0년에 우리대학 서울캠퍼스 신문방송학과에 교수로 부임했다. 한국편집기자협회 자문교수, 방송평가위원회 위원, 한국방송학회 총무이사, 한국언론학회 연구이사, 민주펑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KBS 시사 포커스’의 미디어비펑을 2년 동안 진행했고 서울신문 명예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경향신문, 한국경제 등에 언론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있다. 한 교수는 <한겨레 신문과 미디어 정치경제학>, <미디어 디베이트>, <교차미디어 혁명> 등 다수의 저/역서와 50여 편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상무 학생기자
yourfirst@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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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호 사진기자
plkmnplkm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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