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근육이나 장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재생의학’이다. 재생의학은 손상된 신체 조직을 재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과거 재생의학은 유실되거나 손상된 신체를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족과 같은 보조기구를 사용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직공학’을 응용, 손상된 장기를 재생하고 생체기능의 회복,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인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령화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조직공학 및 재생의학 연구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시점이다. 관련 분야 연구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우리대학 신흥수 교수(공과대·생명)팀이 조직공학계의 한 획을 그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적 조직공학 학술지 편집위원 된 신흥수 교수, 이상적인 세포치료법 찾아

신흥수 교수는 조직공학연구를 주도하는 젊은 학자다. 조직공학이란, 생명과학과 공학의 기본개념을 근간에 둔 분야다. 환자의 손상된 조직 및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첨단 학문으로 최근 재생의학과 함께 각광받고 있다. 신 교수는 손상된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생체재료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중 손상된 골조직 및 심장근육조직의 재생을 위한 재료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십 여 년 간 35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며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는 신교수. 얼마 전, 신 교수는 그 동안의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세계 조직공학회에서 발간하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티슈 엔지니어링(Tissue Engineering)’의 편집위원으로 발탁됐다. 국내학자 중 세 번째로 30대의 젊은 학자로서는 최초다

신 교수 연구팀은 이전부터 생체재료를 이용하여 손상된 조직 및 장기를 재생하는 재생의학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연구도 재생의학의 한 분야로, 세포를 치료제로서 좀더 효율적으로 인체 내에 전달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세포를 효과적으로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은 세포치료의 효율을 높이고 경제성이 있는 시술을 시도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신 교수는 ‘세포치료를 극대화하고 치료방법이 간단하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세포전달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시도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신 교수는 “앞으로는 조직공학을 이용하여 약을 복용하는 방법으로는 치료하기 힘든 체내조직을 체외에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박이’에서 착안한 최초의 패치형 세포치료제

기존의 조직공학 방법은 세포를 배양하고, 배양된 세포를 인체에 삽입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직접적인 삽입방식은 그 과정에서 세포가 사라지거나 분해되기 때문에 상처부위에 세포를 도달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세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계였다. 또한 삽입 후 세포가 인체 조직의 일부로 자리잡는 과정에서도 많은 세포가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 교수가 개발한 방법은 ‘감열성 하이드로겔을 통한 세포전달이식법’.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판박이 스티커’에서 착안한 것이다. 어릴 적 판박이 스티커를 집 창문이나 벽에 붙여본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종이(혹은 비닐)를 사물에 대고 잘 문지른 뒤 종이를 떼어내면 도안만 사물에 붙어있게 된다. 신 교수는 이 원리에 착안, ‘하이드로겔(Hydrogel)’을 사용한 판박이를 생각해냈다. 신 교수가 개발한 방법은 하이드로겔을 재료로 패치를 만들고 그 위에 세포를 배양, 세포가 부착된 패치를 신체부위에 붙이는 방식이다. 하이드로겔은 물에 잘 분산되는 겔(gel)로, 흡착성이 뛰어나고 온도에 따라 그 형태를 조절할 수 있어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패치 위에 식염수를 부으면 하이드로겔은 떨어져나가고 세포만 신체부위에 남게 된다. 세포를 잃지 않고 조직 재생이 가능한 것이다.

신 교수의 획기적인 이 방법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포의 고유 형태를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던 기존의 방법을 뛰어 넘은 것이다. 근육에는 저마다 특정한 형태로 세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근육세포를 만들 경우 기본골격이 없기 때문에 세포는 임의대로 자라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세포의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 ‘패턴 라이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불완전한 기술. 신 교수는 패턴 라이징을 하이드로겔 패치 위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세포의 형태를 잃지 않으면서 몸에 부착할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꿈에 다가가다

신 교수는 앞으로 재생의학과 더불어 조직공학 연구가 노령화 및 질병을 해결할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잡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신 교수는 재생의학을 목적으로 하는 야마나카 교수의 연구가 최근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예를 들며 “이번 연구결과와 같이 앞으로 생체재료를 이용한 조직공학과의 융합적 연구가 재생의학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그 동안 다양한 분야의 공학에 관심을 가져온 신 교수는 우리대학에서 공업화학과로 학사, 석사 과정을 차례로 밟으며 생체재료에 대해 연구에 매진했다. 후엔 생명공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포스트 닥터(Post-doc)로는 기계공학을 연구했다. 신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 학문적 배경을 두고 있어 이번 연구에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양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신 교수는 “요즘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진로를 너무 현실적이고 근시안적으로만 보려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꿈을 크게 가질 것을 권유한 것이다. 신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해오며 당시에 어려운 때도 많았다. 그러나 힘든 것만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원대한 꿈을 꾸고 역경을 돌파해나가는 용기를 가지기 바란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학력 및 약력

현재 우리대학 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신흥수 교수는 우리대학 공업화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라이스대학교에서 생명공학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나노구조를 가지는 생체 재료의 개발 및 조직 재생이다. 생체재료와 조직공학 관련 저널에 약 35 편의 논문을 투고했으며, 2건의 국내 특허를 등록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한국 고분자학회, 생체재료학회, 및 조직공학회의 학술위원과 각종 생명공학회사의 IACUC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올해 저명한 조직공학 학술지인 ‘Tissue engineering’의 편집위원으로 발탁됐다.


강예슬 학생기자
102kys@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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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사진기자
kimhjh@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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