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무 교수(공과대·에너지)가 지난 9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학술상인 ‘경암학술상’ 공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경암학술상은 경암교육문화재단이 시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학술상으로 상금은 2억원이다. 그리고 지난 11월, 이 교수는 학술상금 전액인 2억원을 우리대학에 기부했다. 이 교수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며 기부의사를 밝혔고 “나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한양’에 기쁜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양은 나의 모든 것, 학교 발전 위한 기부금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
이 교수는 우리대학 학부 출신이다. 1977년 학부 졸업 후 석사까지 우리대학에서 마쳤다. 이후 교비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에서 공학박사를 취득, 한국에 돌아와 우리대학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교수로 재직하며 교무처장, 총무처장, 학과장, 산학협력단장 등 다양한 행정직도 역임했다. 자녀들도 우리대학을 졸업했고, 며느리도 한양인이다. 이 교수는 ‘한양’을 본인 인생의 전부라고 표현한다. 그렇기에 기부금 전달은 이 교수에게도 더욱 뜻 깊은 일이다. 이 교수는 “학자로서 학술상 수상은 큰 영예”라며 “개인의 영예뿐만 아니라 기부로써 학교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수상 분야는 공학부문, 지구온난화 방지 기술 개발
이 교수가 수상한 분야는 공학부문. 이 교수는 지구 온난화를 획기적으로 방지하고 개선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분리하는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이른바 '열전환 폴리머 기체분리막'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세계적인 저널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됐으며 해당 기술은 '에어 프로덕트(Air Products)'사에 이전돼 상용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 기술이 경제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당장 내년부터 감축의무를 지게 된다. 이 교수는 기존에 존재했던 분리 기술을 획기적으로 진보시켰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개발한 기술, 소외된 이들 위해 쓰이길 바란다”
이 교수가 개발한 ‘분리막’ 기술은 깨끗한 물을 만들어내는데도 획기적이다. 오염된 물 속에서 오염물질을 분리해낼 수 있기 때문. 수질 오염도가 심한 동남아시아 오지 주민들에게는 꿈 같은 기술이다.
지난 여름, 이 교수는 필리핀 카비테주 테르나테를 찾았다. 세균이 득실거리는 물을 마셔야 하는 주민들을 위해 무동력 정수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오염된 물 때문에 항상 각종 질병에 노출돼있다. 하지만 사설 수도관은 값이 비싸 꿈도 꾸지 못한다. 이 교수는 이들을 위해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사용 가능한 무동력 정수기를 설치했다. 이 교수는 현재 기업 CEO로 성장한 두 제자와 함께 테르나테 주민들에게 정수기 120대를 기증하고 돌아왔다.
이처럼 이 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을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적정기술연구회’를 설립,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특히 가난한 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더욱 소외된 곳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며 “정수기 성능을 1년 정도 보완한 뒤 아프리카처럼 식수 사정이 더 열악한 곳까지 정수기 기증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외된 이들을 향한 꿈 꾸는 젊은이 되길
공학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이 교수가 생각하는 행복론의 핵심, 바로 ‘함께’ 라는 가치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나만을 위한 꿈이 아닌 공동체와 사회를 향한 꿈을 꾸라고 조언한다. 함께 꾸는 꿈이 만들어내는 기쁨을 직접 체험해왔기 때문이다. ‘남을 돕는 일 나를 찾는 길’이라는 우리대학 사회봉사단의 표어의 의미가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이 교수는 한양인들에게 “비록 취업이 어렵고 상황이 힘들지라도 나만을 바라보는 시야에서 벗어나 내가 속한 공동체와 사회를 향한 꿈을 가질 때 진정한 기쁨이 있다”며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이 교수가 가진 애교심, 그리고 사랑의 실천 정신은 모든 한양인들에게 잔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교수가 만들어내는 물결이 더욱 멀리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학력 및 약력
이영무 교수는 1973년 우리대학 고분자공학과에 입학하여 학사 취득 후 동대학원에서 공학석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3년간 교비유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North Carolina 주립대학원 연구조교로 생활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대학 공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양대학교 총무처장, 교무처장, 산학협력단장 등을 역임했다. 미국 TAPPI 학회 우수논문 발표상, 제4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 한양대 국제학술지논문상 수상, 한양대 6년 연속 교수업적평가 연구업적 우수상 수상, 한양대 우수저술상 수상, 특허청 신지식특허인상 수상, 한양대 최우수교수상, 35회 대한민국과학기술상 대통령 표창, 한국막학회 제1회 논문상 수상, 한양대학교 2002년 최우수 연구활동상, 한국공업화학회 공로상, HYU석학교수상, 과기부장관표창 등을 수상했다.
- 김현수 취재팀장
- eg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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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계호 사진기자
- plkmnplkmn@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