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억척스러움엔 이유가 있다"

 

 학업을 위해 자신의 집을 떠나 학교의 생활관에서 지내는 학생들이 있다. 이들에게 있어 생활관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쉬는 제2의 가정인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설과 환경도 가족과 부모의 체온을 대신하지는 못하는 법. 서울캠퍼스 학생생활관 운영계 유재왕 계장에게는 바로 그런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다짐이 있다. 그가 유난히 이른 출근을 고집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02년 우리 사회에 자녀보다 늦게 일어나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 반문하는 그다.

 

 새벽 5시 반 출근, 재활용 고집하는 부지런한 살림꾼

 

   
 

 새벽 5시 반. 학생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에 유 계장은 출근한다. 그는 학교에 오자마자 생활관을 살피기 시작한다. 생활관 건물 주변을 시작으로 건물의 옥상에서부터 지하에 이르기까지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세세히 살핀다. "생활관은 학생들의 집입니다. 의식주를 모두 학교에서 해결하는 학생들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제가 해야할 첫 번째 일입니다."라고 말하는 유 계장은 다시 다른 생활관을 향해 총총히 발걸음을 옮겨 버린다.

 

 그는 원래부터 어지간히 부지런을 떤다. 일반적인 출근시간이 8시 반이지만 그는 언제나 7시에 출근했다. 자신의 일을 조금 더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유 계장은 생활관의 운영계로 근무지를 옮기고 나서부터 더욱 바빠졌다. 출근시간도 5시 반으로 앞당겨졌다. 유 계장은 "처음에 이곳으로 부임했을 때는 그다지 일이 없는 곳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와보니까 정말 할 일이 많더군요. 학생들의 집을 꾸미는 일이니 다른 일보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처음 생활관에 왔을 때를 회상한다.

 

 부지런함도 그렇지만 유 계장을 일컫는 또 다른 말은 억척스런 '살림꾼'이다. 그는 길거리를 걷다가 작은 나사라도 발견되면 바로 호주머니에 넣는다. 그렇게 모인 것들은 생활관의 비품을 고치는데 사용된다. "처음에 생활관에 왔을 때 폐기 처분하려고 창고에 쌓아둔 비품들을 봤습니다. 다시 살펴보니 조금씩만 손을 보면 모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고쳐서 다시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유 계장이 책상 한 켠에 쌓여 있는 공구더미를 가리킨다. 그가 생활관에서 근무한 3년 동안은 비품이 파손되어 폐기된 사례가 없다. 그의 손길을 통해 모든 것은 '부활'하고 재활용된다.

 

   
 

 10월이면 20년 근속, '주위의 도움에 감사할 뿐'

 

 부지런함도 부족한 것인지, 알뜰함도 성이 차지 않은 것인지, 그는 모든 일에 꼼꼼하기 짝이 없다. "실험관리과에 있을 때는 2년 동안 학교의 모든 실험용 기자재를 제 손으로 만져보고 닦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부 사용서와 비교해서 관리번호를 매기고 했죠. 정말 힘들었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는 유 계장의 얼굴에서 비치는 고집스러움이 여간하지 않다. 유 계장이 생활관으로 부임하면서 그의 꼼꼼함도 함께 근무지를 옮겼다. 5시 반에 출근하여 유 계장은 건물 외벽의 금이 간 것부터 시작해 수도꼭지 하나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설과 기물의 이상 유무를 점검한다.

 

 오는 10월 2일이 되면 그가 본교에서 근무한지 20년이 된다. 유 계장은 "20년을 근무했지만 아직도 풋내기입니다. 모두 주위에서 도와주셔서 이렇게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겸손의 말도 아끼지 않는다. 끝으로 유 계장은 학생들이 생활관을 내 집처럼 생각하고 시설을 사용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비품을 고의적으로 파손하는 행위를 보았을 때는 화도 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자신이 일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웃는 그의 미소가 눈부시다.

 

이희원 학생기자 allumez@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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