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호 교수(인문대·영문)가 저서 『언더독의 글쓰기: 아시아계 미국문학의 지형도』(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로 2012년 한국영어영문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의 학술상은 지난 2년간 영문학 분야의 저서 중 가장 우수한 저서를 선정하는 상으로 윤 교수는 “이 책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이라 영광이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윤 교수의 ‘언더독의 글쓰기’는 아시아계 미국문학을 다루고 있다.
‘언더독’ 으로 미국문학 읽기
‘언더독(underdog)’은 본래 선거에서 등장하는 용어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한 후보를 이르는 말이다. 윤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미국 중심 문학이 아닌 주변문화에 자리한 아시아계 미국문학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연구함으로써 전통적 미국문화의 정체성에 감추어진 속성을 밝히고, 미국학 연구의 역사적 성격을 규명하고자 한 것.
“아시아계 미국문학은 ‘미국이지만 미국이 아닌 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흔히 미국문화를 ‘통합의 문화’로 정의합니다. 즉, 구심력이 매우 강한 문화라고 볼 수 있죠. 반면 구심력이 강한 만큼 원심력도 강해서 미국문화에서 벗어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인종 국가로, 흔히 ‘용광로 국가’라 일컫는다. 다양한 인종이 모이다 보니 문화도 가지각색이고 이를 하나로 엮으려는 힘 역시 강하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성과 강압성은 미국 문화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이처럼 미국 중심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문화를 연구함으로써 미국문화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미국은 보면 볼수록 신기한 국가입니다. 언어, 종교, 역사 등을 통해 살펴봤을 때, 하나가 될 수 없지만 통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 중심 문화로 흡수되는 과정은 대단히 폭력적이고 강압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문화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재조명했습니다. 따라서 이 언더독 문학에 대한 연구는 미국문화 자체에 관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언더독으로서의 아시아계 미국 문학
아시아계 미국 문학은 흥미로운 주제다. 서로 비슷한 문화권에서 살고 인종도 같은 아시아계 작가들이 미국문학을 쓰고 작가로 인정받는 일만으로도 신기한 일이다. 이러한 특이점 때문에 최근 아시아계 미국 문학에 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아시아계 작가들의 혼란이 담겨있다.
“아시아계 미국 문학에는 많은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작가 본인 스스로 겪는 정체성의 혼란, 작품을 읽는 소비자와의 관계, 시장의 관계 등 작품을 둘러싼 여러 주체의 관계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이창래 작가의 ‘native speaker'에는 아시아계 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마치 스파이처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90년대 미국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소설 속에서의 미국 현대사회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암울합니다. 물론 어둡지만은 않고, 희망도 보이기는 하지만, 한계가 드러난 사회로 미국을 묘사하고 있죠.”
언더독을 읽는 언더독
아시아계 미국문학 읽기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문학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이를 연구하는 ‘우리’도 조명해야 할 부분이다. 아시아계 미국문학이 미군문학 전체에서 언더독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 역시 언더독이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이 부분에서 근대화의 달성과 극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20세기부터 이어지는 인문학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근대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근대화의 달성과 극복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존재해왔습니다. 근대화는 목표달성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이기 때문에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영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남의 것을 배운다’는 고민이 들기 마련입니다. 단순한 영어 공부가 아니라 한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한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계속 고민하는 일이 앞으로 한국 영문학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은 실용적이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윤 교수는 인문학이야말로 실용적인 학문이며, 점차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인문학에 관한 수요가 많이 늘었습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 CEO 등을 위한 교양 강좌 등 다양한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인문학의 관심은 상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취업준비를 하는듯한 느낌으로 인문학을 접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인문학의 실용성에 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는 증권가를 비롯한 기업에서 이문학 전공자를 선호한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일이 실용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죠. 앞으로도 국내에도 이런 흐름이 생길 것으로 봅니다. 우리대학에서도 고전읽기, 말하기와 글쓰기 등 다양한 인문학 관련 강좌를 준비하고 있다. 인문학에 관한 깊이 있는 관심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학력 및 약력
윤성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영문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취득 후 2006년 미국 메사츄세츠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에서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2007년부터 우리대학 서울캠퍼스 인문과학대학 영어영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미국소설과 문화 그리고 문학이론에 대해 학부와 대학원에서 강의 중이며 주된 연구관심영역은 다인종/다문화/초국가적 관점에서 보는 미국문학과 미국학이다. 최근 『언더독의 글쓰기: 아시아계 미국문학의 지형도』(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을 출간하며 한국영어영문학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근대 한국, ‘제국’과 ‘민족’의 교차로』(책과함께, 2011, 공저), THE AMERICAN VILLAGE IN A GLOBAL SETTING (CAMBRIDGE SCHOLARS, 2007, 공저) 외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 김규범 학생기자
- nosigh@hanyang.ac.kr
- 김현중 사진기자
- kimhjh@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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