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56

 인간 중심 지식경영 주창하는


경영학부 손태원 교수

 

 서울캠퍼스 경영학부의 손태원 교수는 인사·조직을 전공하는 경영학자다. 그렇지만 그의 학문적 궤적은 비단 경영학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영문학으로 학사를, 서울대에서 행정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곳은 뉴저지주립대학에서다. 정작 손 교수가 고백한 그의 학문적 관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학과 법학,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그가 배회하지 않은 학문적 영역은 거의 없다. 경영학이라는 것이 폭넓은 학제간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종합과학'이라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는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의도대로, 목적한대로 온 것은 아니고 그냥 흘러오다 보니까 그렇게 됐지만 다양한 전공을 경험했던 것이 지금은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릅니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다닐 때, 부전공으로 정치학, 행정학, 법학 등을 했어요. 그런데 행정학 분야가 무척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갔죠. 전공을 바꾸고서는 한 1년 정도는 고생도 많이 했어요. 대학원을 마친 뒤에는 통일원과 외교안보연구원에서 국제정치학을 실무적으로 했죠. 미국에 가서 다시 경영학으로 공부를 바꾸었죠. 개인적으로 매우 즐기면서 공부를 했어요."

 

 사람을 생각하는 종합과학으로서의 경영학

 

 손 교수의 말대로 경영학이란 기업의 활동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지만 매우 종합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분야다. 생산을 위한 공학이 필요하고, 역시 생산을 위한 자본을 관리하는데 있어 재무관리와 회계학이 요구된다. 생산된 물품을 판매하기 위해 요구되는 마케팅이 그야말로 복합적인 학문임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또한 MIS로 대변되는, 생산과 판매 과정 전반의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학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학문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은 손 교수가 지닌 학문적 화두다.

 

 "경영학은 매우 복합적인 학문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사람에 대한 연구, 즉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할까? 어떻게 하면 큰 업적을 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팀이든 조직 전체든 또는 경영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끌어야 할까? 등을 탐구하는 것이 인사, 조직, 전략의 분야입니다. 이러한 방법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기본이 심리학과 사회심리학 그리고 사회학인데 저는 영문학과 행정학, 정치학과 법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가졌던 터라 큰 도움이 됐습니다."

 

   
 

 폭넓은 학문적 배경만큼 경영학의 인사·조직 분야에서도 그가 주목하는 것들 중 하나는 '시스템 역학(System Dynamics)'이다. 한 마디로 시스템적인 사고를 하자는 것이다. 단편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원인과 결과가 논리적으로 그리고 사변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영학적 판단을 위한 일종의 방법론이다. 최근 정부의 교원정년 문제나 의료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며 단편적인 사고의 결과를 성토하는 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사물과 사태의 일면만을 보고 쉽게 판단하는 사례가 사회에 팽배한 지금, 그가 주장하는 종합적인 '경영'이란 어쩌면 기업만을 위한 처방은 아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지식경영'

 

 9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경영학에 있어서 최대의 이슈는 '리엔지니어링'이었다. '리스트럭쳐링', '벤치마킹' 등 우리에게 친숙한 경영혁신의 개념들은 모두 리엔지니어링의 물결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속되는 경영 혁신의 방법이 있는가 하면, 재포장되거나 아예 시대적 수요를 잃고 소멸되는 개념들도 적지 않다. 국내외를 통틀어 신열을 앓게 한, 지금도 그 열기가 식지 않은 '정보화'의 요구 역시 경영학에 있어 이미 '유행에 뒤진' 개념이라 얘기할 만큼 손 교수가 내다보는 경영학의 전망은 우리의 삶보다 훨씬 앞에 있다.

 

 "이제는 단순한 정보관리에 머물지 않고, 정보를 가치 창출로 이어지게 만드는 지식경영 또는 지시화란 개념이 필요합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산업경제를 이끌던 생산성 중심의 지식보다는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성 중심의 지식들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효자 노릇을 하던 굴뚝 산업이 첨단 산업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최근 각광받는 IT, BT, NT 등 6T 산업에 있어서도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새롭고도 창조적인 지식 창출입니다. 이것을 이제 기본의 정보 속에서 어떻게 찾아내느냐, 또한 기업 경영 속에서 어떻게 구현시키느냐 하는 것이 바로 지식 경영의 문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예로 들며 생산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강조하는 손 교수는 물건의 효용보다 지식의 효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재삼 강조한다. 토지나 자본, 그리고 노동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보다 아이디어와 정보, 지식에서 나오는 가치 창출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최근 한 컨설팅 회사의 보고에서와 같이 우리나라가 산업,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있는 '호두깍기(nut cracker)'와 같은 형국임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노동집약적인 굴뚝 산업이 갖는 생산성을 한계가 있음을 그는 잘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갈 길은 오직 산업의 지식화, 그리고 창조적 지식화라는데 그의 주장은 굽힘이 없다.

 

 전공에만 함몰된 '절름발이' 학문 경계해야

 

 최근 본교 출신의 국내 대기업 CEO 및 임원진 점유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물론, 공인회계사 시험에 본교 학생들이 대거 합격하는 등 한양의 경영, 경제인들의 약진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본교가 지켜온 '명문 공학의 메카'라는 명성에 또 다른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손 교수는 상경계열의 이 같은 성과, 그 이면에는 교수와 학생들의 각고의 노력과 열의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교수로 부임한 이후 지난 18년 동안 선배 교수님들부터 저 이후로 들어온 많은 후배 교수님들에 이르기까지 정말 우리 경영대학의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열의만큼은 전국 최고의 수준임을 자부합니다. 모든 전공 수업마다, 단순한 이론을 전개하고 이해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프로젝트와 팀 별 과제를 통해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에 주력하고 있어요. 엄청난 과제와 프로젝트에 학생들이 매우 힘들다 토로하지만 학기가 끝나고 나면 어느새 성장한 스스로를 보고 뿌듯한 자신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프로젝트 보고서를 일일이 꺼내어 보여주며 학생들의 우수한 성과를 설명하는 손 교수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정보화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이전인 80년대 중반부터 모든 보고서를 워드프로세스를 통해 받기 시작했고, 세계화의 물결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이전부터 원서 강의를 통해 언어경쟁력을 준비해 왔던 그가 자랑하는 학생들의 업적은 어느 것 하나 그의 가르침에 힘입지 않은 것이 없다. 프로젝트를 성실히 수행해 준 학생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그들 스스로가 각자의 결과물들에 대해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다는 손 교수를 보며 스승의 그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학생들에 대한 칭찬 일변도의 찬사가 문득 쑥스러웠던 것일까? 순간 얼굴을 정색하며 학생들의 분발을 격려하는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대학이 직업을 위한 전초기지로만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인문학과 경제학, 행정학, 정치학, 심리학을 두루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대학이 기능적으로만 너무 세분화되어 자신의 전공에 함몰되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대학은 그야말로 폭넓은 지식과 학문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경영학을 공부하고,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사회학과 경제학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학을 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죠. 학문적 편식은, 진실을 찾는데 가장 큰 장애입니다."

 

김자영 취재팀장 apriljy@ihanyang.ac.kr
사진: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학력 및 경력

 

 손태원 교수는 1974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원과 외교안보연구원을 거쳐 1985년 뉴저지주립대학에서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9월부터 본교 상경대학에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경영학회 상임이사, 한국사회과학연구협의회 편집위원, 한국인사조직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시스템다이나믹스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조직학의 주요이론』, 『학습조직의 이론과 실제』, 『경영일반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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