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우주건설 등의 우주 산업에 지속적 관심
우주건설 기술 활용한 다양한 사업 진행

집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 중 하나로, 기초적인 생활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집이라는 공간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이태식 ERICA캠퍼스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우주라는 불모지에 인류가 정착해 건설할 거주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를 만나 정통 건설공학자에서 극한 우주건설에 빠지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젊은 공학인의 모험

이태식 교수는 토목공학과 건설경영학을 전공한 정통 공학인이다. 우주에 대한 그의 관심은 지난 2002년 한국공학한림원의 ‘젊은 공학인상’ 수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상 이후 이 교수는 건설산업 진흥을 위해 첨단 기술을 끊임없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주 개발 산업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그는 극한 우주건설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든다.

 

▲ 지난 2002년 한국공학한림원의 젊은 공학인상 수상 당시 이 교수(오른쪽)의 모습. ⓒ 이태식 명예교수
▲ 지난 2002년 한국공학한림원의 젊은 공학인상 수상 당시 이태식 ERICA캠퍼스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오른쪽)의 모습. ⓒ 이태식 교수

이 교수는 “우주 개발 산업은 건설 분야뿐만 아니라 원자력, 지질, 전기,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해야 한다”며 우주 개발 산업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유인 우주탐사, 나아가 우주에 도시를 만들고 인류가 거주하기 위해서 건설은 필수적”이라며 우주 개발에 있어서 토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처음에는 이 교수가 몸담고 있던 토목 학계는 물론, 우주탐사 분야의 전문가들도 한동안 그를 괴짜 취급했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남의 영역’을 넘보는 데다, 당시 한국은 제대로 된 로켓 하나 쏘아 올리지 못했던 우주산업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이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그가 마냥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 교수는 2012년 한양대에 국제우주탐사연구원(ISERI)을 유치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힘썼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재임하는 3년간은 ‘극한건설연구단’을 만들어 달 기지 건설과 관련한 연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가 설립한 극한연설연구단은 세계 최초로 달 환경을 재현한 진공 체임버를 2020년에 완공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극한 우주건설의 매력

이 교수가 연구하는 극한 우주건설은 궁극적으로 우주에 집을 짓는 것을 목표로 관련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학문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세계 5번째 국가로 한국형 달 복제토(KOHIS-1) 개발과 함께 우주에 거주지를 건설하기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6년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3D 프린터를 활용한 화성 거주지 건설 대회에 참가해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달 기지용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3D 프린터의 모습. 너비 3m, 높이 3m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 이태식 교수
▲ 달 기지용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3D 프린터의 모습. 너비 3m, 높이 3m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 이태식 교수

이 교수는 화성 탐사용 로봇 개발 회사인 미국의 허니비 로보틱스, NASA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2018년에는 달 기지 ‘문 빌리지(moon village)’를 계획 중인 유럽우주기구(ESA)와도 공동연구를 통해 달 기지에 대한 그의 열정을 보여줬다.

 

▲ 달 복제토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건축 재료들의 모습. ⓒ 이태식 교수
▲ 달 복제토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건축 재료들의 모습. ⓒ 이태식 교수

우주 개발기술이 꼭 우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이 교수는 연구한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 플라스틱 등으로 개발도상국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저가 주택 사업을 계획했다.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주목한 이 교수. 달 복제토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콘크리트와 친환경 벽돌을 제작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가 창업한 스타트업 에코비에치엘에서는 우주 쓰레기 처리기술을 활용해 의료 폐기물, 폐목재를 비료로 변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아임계 처리 장치를 이용하는 것인데, 증기를 압력용기 내에 주입해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폐기물을 처리한다.

 

그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의 달 착륙을 보며 우주에 대한 환상을 품은 어린 소년에서 우주 기지건설을 구상하는 연구자가 된 이 교수. 그는 지난 2018년 교수직을 퇴임한 후에도 우주를 향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래 우주 분야의 꿈나무 육성을 위해 대학, 과학 행사 등에서 우주 관련 강연을 지속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창업한 스타트업을 통해 연구한 우주 개발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데 힘쓰고 있다.

 

▲ 이태식 교수와 동료들의 사진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모습. 우주 진출에 대한 그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 ⓒ 이태식 교수
▲ 이태식 교수와 동료들의 사진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모습. 우주 진출에 대한 그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 ⓒ 이태식 교수

이 교수는 기존 우주 개발의 중심축이 민간으로 이동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그 잠재력을 역설했다. “우주는 모든 미래산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공지능(AI), IoT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우주기술과 결합한 뉴 스페이스 기업의 증가는 앞으로 우주 경제의 성장을 크게 이끌 것입니다.”

한국의 우주 산업 전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는 “우주 관련 산업의 발전 속도와 비교해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아직 부족하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더불어 기업과 학계의 지속적 협력을 강조하며, 미래 인류 발전을 위한 우주 산업의 많은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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