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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자동차공학과 허건수 교수

사람의 조작 없이 기계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이자 글로벌 미래 기술의 키워드다. 주행 중 길을 찾고, 교통신호에 맞춰 운행을 조절하고, 장애물을 피하고, 방향을 바꾸는 이 모든 일이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이뤄지는 완전 자율주행. 과연 언제쯤 현실로 다가올까? (글 오인숙, 사진 이현구)

■ 진정한 자율주행은 레벨-4부터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1부터 레벨-5까지 다섯 단계로 나뉘는데, 그 정의는 미국·유럽·아시아에서 공통으로 사용됩니다. 당연히 단계가 올라갈수록 훨씬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이 요구됩니다.”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 허건수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1단계 자율주행 기술은 속도를 유지해주는 순항제어 또는 차선이탈방지 등의 선택적 능동제어로 이미 많이 상용화되어 있다. 2단계 자율주행 기술은 통합 능동제어에 해당한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 들어서면 운전자가 지정한 속도로 자동으로 운행하다가 전방 차량이 서행할 경우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가속 및 감속을 제어하는 수준이다. 동시에 차선의 형태에 따라 자동으로 핸들을 돌려서 차선을 쫓아가는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 3~4년간 테슬라, GM, 메르세데스 벤츠, 현대기아자동차, BMW, 아우디, 포드, 폭스바겐 등 많은 자동차회사에서 레벨-2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한 차량을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로 널리 알려진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 Pilot)도 실제로는 2단계의 통합 능동제어에 해당한다.

“3단계는 부분적인 자율주행으로, 아직까지 어디에서도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필요시 운전자에게 운전을 요청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전방에 갑작스러운 사고나 도로공사로 자율주행이 어려운 경우 운전자가 요청을 받고 대신 운전하는 것이죠. 4단계는 부분적·제한적인 자율주행으로 목적지를 입력했을 때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톨게이트까지 자동으로 갈 수 있는 수준이고, 5단계에 이르면 비로소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알아서 가는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됩니다.”

미래자동차공학과 허건수 교수
미래자동차공학과 허건수 교수

■ 다양한 기술기업 간 합병·투자·협력 추세

자율주행이 레벨-2에서 레벨-4로 넘어가려면 V2X 통신(차량과 사물 간 통신), 360도 주변 환경인식 센서, 디지털 맵, 측위, 보안, 자율주행 시험평가, 인증 등 수많은 핵심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규모가 큰 기술기업, 자동차회사라 할지라도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5~6년간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된 회사 간 합병과 투자, 협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재 자율주행 연구와 기술의 선두주자는 미국과 중국이다. 이 두 나라에는 자율주행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많은 투자를 받고 있으며,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기업들도 다수 존재한다. 실제로 2020년 자율주행 관련 가장 뛰어난 10대 스타트업 선정에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5개 기업이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이나 관련 기업들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은 높은 편입니다. 특히 자율주행을 위한 주변 환경인식 센서의 경우 사고방지와 편의를 위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개발해 상용화했던 ADAS(Advanced Driver Assist System) 영역과 유사해요. 자율주행은 이 영역이 좀 더 확대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와 만도 같은 글로벌 부품사들이 국내외 자동차회사들에 이미 공급해오던 부품들인데, 센서 기반 제어 기술력으로 보면 독일·일본·미국의 주요 부품사들과 겨룰 만합니다.”

반면, 카메라 비전·레이더·라이더 등 센서 자체의 기술은 뒤처져 있다. 카메라 비전과 라이더 관련 국내 기술은 현저히 부족하고, 그나마 차량용 레이더는 만도와 현대모비스 등이 국산화를 시도하면서 어느 정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우리나라만의 장점과 차별성을 꼽기는 쉽지 않지만, 작은 영토와 밀집된 교통 환경 그리고 집중화 전략을 잘 이용한다면 상용화 측면에서 유리한 면도 없지 않다.

“레벨-2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는 2015년 테슬라 차량에 오토파일럿이 탑재된 것이 처음입니다. 두 번째가 2016년 현대기아자동차가 탑재한 HDA(Highway Driving Assist) 기능이에요. 사실 레벨-2 자율주행의 기술 개발은 국내 기업이 다른 미국 기업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영토가 작고 고속도로의 길이도 60분의 1 정도로 짧아서 전 구간의 시험운행 및 검증을 통한 상용화가 빨라졌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은 기술 개발이 일찍 끝나도 상용화를 위한 검증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율주행차 연구는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사진은 한양대학교 정몽구 미래자동차연구센터의 HILS(Hardware-in-the-Loop Simulation) 장비 모습.
자율주행차 연구는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사진은 한양대학교 정몽구 미래자동차연구센터의 HILS(Hardware-in-the-Loop Simulation) 장비 모습.

■ 고도화된 기술로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미국과 중국에서는 상용트럭·버스·셔틀버스, 로봇택시, 배달로봇 등 공용·상용 목적의 물품 배송, 대중교통과 승객 운송 등을 위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 그리고 이에 따른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몇몇 도시에서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로봇택시와 같은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운행 중이다. 물론 아쉬움이 더 크다. 현재 운행 중인 자율주행 차량은 안전운전자(Safety driver)가 탑승하거나 혹은 부분적으로 운전석을 비워놓고 진행하는 시범운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율셔틀도 시니어타운, 공원, 리조트 내 혹은 공항이나 역 주변에서 일정 경로만 저속(40km/h 이하)으로 반복 운행하는 등 아주 제한적이다. 아직은 우리가 꿈꾸는 완전 자율주행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쯤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날 수 있을까.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보면, 운전자 없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스스로 알아서 가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먼 미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무척 많지요.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수많은 기술이 완성돼 레벨-4와 레벨-5가 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개발하는 기술들을 하나씩 고도화해 레벨-2에 적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안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나게 될 테니까요.”

자율주행 자동차의 향후 몇 년간 전망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혁신이 얼마나 이루어질지, 그리고 이로 인한 비즈니스모델이 얼마나 단기간에 창출될 것인지에 달려있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제도와 문화, 사고 관련 책임 등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꿈꾸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기대와 미래 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1년 여름호(통권 258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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